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간다던 세입자가 갑자기 더 살겠다면?…집 팔아 계약금까지 받았는데 내보낼 수 있나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집주인 A씨는 세입자 B씨에게 “계약이 끝나면 이사하겠다”는 말을 듣고 집을 내놨다. 이후 집을 사겠다는 매수인 C씨와 매매계약을 맺고 계약금까지 받았다. 그런데 세입자 B씨가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2년 더 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미 집을 팔기로 계약한 상황에서 세입자 B씨가 이처럼 말을 바꾸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수인 C씨가 해당 주택을 산 뒤 직접 들어와 살 예정이라면 세입자 B씨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다만 매수인 C씨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고 실제로 해당 주택에 거주하려는 경우 등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이 끝난 뒤 한 차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한 제도다. 집주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다. 다만 집주인이나 집주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해당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집이 팔려 주인이 바뀌는 경우에도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대법원은 2022년 12월 세입자가 먼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더라도 새 집주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뒤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실제 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쉽게 말해 세입자 B씨가 먼저 “2년 더 살겠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새 집주인이 된 C씨가 이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집주인 A씨와 매수인 C씨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C씨가 곧바로 새 집주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매수인 C씨가 주택을 넘겨받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해야 한다. 따라서 매매계약을 맺은 뒤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에 세입자 B씨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대법원 판례도 임차주택을 산 사람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경우를 전제로 실거주 목적의 갱신 거절을 인정하고 있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
새 집주인 C씨가 “내가 들어가 살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세입자 B씨를 곧바로 내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해당 주택에 거주하려는 의사가 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경우 집주인이 실제 거주 의사를 입증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단순히 “직접 살겠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다.
법원은 집주인이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는지,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는 어디인지, 왜 해당 주택으로 이사하려 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실제 이사를 준비했는지, 실거주를 주장하게 된 경위나 이전에 했던 설명과 모순되는 부분은 없는지도 판단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나가겠다”고 했던 세입자 B씨가 집주인 A씨의 매매계약 체결 이후 갑자기 “2년 더 살겠다”고 말을 바꿨다면 갱신요구권 행사를 막을 수 있을까.
세입자 B씨가 퇴거 의사를 번복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세입자 B씨가 그동안 어떤 의사를 밝혀왔는지, 집주인 A씨가 이를 믿고 매수인 C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했는지 등은 실제 분쟁이 벌어졌을 때 따져볼 부분이다.
이 때문에 집주인 A씨가 집을 팔 계획이라면 세입자 B씨의 퇴거 의사를 말로만 확인하기보다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세입자 B씨가 언제까지 집을 비울 것인지 문자메시지나 서면으로 확인하고, 공인중개사를 통해 퇴거 일정과 관련한 기록을 남겨두는 것도 방법이다.
집주인 A씨와 매수인 C씨가 작성하는 매매계약서에도 세입자 B씨가 예정대로 집을 비우지 않을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 특약을 두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세입자 B씨에게 이사비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실제 퇴거 시점과 지급 시기를 연계하는 방법도 있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는 “계약갱신요구권은 주거 안정을 위해 법이 부여한 정당한 권리”라면서도 “매도인이라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기록하고 판례가 요구하는 논리로 정리해두는 것이 최선의 방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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