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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D] “퍽퍽한 건 싫어요” 달라진 고구마 취향…마트가 밭부터 챙기는 사연

왕진화 기자

[사진=이랜드 킴스클럽]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고구마에도 ‘취향’이 생겼습니다. 단순히 배를 채우는 구황작물을 넘어 달고 촉촉한지, 단단하고 포슬포슬한지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갈립니다. 최근에는 호박고구마처럼 달고 촉촉한 품종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소비자의 입맛이 고구마 산지의 재배 품종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서류 산업 실태 분석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소비자가 선호하는 고구마 품종은 호박고구마가 42.3%로 밤고구마(34.4%)보다 높았습니다. 식품 가공용 고구마 수요 역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국산 신품종의 약진도 두드러집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산 고구마 품종 재배면적은 2016년 2548ha에서 지난해 7151ha로 9년 새 약 2.8배 늘었습니다. 전체 고구마 중 국산 품종 점유율도 같은 기간 14.9%에서 41.1%로 뛰었습니다.

특히 달고 촉촉한 호박고구마형 품종의 성장세가 눈에 띕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호박고구마형 ‘호풍미’는 보급 4년 만에 전체 고구마 재배면적의 16.5%인 2860.7ha까지 늘어나며 단일 품종 가운데 재배면적 1위로 올라섰습니다.

◆고객이 찾는 품종, 농사부터 함께=이처럼 소비자가 찾는 고구마가 달라지자 이듬해 농사의 품종과 생산량을 정하는 단계부터 소비자 수요를 반영하는 유통업체도 등장했습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마트 브랜드 ‘킴스클럽’은 전남 나주의 고구마 농가와 직거래하며 수확한 고구마를 매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듬해 어떤 품종을 얼마나 심을지부터 농가와 함께 결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킴스클럽 MD는 판매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 선호도가 높은 ‘애플호박고구마’의 생산 확대를 농가에 제안했습니다. 올해 수확할 고구마의 품종과 생산량을 수확 1년 전부터 농가와 미리 협의하고 계약한 것입니다.

MD의 일은 품종과 물량을 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본격적인 수확철이 오기 한참 전인 봄부터 산지를 찾아 고구마순이 자라는 과정을 살피고 순을 밭에 옮겨 심는 정식 작업부터 재배 과정을 농가와 함께 점검합니다. 흔히 유통사 MD가 수확된 농산물의 가격과 물량을 협상하는 역할을 한다면 킴스클럽 농산 MD는 밭에서 농사가 시작되는 단계까지 들어가는 셈입니다.

이 같은 관계가 가능해진 배경에는 오랜 기간 쌓아온 직거래 관계가 있습니다. 현재 킴스클럽과 거래하는 전남 나주 고구마 농가는 최초 거래 2015년 당시 약 3만평 규모에서 현재 약 40만평 규모까지 재배면적을 넓혔습니다. 킴스클럽이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을 안정적으로 매입하면서 농가는 판로에 대한 부담을 덜고 생산 규모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킴스클럽 입장에서도 농가와 사전에 생산량을 정하고 대량으로 매입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농가와 유통사가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거래하는 데다 이듬해 생산량까지 미리 계획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이랜드 킴스클럽]

◆생고구마부터 가공용까지 판로 확대=특히 킴스클럽은 고구마의 크기와 상품성에 따라 판로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농가에서 생산한 고구마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반 규격의 상품은 매장에서 생고구마로 판매하고 크기가 크거나 소매 판매 규격에 맞지 않는 고구마는 별도로 매입해 고구마 말랭이 등 가공상품의 원물로 활용합니다. 겨울에는 군고구마로도 판매합니다. 하나의 밭에서 나온 고구마를 크기와 용도에 따라 생고구마·가공용·군고구마 등으로 나눠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농가 입장에서는 특정 크기의 상품만 판매하고 나머지 물량의 판로를 따로 찾아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판로를 바탕으로 이듬해 재배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킴스클럽 역시 산지에서 대량으로 물량을 확보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올여름에는 이 같은 계약재배를 통해 수확한 전남 나주산 ‘애플호박 햇고구마’를 선보입니다. 애플호박고구마는 밤고구마의 단단한 식감과 호박고구마의 촉촉하고 달콤한 특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상품입니다. 갓 수확한 햇고구마에서는 비교적 단단한 식감을 느낄 수 있고 후숙할수록 호박고구마 특유의 촉촉함과 단맛이 살아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킴스클럽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에서는 전남 나주산 애플호박고구마를 산지직송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산지에서 수확한 고구마를 고객에게 직접 보내 유통 과정을 줄인 상품입니다.

킴스클럽 관계자는 “산지직거래는 단순히 중간 유통단계를 줄여 싸게 사오는 것이 아니라, 농가와 다음해에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지부터 함께 계획하는 일”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품종을 농가와 함께 키우고, 생산된 농산물의 판로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를 통해 농가와 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직거래 모델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산지 밀착형 운영은 고구마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킴스클럽 농산 MD들은 품목별 생산 단계까지 직접 들어가 농가와 호흡하고 있습니다. 쌀은 모내기 단계부터 산지를 찾아 품종과 생산량을 함께 논의하고 대파는 계절에 따라 전국 산지를 이동하며 수확한 물량을 당일 오산 물류센터로 보내 다음날 매장에서 판매합니다. 딸기는 완주 지역 작목반과 직접 거래하며 산지 단계에서 물량을 확보합니다. 단순히 수확된 농산물을 구매하는 역할을 넘어 생산부터 유통까지 농가와 함께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사진=이랜드 킴스클럽]

한편 폭염이 고구마 매대의 계절도 앞당겼습니다. 높은 기온과 습도로 저장 고구마의 품질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주요 마트들이 예년보다 일찍 햇고구마를 꺼내 들었습니다. 국산 신품종까지 잇따라 전면에 등장하면서 올여름 유통업계의 햇고구마 경쟁도 한발 빨리 시작됐습니다.

롯데마트는 올해 폭염과 늦은 장마에 따른 저장 고구마의 품질 저하 우려로 햇고구마 판매 시점을 예년보다 약 2주 앞당겼습니다. 지난 7월 23일부터 전 점포에서 국산 품종인 ‘호풍미 고구마’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8월 6일부터는 진한 밤맛이 특징인 국산 품종 ‘진율미 고구마’도 선보였습니다. 롯데마트는 이상기후 영향으로 기후 적응력이 높은 국산 품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농협유통 하나로마트도 지난 7월 30일부터 올해 첫 햇고구마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전남 해남·영암에서 생산한 햇고구마를 1.5kg 상자와 낱개 형태로 판매합니다. 농협유통은 과거 구황작물로 여겨졌던 고구마가 최근 헬시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리며 운동식·다이어트 식단 등으로 활용되는 ‘건강한 탄수화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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