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애 따라 ‘N차방한’ 동남아 팬 늘어도…관광 전략은 걸음마

장주영 기자

[사진=챗GPT 생성]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K-팝과 K-콘텐츠를 따라 한국을 반복해 찾는 동남아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의 팬덤 소비를 산업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연 관람뿐 아니라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굿즈를 구매하고, 촬영지와 소속사를 찾아다니는 ‘성지순례형 관광’ 방식이 여전히 팬덤 커뮤니티 내에서 자체적으로 공유되는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12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방한 관광시장에서 동남아 K팝 팬덤은 중국과 일본에 집중된 외래객 시장을 다변화할 차세대 관광객으로 주목받고 있다.

큰 인구 규모와 젊은 연령구조, 높아지는 소득 수준 등으로 해외 여행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K팝은 관광객이 한국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서비스수출 관점에서 본 관광산업의 성장효과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는 동남아 방한 수요를 설명하는 중요한 ‘비가격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실제 외국인의 한국 방문 이유 중 K팝과 한류스타를 꼽는 비중이 2022년 7.7%에서 올해 17.1%로 3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현재 동남아 팬덤 관광객의 소비 방식과 관광 동선은 콘서트나 팬미팅 등 방한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는 이벤트를 중심으로, 남는 시간에는 아티스트 관련 촬영지와 엔터테인먼트사, 굿즈숍 등을 찾아다니는 형식이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관련됐는지가 여행지를 결정한다. K-팝뿐 아니라 뮤지컬 등으로 관심 영역도 넓어지면서 특정 장소나 상품이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 새로운 관광 동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실제 홍대·합정 등에서는 포토카드와 앨범, 응원봉 등 굿즈를 거래하는 리커머스 매장까지 관광 동선에 포함되고 있다. 국내 관광객에게는 평범한 중고거래 매장이나 굿즈숍이지만 해외 팬들에게는 자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직접 찾아볼 수 있는 ‘목적지’가 된다.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3월20일 명동거리에 외국인 관광객이 가득하다. [사진=장주영 기자]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요를 한국 관광산업이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동남아 관광객은 모바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숙해 다양한 채널에서 아티스트와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접한 뒤 실제 방한 일정에 반영한다. 소비가 이뤄지는 매장과 촬영지 정보를 얻는 방법도 팬덤이 만들어내는 관광 코스나 커뮤니티로, 사실상 관광객 스스로 찾아 이동 동선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러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1~2개 그룹을 좋아하는 개별 팬덤 성향도 존재한다. K-팝이라는 거시적인 산업에 이끌려 방한을 계획하기보다는 특정 그룹의 자취를 따라가거나 연관 장소를 방문하고 싶어 여행 일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여행플랫폼(OTA)이나 정부 지원 관광 상품은 세분화되는 팬덤 취향에 맞추기보다는 거시적인 K-팝 산업을 체험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아티스트가 함께 출연하는 콘서트 티켓과 숙박을 묶는 패키지 상품이나 유명 굿즈 매장을 방문하고, K-팝 춤을 추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에 방문하는 형식이다. 팬덤별 관광 일정을 제안해주더라도 이미 팬덤 커뮤니티 내에서 알려진 명소를 묶어 안내하는 정도에 그친다.

때문에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N차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콘텐츠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데다, 특정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관광객은 언어와 정보 부족에도 관련 장소를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윤혜진 경기대 관광개발경영학과 교수는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공연 이전까지는 관련 경제효과 측정이나 연구가 부족했다보니 현재까지도 관련 관광 상품은 반복적이거나 비슷한 유형에 머무르는 등 획일화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수년 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관광 콘텐츠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팬덤을 단일화해 바라보는 현 상황에 관련해선 “공연이 없더라도 아티스트의 생일을 기념해 ‘생일 카페’에 방문하거나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팬덤별, 팬 개인별로도 취향과 취미가 나뉜다”며 “각 팬덤이 원하는 관광의 패턴이나 코스가 다른 만큼 세분화된 정보와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와 OTA, 여행사 등 두 산업 간 융복합적인 협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티스트 기획사의 협조없이는 팬덤을 끌어들일 깊이 있는 상품이 나오기 어렵고, 관광상품 개발 전문 인력 없이는 기획사 단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윤 교수는 “목적성이 강한 글로벌 팬덤 경제를 기반으로 상품 패키지를 개발한다면 관광객의 소비를 촉진하고 새로운 방한 수요를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며 “팬들이 이미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성지순례 동선을 관광산업과 엔터테인먼트 기획사가 어떻게 체계적으로 연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주영 기자
jyjang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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