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대형 게임사 공백 속 변신 택한 지스타…외연·자체 콘텐츠 확대

이학범 기자

8월13일 '지스타 2026'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행사 키비주얼.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현재까지 공개된 참가사 명단에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대거 빠진 가운데 지스타가 변화하는 게임산업 환경에 맞춰 변신에 나선다.

콘솔·글로벌화로 신작 개발 주기가 길어진 시장 변화에 대응해 게임사 전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콘텐츠를 강화한다. 웹툰, 자동차, 인공지능(AI) 등 게임과 접점을 가진 분야로 외연도 넓힌다.

13일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 겸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지스타 2026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지스타는 급변하는 글로벌 게임 트렌드를 반영해 내실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고민해 기본적인 틀을 마련했다"며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또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조직위가 올해 내세운 핵심 방향은 외연 확장'과 자체 콘텐츠 확대다. 최근 국내 게임산업의 중심이 모바일에서 콘솔 등으로 넓어지면서 기존 게임 전시회의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승우 지스타조직위원회 실장은 전시회의 본질을 '시장의 투영'이라고 설명했다. 전시회가 산업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산업과 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조직위는 최근 국내 주요 개발사가 콘솔과 싱글플레이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게임 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기간이 크게 늘고 있다고 봤다.

8월13일 '지스타 2026' 기자간담회 현장.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 협회장.

과거 모바일 게임 중심 시장에서는 비교적 짧은 주기로 신작을 전시할 수 있었지만, 대형 콘솔게임은 하나의 작품을 개발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 만큼 게임사들이 매년 지스타에 새로운 작품을 내놓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콘솔 시장 확대와 함께 국내 게임산업의 글로벌화도 빨라지고 있다. 국내 게임사가 개발한 콘솔게임의 주요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늘면서 국내와 해외 게임사를 단순히 구분하는 방식 역시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게 조직위의 시각이다.

정 실장은 "산업이 큰 틀에서 콘솔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지스타 역시 콘솔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한 체격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직위는 참가사의 신작 전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콘텐츠를 강화한다. 동시에 단순한 관람객 확대가 아니라 게임과 인접한 콘텐츠를 끌어들여 방문층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정 실장은 "외연 확장은 20만명이 들어오는 지스타를 25만명으로 늘린다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게임 이용자뿐 아니라 만화나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이 방향성"이라고 설명했다.

8월13일 '2026 지스타' 기자 간담회 현장.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올해 메인 스폰서로 선정된 AI 기반 스토리 창작 플랫폼 '크랙'이 있다. 크랙은 뤼튼테크놀로지스가 운영하는 서비스로 AI와 이야기를 결합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조직위는 AI와 내러티브가 최근 콘텐츠 산업에서 중요성이 높아진 만큼 지스타가 지향하는 외연 확장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크랙은 본 행사뿐 아니라 지스타 콘퍼런스에도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다. 행사 기간에는 밴드 'QWER' 미니 콘서트 등도 마련될 예정이다.

웹툰과의 협업도 이어간다. 지난해 '용비불패' 문정후 작가와 협업해 메인 이미지를 제작한 데 이어 올해는 웹툰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와 함께 지스타 메인 이미지를 선보였다. 유미의 세포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입장권과 상품 등도 준비한다.

현대자동차 N 브랜드와는 심레이싱 콘텐츠를 선보인다. 제2전시장에서는 '현대 N 버추얼컵' 그랜드 파이널을 개최하고 심레이싱 체험, 이벤트, N 브랜드 고성능 차량 전시 등을 진행한다.

조직위는 게임 자체를 중심에 두면서도 게임과 맞닿은 다양한 콘텐츠로 관람 경험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게임 이외 콘텐츠가 늘면서 지스타의 게임쇼 정체성이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정 실장은 "게임쇼의 기본적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외연 확장을 의미한다"며 "게임에 대한 이해라는 기본적인 철학을 잃지 않으면서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13일 '지스타 2026'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공개된 BTC 참가사 명단.

현재 공개된 일반 전시장 참가사에는 크랙을 비롯해 구글 플레이, 웹젠, 팀42, 호요버스, 넷이즈게임즈 산하 조커스튜디오, 빌리빌리, 센추리게임즈 등이 포함됐다. 조직위는 이날 공개된 명단이 전체 참가사가 아니며 비공개 상태인 기업들을 포함한 전체 도면을 오는 9월 공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제2전시장에서는 자체 기획 콘텐츠가 강화된다.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에는 디볼버 디지털, 유니티, 스팀덱, 디스코드 등이 파트너로 참여한다. 단순히 여러 인디게임을 한 공간에 전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 파트너가 별도 영역을 구성해 인디게임 생태계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별도 게임 체험 공간에는 세가와 코에이테크모게임스 등이 참가한다. 세가는 '토탈워' 등 출시 전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당 공간은 최소 100부스 규모로 조성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게임문화축제도 제2전시장에서 함께 진행된다.

기업간거래(BTB) 전시도 손본다. 조직위는 지난해 이용률이 높았던 비즈니스 라운지를 2배 이상 확대하고 소규모 참가사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0.5부스 규모 '라운지 부스'를 새롭게 마련한다.

벤처캐피털(VC)과 투자자, 퍼블리셔 등을 연결하는 '인베스트 마켓'도 다시 운영한다. 조직위는 글로벌 게임 전시회에서 전통적인 BTB 전시의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향후 비즈니스 성과를 높이기 위한 운영 방식도 계속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자체 콘텐츠의 또 다른 축인 컨퍼런스 '지-콘(G-CON) 2026'도 강화한다. 올해도 '내러티브'를 주제로 게임 개발자와 영화 감독, 작가 등 서로 다른 콘텐츠 분야 창작자들이 한 무대에 오른다.

'파이널판타지VII 리메이크' 프로젝트 주요 개발진을 비롯해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 일본 게임 개발자 미카미 신지, '더 위쳐' 시리즈와 '하데스' 등 주요 글로벌 게임 개발진이 참여할 예정이다. 올해 메인 이미지 제작에 참여한 이동건 작가도 연사로 나선다.

8월13일 '지스타 2026' 기자간담회 현장. 행사 주요 일정.

다만 올해 지스타를 둘러싼 고민도 뚜렷하다. 현재 공개된 참가사 명단에서 국내 주요 대형 게임사가 대거 빠지면서 간담회에서도 지스타의 위상이 과거보다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잇따랐다.

넥슨·엔씨·넷마블·크래프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경우 불참하거나 참석을 고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영기 위원장은 최근 게임산업의 변화가 참가사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대형 게임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지스타가 신작을 이용자와 관람객에게 최초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런 시장 변화가 참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선 업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라며 "국내 대형 게임사가 얼마나 참가하느냐, 해외 게임사가 얼마나 참가하느냐보다는 참가 기업과 관람객이 만족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벡스코의 물리적인 공간 한계도 언급됐다. 정 실장은 "제1전시장에 배치할 수 있는 100부스 규모의 부스는 총 6개라고 보고 있다"며 "매년 전시가 종료되고 나면 참가를 희망했던 곳이 다수 있으나 물리적인 규모와 동선 문제 때문에 참가를 등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스타 2026은 오는 11월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다. 조직위는 오는 9월 전체 참가사와 전시장 배치, 세부 프로그램 등을 담은 추가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학범 기자
ethic95@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