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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살리려 ‘홀드백’…자칫 교각살우 될라 [강소현의 방송통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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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현 기자

초등학교 시절 학교가 학부모에게 보내던 ‘가정통신문’처럼, ‘강소현의 방송통신문’은 방송통신 시장을 둘러싼 정책 흐름을 전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발표보다 그 이면의 정책 방향과 업계 기류에 주목하며, 지금의 논의가 시장에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정부가 이달 중 영화 ‘홀드백(방영 유예기간)’ 문제에 결론을 낸다. 일정 기간 영화를 극장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해 관객을 유도하고, 영화로 번 수익이 다시 제작·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극장을 오래 보호하는 것이 곧 영화산업의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제작·배급사가 수익성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유통 플랫폼을 선택해온 만큼, 유통 시점 제한이 오히려 작품에 따라 투자금 회수 기회를 좁히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결국 관건은 홀드백 기간만이 아니라 영화 한 편의 수익을 극대화해 다시 제작·투자로 연결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문체부, 홀드백 중재안 8월 중 결론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4일 ‘한국영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 회의를 열고 홀드백 관련 중재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5월 영화 제작·투자배급·상영·TVOD·SVOD 업계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출범했다. 한국 영화 유통구조 개선이 목적으로, 홀드백 자율이행협약 체결과 스크린 상한제 마련을 주요 의제로 정했다.

홀드백은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뒤 케이블TV·IPTV·OTT 등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기까지 두는 기간이다. 일정 기간 영화를 극장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해 관객의 극장 방문을 유도하는 장치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배급사가 작품별 관객 수와 흥행 성과 등을 고려해 홀드백 기간을 자율적으로 정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극장 관객이 급감하고 OTT 이용이 확산하면서 극장 개봉 후 짧은 기간 안에 OTT로 이동하거나 아예 극장을 거치지 않는 작품도 등장한 것이다. 업계는 이처럼 짧아진 홀드백이 관객의 극장 방문 유인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해왔다.

◆120일이냐 180일이냐…예외 기준도 관건

이번 중재안의 최대 쟁점은 ‘홀드백 기간’이다. 현재 문체부는 영화 개봉일을 기준으로 120~180일 사이에서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체 논의의 계기가 된 임오경 의원안은 최대 6개월(180일)의 홀드백을 두는 내용이었다.

업계에선 120일과 180일 사이에서 양측 입장을 절충한 150일 안팎으로 홀드백 기간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간을 두고 사업자 간 이해관계는 첨예하다. 일반적으로 홀드백이 길수록 극장이 관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은 늘어나고, 제작·배급사는 TVOD와 OTT 등 후속 판권을 통한 수익 회수가 늦어진다.

특히 극장에서 충분한 관객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아예 개봉 기회를 얻지 못한 영화까지 후속 유통을 장기간 제한하면, 작품의 화제성과 상품 가치가 떨어진 뒤에야 2차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문체부 역시 모든 영화에 같은 기간을 적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별도의 예외 기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6월 발간한 ‘한국영화 수익극대화를 위한 홀드백 분석 연구’도 일률적인 홀드백 적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화별 규모와 흥행 특성에 따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통 시점은 달랐다. 화제성이 상대적으로 짧은 중소 규모 영화는 약 45일 이후 2차 유통에 진입하는 것이 수익 극대화에 유리한 반면, 대작은 105일 이상의 홀드백도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제작사와 투자사는 투자금을 최대한 빨리 회수해야 하는데 극장에 걸리지 못한 영화까지 6개월 동안 OTT나 VOD로 유통하지 못하게 하면 사실상 ‘창고 영화’로 묵혀두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멀티플렉스가 특정 흥행작에 스크린을 집중하고 다른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상황도 생각해야 한다. 극장에 걸리지도 못한 작품에 동일한 홀드백을 적용한다면 해당 작품은 다른 유통 경로를 선택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극장이 위기의 시작일까…먼저 무너진 TVOD

다만 업계에선 홀드백 논의가 ‘기간’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홀드백 단축 자체가 영화 유통의 중심이 OTT로 이동한 결과인 만큼, 기간을 다시 늘린다고 영화산업의 위기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영화 유통시장의 위축은 이미 순차적으로 진행돼왔다는 평가다. 극장에 앞서 먼저 타격을 받은 곳은 유료주문형비디오(TVOD) 시장이다. OTT 이용이 늘면서 TVOD를 거치지 않고 OTT로 직행하는 영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PTV 3사는 2022년 글로벌 OTT로 쏠리는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약 3000억원 규모의 공동 콘텐츠 수급 브랜드 ‘아이픽(IPICK)’을 출범시켰지만,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이후 신규 작품을 내놓지 못하며 사실상 활동을 멈췄다.

TVOD 의 위축은 영화산업의 투자 선순환에도 영향을 미쳤다. TVOD는 영화 한 편의 결제 수익 일부를 제작·배급사와 나누는 수익배분형(RS) 구조다. 즉 TVOD 시장이 줄어들면 제작·배급사가 극장 이후 추가 수익을 확보할 기회도 줄고, 이는 다시 다음 작품에 투자할 여력의 감소로 이어진다.

더욱이 OTT도 줄어든 수익 공백을 메워주지 못했다. 제작·배급사는 OTT에 영화 판권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이후 해당 영화의 흥행이 추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입자를 오래 붙잡아두는 것이 중요한 구독형 OTT의 특성상 투자가 시리즈물 등에 집중되면서, 영화로 확보한 이용자와 수익이 다시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약해졌다.

◆극장 보호 넘어…영화 IP 전체 수익 키워야

문체부도 TVOD 시장의 위축을 인식하고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관 할인권과 유사하게 TVOD에서 영화를 건별 결제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플랫폼의 경쟁력까지 회복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미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OTT로 이동한 상황에서 유통 시점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소비자를 다시 극장과 TVOD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또 다른 전문가는 "홀드백이 법제화된다고 해서 OTT가 반드시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일부 화제작은 마케팅 차원에서 높은 가격을 주고 빠르게 확보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홀드백이 길어지면) 콘텐츠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떨어져 OTT에 유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코로나19 이전에 1인당 극장 방문 횟수가 과잉에 가까울 정도로 많았다"며 "지금은 다른 주요 국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라 보면 과거와 단순 비교하기보다 영화시장이 일종의 ‘뉴노멀’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홀드백 논의를 단순한 ‘극장 보호’를 넘어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의 전체 수명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의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고 본다. 영화 한 편이 생애주기 전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이미 극장 이후 수익화 경로를 넓히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에선 투비(Tubi) 등 FAST가 성장하고 최근에는 짧은 에피소드 중심의 ‘마이크로 드라마’ 플랫폼도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했다. 콘텐츠를 하나의 창구에 오래 묶어두기보다 다양한 유통창구를 거치며 수익화할 기회를 넓히는 방식이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홀드백은 유통단계 간 공개 시점을 조절하는 장치일 뿐, 특정 플랫폼을 영구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개별 플랫폼이 아니라 극장부터 TVOD·SVOD, FAST·지상파, XR까지 아우르는 전체 IP 포트폴리오의 자본 효율을 높이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문체부는 이달 중 홀드백 기간과 예외 기준 등을 담은 자율이행협약을 마련해 체결하고 9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스크린 상한제 등 상영환경 개선 논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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