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드론도 미사일도 막는다…K2 전차, 3.4조 투입해 '생존성' 강화

김유진 기자

5월28일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2026 합동화력훈련'에서 K2 전차가 120㎜ 활강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유진기자] 육군 주력 전차인 K2 전차가 대전차미사일뿐 아니라 드론 등 새로운 전장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대적인 성능개량에 들어간다.

북한의 무인체계 전력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통해 전차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능동방호체계(APS)와 드론 재머,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1일 국방부에서 열린 제17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K2 전차 성능개량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고도화된 적 대전차 위협에 대응해 K2 전차의 생존성과 전투수행 능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사업 기간은 2028년부터 2046년까지이며 총사업비는 약 3조4480억원으로 책정됐다.

◆ 맞고 버티는 전차에서 '먼저 막는' 전차로

이번 성능개량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능동방호체계다.

능동방호체계는 전차를 향해 날아오는 대전차미사일이나 로켓 등을 탐지해 위협이 전차에 도달하기 전에 무력화하는 장비다. 장갑을 강화해 피격 이후 피해를 줄이는 수동방호와 달리 공격 자체를 전차에 도달하기 전에 차단한다는 점에서 전차의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

능동방호체계는 크게 하드킬과 소프트킬로 나뉜다. 하드킬은 대응탄을 발사해 날아오는 위협체를 물리적으로 파괴하고 소프트킬은 전자장비를 이용해 미사일의 유도나 탐지를 방해한다. 현재 K2 전차에는 미사일 유도를 방해하는 소프트킬 체계가 적용돼 있지만 이번 성능개량을 통해 하드킬 능력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K2 전차에는 드론·급조폭발물 재머도 탑재한다. 재머는 전파를 교란해 드론의 통신·제어를 방해하는 장비다. 최근 전장에서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른 자폭 드론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원격사격통제체계도 추가된다. 해당 체계를 활용하면 승무원이 차체 밖으로 노출되지 않은 채 전차 내부에서 외부 무장을 원격 조작할 수 있어 근거리 보병이나 드론 등 전차 주변의 위협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 북한도 드론·미사일 대응 전차 개발…달라진 전장 환경

K2 전차 성능개량의 배경에는 전차를 둘러싼 전장 환경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북한의 신형 전차 개발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은 지난 3월 신형 전차 '천마-20'이 참가한 보병·전차 합동 공격훈련을 공개했다. 당시 북한 매체는 신형 전차에 탑재된 능동방호체계를 시험했으며 전차를 향해 접근하는 대전차미사일과 무인기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역시 전차에 대한 대전차무기와 드론 위협을 고려한 전력화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또 러·우 전쟁에서 나타난 전차의 취약성도 성능개량의 필요성을 키웠다. 저가의 FPV 드론이 전차를 공격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기존 전차가 상정했던 교전 방식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군사전문지 밀리터리리뷰는 우크라이나전에서 FPV 드론이 장갑차량의 손실을 크게 늘리는 요인으로 자리 잡았으며 전차가 전면 장갑이 아닌 상대적으로 방호력이 낮은 측면과 후면, 상부에서 공격받으면서 기존 기갑전술에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결국 현대전에서는 전차의 화력과 기동력뿐 아니라 대전차미사일과 드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탐지·교란·요격할 수 있는지가 생존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 생존성 높이는 K2 전차…유럽시장 경쟁력도 겨냥

이번 K2 전차 성능개량은 우리 군의 전력 보강뿐 아니라 K2 전차의 해외시장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 지난해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규모의 2차 이행계약을 체결한 데에 이어 지난 7월 210대 안팎의 3차 이행계약까지 협의 하는 등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폴란드 수출형 K2 전차인 K2PL에는 이스라엘 라피엘사의 '트로피' 하드킬 능동방호체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방사청은 이번 국내 K2 전차 성능개량에 K2PL에 적용되는 능동방호체계보다 진전된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K2 전차가 기존의 화력과 기동성에 더해 드론과 대전차미사일에 대한 생존성까지 확보할 경우 유럽 등 해외 전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드론과 대전차무기가 결합된 현대전 환경에 맞춰 전차의 생존 개념을 바꾸는 사업이라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며 "추후 국산 능동방호체계가 확보되면 해외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수출 대상국의 요구에 맞춰 방호체계를 구성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euge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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