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세기의 이혼'에 다시 주목받는 SK家 미술관 역사와 철학

조은별 기자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지난 1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측 법률대리인단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9440억원의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장을 제출했다.

'세기의 이혼'을 둘러싼 재산 분할은 결국 대법원의 최종심으로 결정되게 됐다. 최 회장 법률대리인단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나든, 노소영 관장이 편입된 SK가(家)의 미술관은 다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 역사성때문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어머니인 우란 박계희 관장부터 전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그리고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포도뮤지엄 총괄디렉터까지 모두 미술관을 운영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SK그룹의 ‘미술사랑’은 박계희 관장부터 비롯됐다. 최태원 회장의 어머니이자 최종현SK그룹 선대회장의 부인인 박계희 관장은 미국 미시간주 캘러머주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아트센터나비의 전신인 워커힐 미술관을 운영한 바 있다.

그랜드워커힐 호텔 전신인 옛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1984년 개관한 워커힐 미술관은 대한민국 1세대 사립미술관으로 앤디워홀, 아르망, 앤서니 카로,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 등 당시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전시를 개최한 1세대 사립 미술관이다.

노 관장은 1997년 시어머니인 박 전 관장이 별세한 뒤 1997년 미술관을 물려받았다. 이후 3년 뒤 노관장은 2000년 종로구 서린동 SK본사에 아트센터나비로 이름을 바꿔 오픈하고 미디어아트 분야에 주력했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수학한 노관장의 이력에서 비롯된다.

아트센터 나비에서 열린 한진수 작가의 개인전 '뜸 A : Pregnant Paus' [사진=아트센터 나비 홈페이지 캡처]

노관장은 서울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중퇴한 뒤 미국 윌리엄 & 메리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시카고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를 수료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환경계획학 석사를,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상예술학 박사를 수료했다. 노관장의 이력 덕분에 아트센터나비는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등 동시대 예술과 과학기술의 접점을 선보인 혁신적인 미술관으로 꼽힌다.

전시뿐 아니라 연구와 퍼블릭 프로그램, 국제 협업을 이어왔다. 특히 2025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행사 가운데 하나인 국제전자예술심포지엄(ISEA2025)을 서울에서 개최하는 데 참여하며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방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올해 사간동으로 공간을 옮겨 새롭게 출발한 아트센터 나비의 재개관전 역시 이러한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진수 작가의 개인전 ‘뜸’은 회화와 키네틱 설치를 통해 기계와 자연, 시간과 생명이라는 관계를 탐구했다. 앞서 선보인 ‘코드, 하나의 캔버스: AI 시대의 창의적인 그래픽’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시는 AI와 코드, 그래픽을 예술 창작의 새로운 도구로 바라보며 기술이 예술가의 창의성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김희영 포도뮤지엄 총괄 디렉터 [사진=김희영 SNS]

노관장 못지않게 김희영 포도뮤지엄 총괄디렉터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원 석사과정을 3학기까지 마치고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MBA 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영 총괄 디렉터의 손길이 닿은 포도뮤지엄은 예술을 통해 인간과 사회, 공존의 문제를 바라본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은 모나 하툼, 제니 홀저, 라이자 루, 사라 제, 이완, 송동 등 국내외 13명의 작가가 참여한 전시로 인간의 유한함과 기억, 갈등, 생명, 공존을 다룬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작은 모습을 출발점으로 삼아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 연약한지 상기하고 서로 연결될 가능성을 찾는다.

포도뮤지엄 전경 [사진=홈페이지 캡처]

포도뮤지엄은 오는 9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단색화 거장 하종현의 미국 첫 회고전을 지원하고,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글로벌 기관과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하종현 회고전이 열리는 기간인 10월 3일부터 RM의 개인 소장품 전시 ‘RM X SFMOMA’가 열릴 예정이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미술관의 개성과 행보는 노관장과 김디렉터의 캐릭터만큼이나 다르다. 나비가 ‘새로운 기술과 예술의 미래’를 실험하는 공간이라면, 포도뮤지엄은 ‘미래를 살아갈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공간에 가깝다.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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