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IT] 발상의 전환…AI 녹음기에 들어온 이어폰 ‘앤커 리버티 5 프로 맥스’

앤커 사운드코어 리버티 5 프로 맥스 외관.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디스플레이 배경은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으며, 배터리 잔량 확인도 가능하다. [사진=옥송이기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제품군마다 대명사인 제조사가 있다. 이를테면 에어컨 하면 LG휘센을 먼저 떠올리듯 '배터리' 하면 빠지지 않는 제조사 가운데 하나가 앤커다. 국내에선 보조배터리 및 충전기로 널리 알려진 제조사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음향기기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오프라인 접점을 넓히며 다양한 제품 알리기에 한창이다. 그 중심에 있는 최신 무선 이어폰 '앤커 사운드코어 리버티 5 프로 맥스'를 한 달여 사용해봤다.

앤커 사운드코어 리버티 5 프로 맥스. 케이스를 연 모습. [사진=옥송이기자]
◆ AI 녹음기가 이어폰으로…케이스가 ‘회의록 작성기’
이어폰을 꼭 본질에만 집중해야 할까. 음향기기가 넘쳐나는 시대, 앤커는 인공지능(AI) 기능을 수행하는 하나의 기기로 접근했다. 연초 출시한 웨어러블 녹음기의 AI 기능을 이어폰에 접목한 것이다.
리버티 5 프로 맥스의 성격을 짚으려면 앞서 나온 '사운드코어 워크 AI 녹음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전 크기의 소형 녹음기로, 사운드코어 앱과 연동해 녹음 내용을 전사(STT)하고 AI로 요약할 수 있다.
리버티 5 프로 맥스는 이 기능을 이어폰 케이스로 옮겼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케이스에서 AI 녹음과 대면 번역 등을 직접 실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앱 연동 방식도 다소 특이하다. 이어버드뿐 아니라 케이스도 사운드코어 앱에 별도로 연결해야 하며, 이를 통해 녹음 파일의 텍스트 변환과 스마트 요약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리버티 5 프로 맥스는 케이스로 녹음을 할 수 있다. [사진=옥송이기자]

과거 방영한 tvN 프로그램 프리한닥터W의 일부 에피소드를 녹음한 뒤 전사한 모습. [사진=옥송이기자]
실제 회의를 녹음해보니 녹음 음질 자체가 아주 선명한 편은 아니었지만 전사 정확도는 높았다. 여러 화자의 발언을 구분했고, 요약 결과도 '회의 안건', '주요 논의 사항', '결정 사항', '후속 과제' 등으로 정리돼 실제 회의 골자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다만 사람 이름이나 조직 내부 약어 등 고유명사에는 오류가 있었다. 실제로 'DIC'를 'GIC'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한계를 감안해도 회의 내용을 빠르게 정리하는 보조 도구로는 활용도가 높았다.
◆ 외국어 들리면 케이스 내민다…대면 통역도 가능
케이스의 역할은 녹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AI 대면 번역'도 지원한다. 입력 언어를 영어, 번역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하고 상대방이 케이스를 향해 영어로 말하면 번역된 한국어가 이어버드에서 음성으로 제공된다. 케이스 화면에서도 번역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앤커에 따르면 대면 번역은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리버티 5 프로 맥스 번역 [사진=옥송이기자]
영어로 여러 차례 시험해보니 해석과 음성 인식은 대체로 정확했다. 다만 번역 과정이 필요한 만큼 대화 중 한 템포씩 쉬어갈 필요가 있었다. 또 입력 언어를 영어로 설정한 상태에서 한국어로 말하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려면 설정값을 다시 바꿔야 했다. 실제 사용에서는 빠르게 말을 주고받는 쌍방향 대화보다는 상대방의 외국어를 알아듣는 데 좀 더 적합했다.
케이스에는 의외의 기능도 숨어 있다. 카메라 리모컨이다. 스마트폰을 삼각대에 세워둔 뒤 케이스 화면의 촬영 버튼을 누르면 원격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별도의 블루투스 리모컨을 챙기지 않아도 이어폰 케이스가 그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앨범 속 사진을 불러와 케이스 배경화면으로 설정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처음 제품을 봤을 때는 '이어폰 케이스에 굳이 화면이 필요할까' 싶었다. 하지만 한 달여 써보니 적어도 리버티 5 프로 맥스에서는 화면이 장식에 그치지 않았다.

리버티 5 프로 맥스는 케이스를 사진 촬영 리모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진=옥송이기자]
◆ AI 칩이 소음 걸러낸다…비행기서 체감한 ANC
리버티 5 프로 맥스는 앤커가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칩셋 'Thus AI'를 탑재한 제품이다. 연산 장치와 메모리를 결합한 컴퓨트 인 메모리 방식으로, 클라우드나 스마트폰을 거치지 않고 오디오 AI를 실시간 처리한다. ANC와 통화 시 소음 처리, 사운드 최적화 등에 활용된다. 앤커에 따르면 ENC 작업 기준 전작 리버티 4 프로 칩셋보다 피크 AI 연산 성능이 최대 150배 높다.
한 달간 사용하며 가장 자주 체감한 장점은 ANC였다. 평소 노이즈 캔슬링 때문에 따로 챙기던 헤드폰 대신 리버티 5 프로 맥스만 들고 출퇴근하는 날이 많았다. 사무실에서는 ANC 강도를 높이면 사람 목소리나 자판 소리가 상당 부분 줄어 업무에 집중하기 좋았다.
비행기에서는 통근용 멀티모달의 비행기 모드를 사용했다. 엔진 소리는 무리 없이 걸러냈다. 당시 기내를 가득 채운 아기 울음소리처럼 날카로운 고음까지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지만, 체감 소음은 크게 줄었다.

기내에서 리버티 5 프로 맥스의 ANC 기능을 사용했다. [사진=옥송이기자]
◆ "에어팟보다 잘 들린다"…통화 품질은 기대 이상
ANC뿐 아니라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통화 품질이다. 지하철과 차량이 오가는 길거리, 북적이는 카페 등에서 통화한 뒤 상대방에게 음질을 물으면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에어팟보다 목소리가 더 잘 들린다", "하울링이나 기계음이 거의 없다",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는 평이 많았다. 바람 소리 감소 기능을 켠 야외 통화에서도 주변 소음보다 목소리가 또렷하게 전달된다는 반응이었다.
리버티 5 프로 맥스에는 8개의 마이크와 2개의 골전도 센서 등 총 10개의 센서가 탑재됐다. 앤커는 Thus AI 칩과 이를 활용해 목소리와 주변 소음을 구분한다.
앤커에 따르면 리버티 5 프로는 지난 4월 기네스 세계 기록으로부터 'TWS 이어폰 중 역대 최고 통화 품질 점수(G-MOS, objective test)'를 획득했다. 해당 인증은 리버티 5 프로로 받은 것이나, 리버티 5 프로와 프로 맥스의 이어버드는 동일하다는 것이 앤커 측 설명이다.

리버티 5 프로 맥스 음량 조절. 이어버드를 쓸어 올리면 음량을 키울 수 있다. [사진=옥송이기자]
◆ 쓸어내리면 볼륨 조절…이어폰 본업도 충실
음악을 들을 때는 인이어 이어폰 특유의 밀도감 있는 소리가 느껴진다. 9.2㎜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돌비 오디오 기반 공간 음향을 지원하며, 헤드 트래킹을 켜면 고개 움직임에 따라 소리의 위치도 달라진다.
돌비 오디오를 끄면 '사운드코어 시그니처', '목소리 강조', '강력한 베이스', '차분하고 고요한' 등 음향 효과를 고를 수 있다. '차분하고 고요한'은 다소 먹먹하게 들렸고, 음악을 들을 때는 보컬이 또렷한 '목소리 강조'를 주로 사용했다.
조작도 간편하다. 이어버드를 위아래로 쓸어 음량을 조절할 수 있고, 길게 누르기 등 제스처에는 ANC 전환 기능을 지정할 수 있다. 주변음 허용과 ANC, 적응형 등 보다 세부적인 설정은 케이스 화면에서도 바꿀 수 있다.

리버티 5 프로 맥스는 무선 충전도 지원된다. [사진=옥송이기자]
◆ 배터리·가격은 부담
아쉬운 점은 배터리다. 완충한 상태로 출근해 ANC를 켠 채 업무하고, 중간중간 음악과 통화, 케이스 기능을 사용한 날에는 오후 6시께 잔량이 40%대까지 떨어졌다. 하루 종일 착용한 것은 아니어서 체감 소모가 큰 편이었다.
공식 기준 ANC 사용 시 재생 시간은 이어버드 단독 약 6.5시간, 케이스 포함 약 28시간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공식 판매가는 34만9900원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사운드코어보다 앤커의 보조배터리·충전기 이미지가 강한 만큼 선뜻 고르기 쉬운 가격은 아니다.
대신 활용도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음악 감상만을 위한 이어폰이라면 AI 녹음과 번역, 디스플레이 케이스가 과할 수 있다. 반면 회의와 통화가 잦고 AI 녹음 기능까지 필요로 하는 이용자라면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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