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K-푸드 자본지도] ㊤ "한국서 키워 세계로"…글로벌 자본, K-푸드에 꽂혔다

유채리 기자

K-푸드 열풍을 타고 국내 식음료(F&B) 프랜차이즈가 글로벌 자본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풍부한 자본은 브랜드의 외형 성장과 해외 진출을 앞당기지만, 높은 배당과 잦은 손바뀜 등 그 이면을 둘러싼 우려도 커진다. <디지털데일리>는 2회에 걸쳐 외국계 자본이 국내 F&B 시장에 몰리는 이유와 인수 이후 달라진 자금 흐름, 가맹점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사진=투썸플레이스]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투썸플레이스와 컴포즈커피, 샤브올데이.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식음료(F&B) 브랜드들이 잇따라 글로벌 자본의 품에 안기고 있다. 국내에서 검증된 사업 모델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에 K-푸드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다.

풍부한 자본을 등에 업은 브랜드들이 국내외에서 몸집을 키우면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의 특성상 성장 이후의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도 함께 나온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해외 식품기업의 국내 F&B 프랜차이즈 인수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다. 칼라일은 2021년 투썸플레이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KFC코리아까지 품으며 국내 F&B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김종윤 칼라일 파트너 겸 한국 대표는 KFC코리아 인수 당시 "확고한 브랜드 헤리티지와 시장 내 입지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국내 퀵서비스 레스토랑 수요에 맞춰 매장 확대와 사업 성장을 이어갈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시아 자본도 국내 F&B 브랜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필리핀 최대 외식기업 졸리비푸드그룹은 2024년 엘리베이션EP와 함께 저가 커피 브랜드 컴포즈커피를 4700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4월에는 샤브올데이 운영사 올데이프레쉬를 약 1300억원에 인수하며 한국 시장 투자를 확대했다.

글로벌 F&B 브랜드를 둘러싼 대형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PEF 베인캐피탈은 최근 밀크티 프랜차이즈 공차 인수에 나섰다. 공차는 한국과 일본, 호주 등 33개 시장에서 약 2200개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1억5000만잔 이상의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베인캐피탈은 인수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매장을 확대하고 미주·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 왜 K-푸드인가…안정적 현금 흐름과 글로벌 확장력

글로벌 자본이 F&B 프랜차이즈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사업 확장성이다.

F&B 프랜차이즈는 소비자 결제가 즉시 이뤄지는 데다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로열티와 원부자재 공급 등을 통해 반복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직영점 중심 사업과 비교해 점포 임차료와 인건비 등 직접적인 고정비 부담을 상대적으로 낮추면서 외형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사진=컴포즈커피]

여기에 최근 K-푸드와 K-카페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해외 시장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커졌다.

졸리비그룹이 인수한 컴포즈커피가 대표적이다. 컴포즈커피는 이달 필리핀 마닐라에 첫 매장을 열었다. 프리오픈 행사 첫날에는 공식 영업 시작 시간인 오전 7시보다 두 시간 이른 오전 5시부터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컴포즈커피는 연내 필리핀에서 5개 매장을 추가로 열고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출발해 이미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브랜드가 해외 기업에 인수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2002년 부산에서 시작한 본촌치킨은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 태국, 베트남 등에 진출했다.

지난 6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첫 매장을 열었으며 내년 초에는 푸에르토리코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국내 PEF VIG파트너스는 최근 본촌을 태국 외식·호텔기업 마이너그룹에 매각했다.

◆ 투자 확대가 외형 성장 이끈

글로벌 자본 편입 이후 외형 성장을 이어가는 브랜드도 있다. 외국계 자본이 투입한 든든한 '실탄' 덕이다.

칼라일이 인수한 투썸플레이스의 매출은 2022년 4281억원에서 지난해 5824억원으로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소비자 매출도 회사 내부 집계 기준 1조874억원으로 창사 이후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매장 수도 2021년 말 1462곳에서 올해 6월 말 1740여곳으로 늘었다. 2022년 7월에는 커피·디저트 전문 생산시설인 '어썸 페어링 플랜트'를 준공하는 등 매장 어디서든 일관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품질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칼라일의 운용자산(AUM)은 올해 1분기 기준 4750억달러 규모다. 대규모 기업 인수 이후에도 설비와 마케팅 등에 추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

졸리비그룹도 국내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샤브올데이 운영사 올데이프레쉬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마케팅 강화와 브랜드 경쟁력 제고, 가맹점 지원 등 중장기 성장 전략에 투입할 계획이다.

앞서 인수한 컴포즈커피 역시 졸리비그룹 편입 이후 동남아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자본력"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이나 제품 개발, 해외 진출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K-푸드와 K-카페 등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사업성을 검증한 브랜드라면 해외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부 자본의 유입이 브랜드와 가맹점 모두의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투자자가 기업가치를 높인 뒤 배당이나 재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본사와 가맹점주 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유채리 기자
c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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