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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도 흐트러짐 없이…폭스바겐 ID.4의 ‘기본기’ [시승로그]

윤서연 기자

쏟아지는 신차 정보 속에서 진짜 실력을 가려내기 위해 직접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시승기 연재물 <시승로그>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생생한 주행 경험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폭스바겐 ID.4[사진=윤서연 기자]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화려하게 운전자를 자극하는 차는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운전 재미를 앞세우기보다 차분하게 속도를 올린다. 대신 비가 쏟아지는 도심에서도 차체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폭스바겐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를 타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기본기'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ID.4는 폭스바겐의 전동화 전략을 대표하는 글로벌 전략 모델이다. 국내에는 2022년 처음 출시됐다. 2024년에는 2613대가 팔리며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기준 유럽 브랜드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국내 누적 판매량은 7000대를 넘어섰다.

이번에 시승한 2025년형 ID.4는 주행 성능을 한층 끌어올렸다. 새로운 전기 드라이브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최고출력은 286마력(PS)으로 기존보다 40% 높아졌다. 최대토크는 55.6kg·m로 75% 향상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6.7초다.

수치만 보면 제법 빠르다. 하지만 실제 운전에서는 강한 가속감보다 편안함이 먼저 느껴졌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매끄럽게 붙는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를 운전자에게 과하게 전달하지 않는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D모드에서는 자연스러운 감속이 가능했고 B모드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이지만 그렇다고 전기차 특유의 꿀렁임이 반복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번 시승 기간에는 3일 내내 거센 비가 이어졌다. 노면 곳곳에 물이 고이고 미끄러운 구간도 많아 차량의 주행 안정감을 확인하기에는 오히려 좋은 조건이었다. ID.4는 젖은 노면에서도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속도를 높이거나 고르지 않은 노면을 지날 때도 움직임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급격한 가속이나 운전 재미를 앞세우기보다는 궂은 날씨에도 차분하게 달리는 성격이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 전기차지만 낯설지 않은 얼굴…단정하게 다듬은 SUV

폭스바겐 ID.4 외관.[사진=윤서연 기자]

폭스바겐 ID.4 외관.[사진=윤서연 기자]

외관은 과한 장식보다 단정한 인상이 강했다. 전면부는 좌우 헤드램프를 가로지르는 라인을 중심으로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내연기관차처럼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을 강조하지 않아 전기차라는 점을 드러내면서도 전체적인 형태는 익숙한 SUV에 가깝다.

시승한 프로(Pro) 트림에는 아이큐 라이트(IQ. Light) 엘이디(LED) 매트릭스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다이내믹 코너링 라이트와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도 갖췄다. 비가 많이 내리거나 주변이 어두운 환경에서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돕는 구성이다.

측면에서는 짧은 앞뒤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가 눈에 들어온다. ID.4의 전장은 4585mm·전폭은 1850mm·전고는 1625mm다. 휠베이스는 2765mm다. 차체 길이에 비해 앞뒤 바퀴 사이를 길게 확보하면서 실내 공간을 넓히는 데 유리한 비율을 갖췄다.

20인치 휠도 차체와 균형을 이룬다. 전체적으로 날카롭고 공격적인 인상을 강조하기보다 곡선을 활용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냈다. 패밀리 SUV로 접근하기에도 부담이 크지 않은 디자인이다.

폭스바겐 ID.4 운전석.[사진=윤서연 기자]

운전석도 외관처럼 간결한 구성이 눈에 띈다. 운전자 앞에는 주행 정보를 보여주는 아이디 콕핏(ID. Cockpit)이 자리 잡았고 기어 셀렉터는 운전대 뒤쪽 컬럼에 배치됐다. 기존 골프 등 폭스바겐 내연기관 모델에서 익숙한 센터콘솔 방식과 달라 처음에는 낯설지만 손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 주행 방향을 바꿀 수 있어 적응은 어렵지 않았다.

센터콘솔에서 기어 레버를 없앤 덕분에 운전석 주변도 한층 깔끔해졌다.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주행할 수 있도록 설정한 점도 눈에 띄었다. 운전자가 출발하기 전 자연스럽게 안전벨트를 매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 골목길에서 드러난 반전…넉넉한 실내까지

도심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장점은 좁은 회전반경이었다. 차체 크기에 비해 앞머리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와 좁은 골목길에서 방향을 바꾸거나 유턴할 때 한 번에 돌아나갈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전장 4.6m에 가까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지만 운전 부담은 크지 않았다. 좁은 길에서도 차체를 다루기 수월했고 도심에서 유턴할 때도 운전대를 여러 차례 고쳐 잡을 일이 적었다. 다만 예상보다 차가 안쪽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만큼 처음에는 조향 감각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폭스바겐 ID.4 2열 모습.[사진=윤서연 기자]

160cm 성인 여성 기준 폭스바겐 ID.4 2열은 여유로운 편이다.[사진=윤서연 기자]

외부에서 보이는 차체 크기에 비해 실내는 한층 넉넉하게 느껴졌다. 전기차 특유의 공간 설계를 활용해 1열은 물론 2열까지 여유를 확보했다. 키 160cm 성인 여성이 2열에 앉아도 무릎 앞에는 충분한 공간이 남았다. 앞좌석 아래로 발을 뻗기도 수월해 장시간 탑승할 때 느껴지는 답답함도 덜했다. 차체 크기를 키우기보다 긴 휠베이스를 활용해 탑승 공간을 확보한 점이 실제 2열에 앉았을 때 체감됐다.

장시간 운전에서는 시트의 편안함도 강점으로 다가왔다. 프로 트림에는 앞좌석 에르고액티브(ErgoActive) 컴포트 시트가 들어간다. 전동식 요추 지지대·허벅지 지지대·메모리·마사지·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실제 장시간 운전한 뒤에도 허리나 허벅지에 부담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 버튼 줄인 실내…터치 조작은 '호불호'

폭스바겐 ID.4 1열.[사진=윤서연 기자]

실내 중심에는 12.9인치 '디스커버 맥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화면이 큼직해 각종 차량 정보를 확인하기 편하고 무선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도 기본으로 지원한다. 프로 트림에는 자연어 음성 인식 기능을 제공하는 보이스 어시스턴트 '아이다(IDA)'도 들어간다.

다만 물리 버튼을 크게 줄인 구성은 호불호가 갈릴 요소다. 공조장치처럼 운전 중 자주 사용하는 기능도 터치 조작 비중이 높다. 온도를 빠르게 바꾸려 할 때 손끝만으로 위치를 찾기 어려워 화면으로 시선을 옮겨야 하는 순간이 잦았다.

특히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전방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이런 불편함은 더 크게 다가왔다. 물리 버튼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적응에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반면 긴급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비상등은 물리 버튼을 유지했다. 급한 상황에서 화면 메뉴를 찾을 필요 없이 곧바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 424km 주행에 28분 급속충전…데일리 전기차로 충분

폭스바겐 ID.4 데이터 화면.[사진=윤서연 기자]

ID.4에는 82.836㎾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된다. 정부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424㎞다. 도심에서는 451㎞·고속도로에서는 391㎞를 인증받았다. 일상용으로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최고 속도는 180㎞까지 가능하다.

충전 성능도 개선됐다. 최대 175㎾ 급속 충전을 지원해 최대 충전 속도를 기준으로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8분이 걸린다. 집과 직장을 오가는 일상적인 이동뿐 아니라 충전 계획을 세운다면 장거리 이동까지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폭스바겐 ID.4 트렁크.[사진=윤서연 기자]

적재 공간 역시 패밀리 SUV라는 성격과 맞닿아 있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543ℓ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575ℓ까지 넓어진다. 여행용 가방이나 부피가 큰 짐을 실어야 할 때 활용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프로 트림에는 전동식 파워 트렁크와 이지 오픈·클로즈 기능도 적용된다.

ID.4 프로 라이트(Pro Lite)는 5299만원·프로는 6040만7000원이다. 지자체 보조금과 전기차 전환지원금을 적용하면 4천 중후반부터 구매할 수 있다.

사실 가격과 성능만 놓고 보면 선택지가 많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단번에 눈길을 끄는 차는 아니다. 다만 직접 운전하면서 체감되는 부분은 분명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노면에서도 차체 움직임은 안정적이었고 좁은 골목이나 유턴 구간에서는 작은 회전반경이 꽤 유용했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장시간 운전에도 부담이 적었던 시트 역시 인상적이었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재미나 화려한 기능을 기대한다면 다소 심심할 수 있다. 대신 도심에서 편하게 다루고 장시간 운전할 때 피로가 적은 차를 찾는다면 눈여겨볼 만한 모델이다.

윤서연 기자
yun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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