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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株 사라더니 목표가는 30% 뚝”…증권가 ‘고무줄 목표가’ 논란

강기훈 기자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하이닉스 목표가 270만~470만원…200만원 차이

목표가 대폭 낮춰도 투자의견은 ‘매수’ 유지

[디지털데일리 강기훈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자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도 널뛰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목표가를 끌어올리던 증권사가 한두 달 만에 30% 넘게 낮추는가 하면, 같은 종목을 놓고 증권사별 목표가가 수십%씩 벌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특히 목표주가를 대폭 낮추면서도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를 유지하는 경우가 잇따르면서 증권사의 목표주가가 투자 판단의 잣대로 얼마나 유효한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55만원에서 37만원으로 32.7% 낮췄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도 42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33.3% 내렸다. 두 종목 모두 목표가를 3분의 1가량 낮췄지만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 상승폭 둔화와 중국 노광기 국산화 이슈, 글로벌 비교기업의 밸류에이션 변화 등을 반영해 목표가를 조정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주가 하락에도 펀더멘털 훼손이 확인되지 않았고, SK하이닉스 역시 이익 체력과 재무 안정성 등을 감안하면 주가 하락폭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증권사들의 눈높이는 더 크게 엇갈렸다.

지난달 30일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20만원에서 270만원으로 35.7% 낮췄다. NH투자증권은 410만원에서 340만원으로, 대신증권은 390만원에서 320만원으로 각각 하향했다. 삼성증권도 3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목표가를 내렸다.

반면 같은 날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80만원에서 470만원으로 23.7% 올렸다. 같은 기업을 두고 한 증권사는 270만원, 다른 증권사는 470만원을 적정 가격으로 제시한 셈이다. 목표가 차이만 200만원에 달한다.

전망이 엇갈린 배경에는 메모리 가격과 실적에 대한 판단 차이가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보수적인 메모리 가격 전망을 반영해 2026년과 2027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낮췄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전망을 오히려 상향했다.

삼성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8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18개 증권사가 관련 보고서를 냈지만 목표주가 조정 방향은 엇갈렸다.

키움증권은 목표주가를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낮춘 반면 KB증권과 IBK투자증권은 목표가를 올렸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기존 목표가를 유지했다.

문제는 이처럼 목표주가를 크게 낮추면서도 ‘매수’ 의견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목표주가는 향후 실적 전망과 적용 밸류에이션 등을 바탕으로 산정된다. 전망치를 낮추더라도 새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보다 높아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면 ‘매수’ 의견을 유지할 수 있다. 목표가 하향과 매수 의견 유지가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수’라는 투자의견보다 목표주가가 얼마나, 왜 바뀌었는지를 더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전망이나 적용 밸류에이션이 달라지면 목표주가가 짧은 기간에도 수십%씩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처럼 반도체주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증권사의 목표주가가 실제 주가 흐름을 뒤따라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같은 기업을 두고 목표가가 200만원씩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투자자들이 숫자 자체보다 산정 근거와 전제의 변화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마다 다르겠지만 단순히 현 주가에 맞춰 목표주가를 수정하는 게 아닌 각자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고 컨센서스를 내놓는다”며 “또 모든 증권사가 비슷한 목표주가를 내놓는 것도 사실 말이 되지 않으며 지금과 같이 다양한 의견이 시장에 제시될 때 투자자에게는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kk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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