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디지털헬스케어 인력구조…“주니어 줄고 시니어·융합형 인재 뜬다”

[사진=구글 제미나이 이미지 생성]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인공지능(AI) 확산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인력 수요를 단순히 늘리거나 줄이는 것을 넘어 조직 구조와 채용 기준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 코딩이나 데이터 처리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주니어 인력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AI를 활용해 복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시니어·융합형 인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11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발간한 보고서 ‘AI 전환기, 디지털헬스케어 사례로 본 기술인력 수요 변화의 특징과 대응 전략’에 따르면 AI 도입에 따른 인력 변화는 인원 증감뿐 아니라 인력구조·요구역량·채용방식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황은혜, 홍성민 연구팀이 작성했다.
디지털헬스케어는 AI와 데이터, 의료기술이 결합된 대표적인 융합 산업이다. 국내 시장 매출은 2024년 7조7049억원으로 전년보다 18.7% 증가했다. 다만 전체 사업체 4980개 중 20인 미만 기업이 4198개로 84.3%를 차지할 정도로 소규모 기업 중심 구조다.
인력 구성에서도 연구개발 중심 성격이 두드러졌다. 2024년 기준 전체 종사자 4만4730명 가운데 산업기술인력은 1만5635명으로 35.0%를 차지했다. 이 중 연구개발직이 6879명으로 44.0%에 달했다. 바이오산업 20.6%, 의료기기산업 11.8%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령별로는 40대가 5508명(35.2%)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5031명(32.1%), 50대 2877명(18.4%), 20대 2218명(14.2%) 순이었다. 연구진은 일정 수준의 경력과 숙련이 필요한 직무가 많은 산업 특성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AI가 주니어 업무 대체…400명 조직 100명으로 축소 사례도
변화는 기업 심층인터뷰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 4개 기업은 모두 AI 도입 이후 주니어 인력 비중을 줄이고 시니어 중심 소수정예 체제로 조직을 바꾸고 있었다. 한 기업에서는 과거 주니어 개발자 3~4명이 맡던 데이터 전처리·기초분석 업무를 AI를 활용하는 시니어 개발자 1명이 더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기업은 조직 전체 규모를 과거 400명에서 현재 100명으로 축소했다. 간호사·운동처방사·영양사 등 약 40명이 맡던 건강 코칭 업무도 10만건 이상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학습시키면서 현재 2명 수준으로 줄였다. 연간 약 4억~5억원이라는 동일한 인건비를 놓고 과거에는 주니어 10명을 고용했다면 현재는 시니어 2명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보고서는 AI가 단순 코딩과 데이터 전처리, 기초분석 등 주니어급 업무를 대체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신입을 채용해 교육하기보다 기존 시니어에게 AI 활용 능력을 갖추게 하는 방식의 효율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인 ‘피라미드형’ 조직이 시니어 중심의 ‘역피라미드형’ 구조로 바뀔 가능성을 짚은 것이다.
◆AI 결과 검증하는 인재 중요해진다
채용 기준도 달라졌다. 한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의료 도메인 80점+디지털 기술 80점=160점 인재’로 표현했다. 특정 분야에서 100점짜리 전문성을 갖추는 것보다 의료 현장과 디지털 기술 양쪽을 모두 이해하는 인력이 실제 제품 개발에 더 유용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이 실제 채용공고 211건을 분석한 결과 소프트웨어 실무 역량이 19.4%로 가장 많이 요구됐다. 품질관리·인증·규제 대응과 프로그래밍·개발 구조 이해가 각각 8.5%, 데이터 처리·분석과 임베디드 시스템·하드웨어 제어 역량이 각각 6.6%로 뒤를 이었다.
AI가 기초 업무를 맡기 시작하면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오히려 ‘검증과 판단’으로 이동했다. 기업들은 AI가 만든 결과의 임상적 타당성을 판단하거나 오류·편향을 관리하는 역량을 중요하게 보고 있었다. 향후 새롭게 중요해질 직무로 의료데이터 품질과 윤리적 활용을 관리하는 ‘데이터 큐레이터’, AI 편향과 규제 준수를 관리하는 ‘AI 거버넌스 담당자’ 등도 제시됐다.
문제는 인력 양성 기반이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등으로 학생이나 초기 경력자가 실제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실습할 기회가 제한되면서 기업이 원하는 실무형 융합인재를 배출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 지적이다.
이에 STEPI는 ▲대학-기업 연계 융합인재 경력개발 체계 구축 ▲안전한 의료데이터 기반 실습·프로젝트 교육 인프라 확대 ▲AI 검증·판단·거버넌스 전문가 트랙 신설 ▲채용공고·기업 인터뷰 등을 결합한 인력수요 모니터링 체계 고도화 등 4대 대응 전략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단순한 인원 증감보다 어떤 업무가 AI로 대체되고 어떤 역량의 가치가 높아지는지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교육·재직자 훈련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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