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폰 8억대에 스테이블코인 담는다”…삼성, 디지털 금융판 흔든다 [코인 레이더]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월렛서 결제·리워드·디지털 자산 연결…61개국 서비스
두나무 지분 4% 투자로 인프라 확보…애플·구글과 금융 경쟁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삼성전자가 전 세계 8억대가 넘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앞세워 스테이블코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삼성월렛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삼성 계열사들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투자했다. ‘지갑’부터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이 가진 최대 무기는 8억대가 넘는 갤럭시 스마트폰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숙제로 꼽혀온 ‘유통망’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별도의 가상자산 앱이나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삼성월렛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가상자산이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억대 갤럭시가 스테이블코인 유통망으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6’에서 삼성월렛의 금융 서비스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가치 이전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리 딘햄 삼성전자 스마트폰 담당은 “삼성월렛을 통해 빠르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가치 이전을 구현할 것”이라며 “결제, 리워드, 디지털 자산을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누릴 수 있는 연결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삼성월렛은 현재 세계 61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국내 이용자만 1900만명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8억대 이상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지원할 경우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가상자산 투자은행 아레타의 조셉 고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가상자산 대중화의 가장 큰 장애물은 신규 이용자 확보이며, 유통 채널이야말로 가장 희소한 자산”이라며 “삼성은 이미 거대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USDC를 비롯한 주요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유통 플랫폼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했다.
크립토 플랫폼 솔스티스의 벤 나다레스키 대표도 “가상자산 시장은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일상적인 결제로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매일 사용하는 삼성월렛에 스테이블코인이 들어온다면 가상자산 유통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두나무 4% 투자…지갑 넘어 인프라까지
삼성은 가상자산을 담을 ‘지갑’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에도 손을 뻗고 있다.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 등 삼성 계열 3사는 지난 5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4.0%를 6128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단순한 지분 투자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 사업을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디지털 자산 인프라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와 가상자산 기반 금융 SI, AI 기반 차세대 결제 사업 등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삼성월렛이 8억대 갤럭시를 통해 ‘유통망’을 제공한다면 두나무 투자는 그 아래에 깔리는 ‘인프라’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향후 원화·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 삼성의 사업 확장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과의 연결고리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자·마스터카드·구글·블랙록 등 140여 기업이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연합체 ‘오픈스탠다드(Open Standard)’에 참여하고 있다.
오픈스탠다드가 올해 하반기 출시를 예고한 ‘오픈USD(OUSD)’는 준비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을 참여 기업과 공유하는 구조다. 향후 OUSD가 갤럭시 생태계와 연계될 경우 삼성은 스테이블코인의 유통뿐 아니라 관련 수익을 확보하는 사업 모델까지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구글과 디지털 금융 경쟁…실제 결제 확산이 관건
삼성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결제와 금융, 디지털 자산을 하나로 묶는 모바일 금융 생태계다. 미국에서 시범 출시한 자체 신용카드 ‘삼성 갤럭시 카드’와 보안 기술인 삼성 녹스(Knox), 삼성월렛까지 연결하면 스마트폰 하나에서 결제·리워드·디지털 자산을 이용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애플·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경쟁도 불가피하다. 삼성은 전 세계에 깔린 갤럭시 단말을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유통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울 수 있다.
다만 8억대의 스마트폰이 곧바로 8억명의 스테이블코인 이용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과 서비스가 얼마나 확보되느냐가 관건이다.
글로벌 웹3 투자사 애니모카 브랜즈의 야트 시우 회장은 “삼성의 이 같은 행보는 애플이나 구글과 비교해 크립토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강력한 우위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일상 결제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가맹점과의 연동과 실질적인 사용처를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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