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땡큐” 면세점 4사 나란히 흑자…‘낮아진 객단가’는 숙제

현대면세점 인천국제공항 DF2 구역 [사진=현대면세점]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국내 주요 면세점 4사가 올해 2분기 나란히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더해 적자 사업장 철수와 사업권 재편 등 ‘몸집 줄이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와도 과거처럼 면세점 매출이 함께 뛰는 공식은 약해졌다. 낮아진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하반기 실적 회복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14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라·현대·신세계·롯데면세점은 올해 2분기 모두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고환율과 면세 소비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외형 경쟁 대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전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현대면세점의 2분기 순매출은 31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억원 적자에서 75억원 개선되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흑자다.
특히 지난 4월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 DF2 구역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기존 DF5·DF7에서 명품과 패션·잡화를 중심으로 운영했던 현대면세점은 DF2 영업을 시작하면서 화장품과 주류까지 취급 카테고리를 확대했다. 공항 사업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시내점에서는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면서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신라면세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호텔신라 면세(TR)부문의 2분기 매출은 772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1%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6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손익이 477억원 개선됐다.
외형 감소에도 수익성이 개선된 데는 인천공항 DF1 사업 철수 등 사업 효율화가 영향을 미쳤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인천공항 DF1 사업권을 반납한 뒤 올해 4월 철수 작업을 마쳤다. 고환율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형 확대보다 사업장별 효율화와 수익성 관리에 무게를 둔 결과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신세계디에프의 2분기 매출은 542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3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손익이 348억원 개선됐다.
신세계디에프는 인천공항점 DF2 사업권을 반납한 뒤 루이비통 듀플렉스 매장과 까르띠에 부티크 등 럭셔리 브랜드를 강화했다. 명동점에서는 개별 외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에 집중했다. 2분기 명동점 방문객 가운데 태국 관광객은 전년 동기보다 273%, 호주는 184%, 캐나다는 93%, 미국은 22% 증가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는 특정 국가에 집중됐던 외국인 고객층이 다양한 국적의 개별관광객으로 넓어지는 흐름도 나타났다.
롯데면세점의 2분기 매출은 90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19억원으로 383% 늘었다. 지난해 1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17일 인천공항 DF1 구역에 재입성하면서 약 3년 만에 인천공항 영업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인천·김포·김해·제주 등 국내 4개 주요 공항에서 면세사업을 운영하게 됐다. 해외에서도 시내면세점 정리와 공항점 중심의 사업 재편을 통해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 외국인 매출 비중 80% 육박…객단가는 전년比 약 20%↓
이 같은 면세 4사의 수익성 회복에는 사업 효율화와 함께 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3조35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국인 매출은 2조6542억원으로 전체의 79%를 차지했다.
2분기 면세점 구매 인원은 총 766만4060명으로 내국인이 396만1728명, 외국인이 370만2332명이었다. 외국인 구매 인원은 내국인보다 약 26만명 적었지만 매출 규모는 약 3.8배 컸다. 단순 계산한 2분기 기준 외국인 객단가는 약 71만7000원으로 내국인 약 17만8000원의 4배 수준이다.
다만 외국인 객단가는 하락세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객단가는 약 75만2000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약 94만원보다 약 20%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외국인 객단가는 2024년 상반기 약 167만원에서 94만원으로 크게 낮아진 바 있다. 면세점 외국인 구매객 증가가 과거와 같은 수준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국내 면세시장의 높은 객단가를 뒷받침했던 중국인 보따리상인 다이궁의 대량 구매가 줄어든 데다 개별관광객 중심으로 방한 시장이 재편되면서 면세업계의 영업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이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했음에도 주요 면세사업자 가운데 신라와 신세계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관광객 증가 자체보다 방문객을 실제 구매로 연결하고 고객당 구매액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진 셈이다.
고환율도 면세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다. 원화 약세가 방한 관광 수요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면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브랜드별 국내외 판매가격과 환율, 할인 혜택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에 면세업계는 무리한 외형 경쟁보다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장과 고객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주요 면세점들의 최근 행보도 이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신세계면세점은 럭셔리 브랜드와 프레스티지 뷰티를 강화하고 개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DF1에서 철수하며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조정했고 현대면세점은 인천공항 DF2 진출로 취급 품목과 공항 사업을 확대했다. 롯데면세점은 반대로 인천공항 DF1에 재진입하면서도 해외에서는 사업장 효율화를 병행하고 있다.
업계가 2분기 일제히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를 면세시장 전체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방한 관광객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다이궁 중심의 대량 구매에서 벗어나 개별관광객의 소비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하반기 면세업계 실적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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