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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짜리 집인데 대출은 왜 적지?”…전세보증금 반환대출 한도 기준 모르면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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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규 기자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

집값만으로 한도 안 정해져…소득·기존 빚까지 함께 심사

역전세는 요건 충족 시 DSR 40% 대신 DTI 60% 적용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전세 계약이 끝나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당장 현금이 없다면 집주인은 자신의 집을 담보로 ‘전세 퇴거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이 보증금보다 훨씬 비싸다고 해서 필요한 돈을 전부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은 집값뿐 아니라 집주인의 소득과 기존 대출까지 함께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기 때문이다. 집값만 믿고 있다가 정작 세입자가 나갈 때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17일 부동산 투자·컨설팅 전문기업 밸류업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전세 퇴거자금대출을 알아보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전세 퇴거자금대출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해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받는 대출이다. 금융권에서는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로 분류한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는 “집값이 비싸다고 보증금 전액이 대출로 나올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한도 산정 기준과 최근 바뀐 특례 제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것은 집값만이 아니다. 은행은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함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존에 설정된 선순위 채권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쉽게 말해 10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더라도 소득이 적거나 이미 갚아야 할 대출이 많다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만큼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집주인이 현재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도 대출 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집주인 본인이 다른 집에 전세나 월세로 살고 있다면 해당 계약이 끝날 때 돌려받을 보증금이 대출 한도에서 차감될 수 있다. 은행에서는 집주인이 곧 돌려받을 돈이 있는 만큼 그 부분까지 대출로 마련할 필요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이 소유한 다른 주택에 살고 있거나 무상으로 거주하고 있다면 이런 차감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배 대표의 설명이다.

전셋값이 떨어진 ‘역전세’ 상황이라면 대출 한도를 계산하는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역전세는 과거 세입자와 계약할 당시보다 전셋값이 떨어져 새 세입자에게 받은 보증금만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

일정 요건을 충족한 집주인은 역전세로 부족해진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때 일반적인 DSR 40% 대신 DTI(총부채상환비율) 60%를 적용받을 수 있다.

DSR과 DTI의 차이는 기존 빚을 얼마나 폭넓게 계산하느냐에 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의 원금과 이자까지 모두 합쳐 소득과 비교한다. 반면 DTI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다른 대출의 이자를 반영한다. 같은 소득이라도 DTI를 적용받으면 대출 한도가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역전세라고 해서 누구나 DTI 60%를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2023년 7월 3일 이전에 체결된 임대차 계약 가운데 역전세로 인해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 차액을 돌려줘야 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후속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과 대출 이용 기간 중 신규 주택 구입 제한 등의 조건도 붙는다.

당초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이 특례는 상시 제도로 바뀌었다. 금융당국은 2025년 11월 일몰 기한을 없애는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입안예고했고, 2026년 3월 정식 고시를 거쳐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요건을 충족한 집주인은 별도의 일몰 기한 없이 DTI 60%를 적용받을 수 있다.

대출을 받은 뒤에는 약정도 지켜야 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추가 주택 구입 제한 등의 약정이 적용된다. 분양권을 포함해 추가 주택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되면 대출 만기와 관계없이 돈을 즉시 갚아야 하는 ‘기한의 이익 상실’ 처리가 될 수 있다.

약정을 위반하면 이후 3년간 전 금융권에서 주택 관련 대출이 제한될 수 있다.

규제지역 여부와 계약 시점도 따져봐야 한다. 주택을 몇 채 보유하고 있는지, 해당 주택이 규제지역에 있는지,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언제 맺었는지 등에 따라 대출 취급 여부와 LTV·DSR 한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대출로 마련하려는 집주인이라면 ‘집값이 얼마인가’만 따져서는 안 된다. 집값이 충분히 높더라도 소득과 기존 대출, 현재 거주 형태, 임대차 계약 시점 등에 따라 실제 대출 한도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어서다.

배 대표는 “자금 계획을 세우기 전에 본인의 DSR·DTI 한도와 현재 거주 중인 주택에서 만기 때 돌려받을 보증금이 있는지, 대출 신청 시점이 어떤 규제 기준일 전후인지 반드시 금융기관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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