경제

[대출규제 유턴] ② 잔금대출 숨통텄지만…은행별 총량 배분은 ‘제각각’

이호연 기자

8월 16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현금 인출기(ATM)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를 두 배로 높이면서 잔금대출을 둘러싼 급한 불은 일단 꺼졌다. 하지만 은행권의 고민은 여전하다. 늘어난 대출 여력을 은행별로 얼마나 배분할지, 또 이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 어떻게 나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규제 완화 이후 일선 영업점에서는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화곡동의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찾는 고객들 가운데 이번 조치로 자신의 대출 한도나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지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규제가 계속 복잡해지다 보니 혼란스러워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한 은행 지점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은행 관계자는 “서울 주요 지역처럼 대출금액이 큰 곳은 아니어서 문의가 폭증한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기존 전세대출을 이용 중인 비거주 1주택자들이 만기 연장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현장의 혼선이 이어지는 것은 은행별 대출 총량 배분 방식과 세부 규제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오후 주요 은행의 여신 담당 부장급 관계자들을 불러 가계대출 총량 확대에 따른 후속 논의에 나선다. 이후 실무진 협의를 거쳐 은행별 추가 한도와 세부 운용 기준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높였다. 총량 규제로 잔금대출과 이주비 등 실수요자 대출까지 막히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관리 목표를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전체로는 약 30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는 기존 4조3363억원이었지만, 지난 7월 말 기준 실제 증가액은 이미 6조원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이번 조정으로 5대 은행의 추가 대출 여력은 7조~8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다만 은행별로 얼마씩 배정될지는 이날 회의와 후속 협의를 거쳐 정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총량 관리 실적과 실수요자 지원 여건 등을 감안해 은행별 한도를 차등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상반기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은행에는 추가 한도를 더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문제는 총량이 늘더라도 대출 문턱이 곧바로 낮아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마다 추가로 확보하는 한도가 다르고, 이마저도 잔금대출과 이주비 등 실수요 대출에 우선 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기존 총량을 많이 소진한 은행은 추가 한도를 받더라도 연말까지 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금융권에서는 특정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이른바 ‘대출 오픈런’ 현상도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높아진 대출금리도 부담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줄여왔다. 추가 한도가 배정되더라도 금리 문턱까지 곧바로 낮아질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 6월 5대 은행의 신규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50%로 1년 전 4.02%보다 0.4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대출 기준금리는 2.86%에서 2.97%로 0.1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가산금리는 0.33%포인트 상승했다. 기준금리보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붙이는 가산금리 상승폭이 더 컸던 셈이다.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제한을 둘러싼 세부 가이드라인도 아직 남은 과제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보유 주택에 한 차례라도 전입한 이력이 있으면 실거주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다만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어떤 사유를 예외로 인정할지, 은행이 실거주 여부를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지 등은 추가 협의를 거쳐 정해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체 가계대출 총량이 늘어난 것과 개별 은행이 실제로 취급할 수 있는 대출 한도는 별개의 문제”라며 “당국의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영업점에서도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연 기자
l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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