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는 K뷰티, 날개 단 ODM…한국콜마·코스맥스 '질주'

한국콜마 연구원이 화장품 안전성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콜마]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나란히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K뷰티가 미국을 넘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올라선 가운데 인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이들의 생산을 뒷받침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에도 일감이 몰리고 있다.
특히 과거 브랜드사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제품 기획과 기술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개발 파트너'로 위상이 달라진 점이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13억원, 영업이익 11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9%, 50.2%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코스맥스도 매출 7949억원, 영업이익 7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7.5%, 21.3% 증가했다. 두 기업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분기 기준 최대치를 새로 썼다.
두 ODM 기업의 성장 배경에는 K뷰티의 수출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2022년 80억달러에서 지난해 114억달러로 3년 만에 42% 이상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미국을 제치고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화장품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수출국도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일본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등으로 판로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폴란드 수출은 전년 대비 115% 증가해 수출국 9위에 올랐고 아랍에미리트(UAE)도 70.6% 늘며 8위를 기록했다. 한국 화장품 수출 대상국은 2024년 172개국에서 지난해 202개국으로 30개국 늘었다.
수출 성장세는 두 기업의 지역별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코스맥스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949억원 가운데 한국 매출이 5184억원으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해외 성장 속도가 더 가파르다.
미국 매출은 5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4% 늘며 가장 큰 폭으로 성장했고 인도네시아(38.5%)와 중국(32.9%)도 한국 성장률(23.3%)을 웃돌았다. 특히 미국 법인은 이번 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동시에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콜마도 해외 사업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9% 늘었고 신규 진출한 캐나다에서도 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K뷰티의 수출 확대를 개별 기업 실적으로 빠르게 흡수한 곳이 ODM 기업들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인디 브랜드가 늘면서 이들의 발주 물량이 ODM사의 실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콜마는 인디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확대와 선케어 성수기 효과, 글로벌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가 맞물리면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 역시 미국법인의 창사 첫 영업이익 흑자전환 배경으로 고정비 절감 등 경영 효율화와 함께 미국 서부 인디 브랜드 고객사를 겨냥한 영업망 확대를 꼽았다.
최근에는 인디 브랜드들이 제품 기획 단계부터 ODM사와 손잡는 사례가 늘면서 두 기업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브랜드사의 요청에 따라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인프라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함께 개발하거나 ODM사가 기술과 제품 콘셉트를 먼저 제안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코스맥스 수출입 지원 플랫폼 설명사진. [사진=코스맥스[
지난 5년간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한 '조선미녀 맑은쌀 선크림'이 대표적이다. 해당 제품은 한국콜마와 구다이글로벌이 공동 개발했다.
코스맥스도 2024년 브랜드 '아누아'를 전개하는 더파운더즈와 업무협약을 맺고 피부 침투력을 높이는 '코인셀' 기술을 적용한 고보습 장벽 크림을 함께 선보였다.
ODM사의 역할 변화는 기술 투자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객사 주문에 맞춰 생산 물량과 납기를 얼마나 유연하게 맞추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기술과 제품 콘셉트를 먼저 제시하고 빠르게 상용화하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맥스는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제품 연구개발과 생산 공정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사람이 인식하는 색상 값을 데이터로 전환해 새롭게 설계할 색상을 예측하는 '스마트 조색 AI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한국콜마도 정부의 'AI 팩토리 얼라이언스' 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공정 데이터를 활용한 자율 제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품질 이상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하고 공정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증권가에서도 두 기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콜마에 대해 "기존 고객사들의 수출 국가 확대와 품목 확장으로 규모가 커진 스케일업 브랜드의 발주 규모 자체가 대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코스맥스 목표주가를 기존 25만원에서 29만원으로 높이며 "작년 별도 법인의 매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높은 실적 성장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K뷰티 수출 확대와 인디 브랜드 성장, ODM사의 기술 경쟁력 강화가 맞물리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최근 세분화된 니즈를 겨냥한 인디 브랜드나 플랫폼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이들의 기획력과 제조사의 기술력이 맞물린 시너지가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연한 상품 기획에 제조사의 R&D와 생산 인프라가 더해져 높은 품질의 제품을 시장에 적시에 선보이는 협력 체계가 정착되고 있는 만큼 ODM 기업들의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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