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옥사에 새겨진 ‘광복’…서대문에서 만나는 81년 전 그날 [여행.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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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4일 서대문형무소 옥사를 관람객들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장주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광복은 소수의 영웅만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버티고 힘을 보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제81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옥사 안에는 평일임에도 전시물을 들여다보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독립운동가들이 실제 수감됐던 옥사를 둘러보거나 벽면에 적힌 기록을 찬찬히 읽는 관람객부터 아이와 함께 역사관을 찾은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모습도 다양했다.
광복절을 맞이해 새롭게 문을 연 특별전에도 관람객들이 모였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독립운동가뿐 아니라 이들을 곁에서 뒷받침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특별 전시를 마련했다.
이진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장은 이날 특별전 개막식에서 “이번 전시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던 독립운동가들뿐 아니라 밖에서 그들을 돕고 각자의 자리에서 독립을 위해 힘쓴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옥바라지를 한 가족과 독립자금을 댄 사람들, 소식을 전달하던 청년 등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버티고 힘을 보탠 결과가 광복”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서대문형무소 앞은 옥바라지 골목이 있었다.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때 서대문형무소에 수용됐던 독립운동가들이나 독재정권 당시 서울구치소에 투옥됐던 민주화인사의 가족들이 형무소 인근에서 생활하며 옥바라지를 해 붙여진 이름이다.

서대문형무소 10옥사 안 조성된 특별전시 공간의 한 모습. [사진=장주영 기자]
서대문형무소는 이들을 기리고자 10옥사에 특별전을 새롭게 꾸렸다. 근현대의 독립운동가, 민주화인사들의 발 도장과 일생을 작은 방 안에 전시해두었다. 81년 전 이 곳에서 독립과 민주화의 꿈을 꾸었을 투사들의 발자취를 긴 복도를 따라 걷는 형식이다.
같은날부터 여옥사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2026년 홀로그램기술 사업화 실증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한 홀로그램 상설전시도 새롭게 선보인다. 당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정신을 홀로그램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도록 첨단 전시 기법을 활용해 미래세대가 역사와 더욱 가까워 질 수 있도록 했다.
역사관을 나서도 광복의 흔적은 이어진다. 바로 옆 독립공원에는 독립문이 자리하고 있고 인근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도 있어 서대문 일대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따라 걸을 수 있다. 한 공간의 전시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형무소와 독립공원, 기념관을 차례로 둘러보며 근현대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서대문구]
특히 올해 광복절 연휴에는 이 일대가 거대한 역사문화축제의 장으로 바뀐다. 서대문구는 15~16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공원 일대에서 ‘2026 서대문독립민주축제’를 개최한다. 지난해 15만명이 찾은 축제로 올해는 ‘광복의 빛으로 하나 되는 서대문’을 주제로 공연과 전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축제 기간에는 전문해설사와 함께 형무소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광복의 길 챌린지’, 독립낭독챌린지, 광복 스탬프 랠리와 30여개 체험부스가 운영된다. 역사관 12옥사 앞에서는 성악과 국악, 팝페라, 태권도 공연 등이 펼쳐지고 12옥사 내부에서는 클래식 연주도 진행된다.
광복절 당일 오후 7시에는 기념식과 축하공연이 열린다. 서대문구립여성합창단을 비롯해 가수 박정현과 손승연이 무대에 오른다. 15~16일 이틀 동안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 개방된다.

[사진=서대문구]
역사를 따라 걷던 발걸음을 먹거리와 전통시장으로 이어가도 좋다. 형무소에서 가까운 영천시장과 독립문문화공원에서는 같은 기간 ‘815 독립만찬 축제’가 열린다. 꽈배기와 떡갈비 등 시장 먹거리를 맛볼 수 있고 풍물·팝페라·퓨전국악 등 공연과 체험행사도 이어진다. 시장 구매객을 위한 온누리상품권 페이백과 경품 행사도 마련됐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옥고를 치른 아픈 역사가 남아 있는 공간이다. 이번 광복절 연휴, 도심에서 하루 여행이나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서대문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붉은 벽돌 옥사에서 시작해 독립공원과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거쳐 영천시장까지 이어지는 길을 걷다 보면 교과서 속 한 문장으로 접했던 광복의 역사를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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