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호 칼럼] 세금 깎아준다고 수도권 떠날 고령자가 얼마나 될까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가주택과 다주택자, 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 증가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보완을 요구하는 의견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종합부동산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거쳐 9월 초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기 이전 2차례에 걸쳐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목소리가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대토론회에서 나온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했는데도 관심이 이 정도인지 궁금해 진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의 종부세법·소득세법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10일 낮 12시 기준 3011건의 입법 의견이 접수됐다. 입법예고는 법령이나 조례 등을 제정 또는 개정하기 전 내용을 미리 공개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받는 절차다. 그런 만큼 합리적인 주장은 적극 반영해야 한다.
입법예고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끄는 부분은 수도권 집을 팔아 비수도권으로 옮기는 고령 1주택자에게는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것이다.
65세 이상인 1세대 1주택자가 수도권 주택을 팔고 지방으로 이주하면 2027년 양도분은 양도세의 50%(5억원 한도), 2028년에는 30%(3억원 한도)까지 감면해 준다는 내용이다. 악용할 소지를 없애기 위해 주택을 처분한 뒤 5년 안에 수도권 주택을 다시 살 경우에는 감면 받은 세금에 이자까지 계산해 추징한다는 안전장치를 뒀다.
세제 개편안에는 종부세 세율의 경우 1주택자 기준으로 주택 가액이 25억~94억원 구간은 현재 1.5~2.0%에서 3.0~4.0%로 세율이 2배로 뛰게 된다. 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크게 올리는 종부세 '핀셋 인상'이라 할 수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9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시가 30억원 이하 실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줄이고 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부담을 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앞서 지난 7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는 "실제로 거주하는 30억원 이하 주택은 거의 세 부담을 줄였다"면서 "상위 약 1%에 대해서만 과세를 정상화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하면 현행 부동산 관련 세제에서 상위 1% 이외를 대상으로 하는 보유세는 정상이고 1% 이내는 비정상이라는 얘기인데,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수도권에 있는 집을 팔고 비수도권으로 거처를 옮기는 고령층에 대한 양도세 감면 조치는 서울 강남권의 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자산은 많지만 은퇴 이후 연금 이외에는 소득이 없는 '고자산 저소득' 고령층에게 퇴로를 마련해 준다는 전략인 것 같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고가 주택의 매각을 유도해 주택 공급 효과를 얻으려는 목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고령층이 매년 수천만원 수준의 보유세를 내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문답자료를 보면 70살 고령자가 시가 70억원(공시가 50억원) 주택 한 채를 보유해 10년 실거주한 경우 올해 보유세는 1788만원이지만 3262만원으로, 2028년에는 4615만원으로 수직 상승한다.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제시된 의견 가운데는 "'성실하게 한 집에서 오래 살아온 노년층에게 집 팔고 세금 내고 쫓겨나든가, 죽을 때까지 세금 내며 참으라는 현대판 고려장과 다름 없다."는 비판적인 글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 힘 의원은 지난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퇴 후 수입이 없는 서울 강남의 60·70대에게 빨리 집을 팔고 방을 뺀 뒤 외지로 떠나라는 말과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입법예고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견들처럼 이번 세제 개편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강화는 비수도권의 주택을 처분해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강화할 여지도 있다. 지방 매물이 증가하면 수요 부진으로 비수도권 부동산 경기 침체는 장기화할 수 있다.
비거주 1주택자 과세 문제도 국민참여입법센터에는 국가 공무원처럼 근무지를 자주 옮겨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거주 예외 조항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수도권의 은퇴 세대들이 생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가 주택을 처분하고 지방으로 이전할 수요가 얼마나 발생할 지는 미지수다.
고령층일수록 병원을 자주 이용해야 하고, 맞벌이 시대 손자·손녀 돌봄 수요로 자식들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것도 쉽지 않다.
은퇴 이후 거주지와 관련해 물어 보면 "지인이나 친구들이 다 서울에 있어서 내려갈 계획이 없다"고 대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매매 대신 증여 등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주택 규모를 줄여 수도권에서 계속 살게 되면 중소 규모 주택 수요 증가로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요인도 생긴다.
공급 확대나 전·월세 대책 등의 정책 보다는 고가·다주택·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중과세 정책에 초점을 두다보니 파생되는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대출 규제, 세금 압박을 통한 부동산 가격 잡기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수 없이 제기돼 왔다.
고령자들이 고가 주택을 시장에 내놓으면 누가 매입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대출 규제를 강하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이나 중산층들은 고가 주택을 사기 힘들다. 결국에는 현금 부자들이 사들일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 '손바뀜만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민의 56%는 임차인이다. 집 값 안정을 위한 공급 대책을 먼저 내놓고 세제 개편안을 공개하는 것이 옳바른 순서였을 것이다.
주택 공급을 최우선 정책으로 하고 그래도 집 값 안정 효과가 미흡하면 최후 수단으로 세제를 동원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도 정책의 우선 순위는 뒤바뀌고 있다.
수도권에 사는 고령층에게 출구를 마련해 주고 소규모 주택으로 옮기게 하거나 도심 외곽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지역과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정책은 시장 혼선만 가중시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오승호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이제 요금제 바꾸세요” 통신사가 알려준다…6개월 유지 끝나면 자동 알림
2026-09-16 23:06:25온라인서 버젓이 팔린 위치추적기…방미통위, 불법 의심 사업자 경찰 수사의뢰
2026-09-16 23:02:37[2026 AI 이노베이션 포럼] 인프라·독파모·서비스 빠짐없다… 과기정통부 ‘AI 3단 진흥 승부’
2026-09-16 21:27:41[2026 AI 이노베이션 포럼] 박새별 연세대 교수 "AI는 원석, 나만의 보석 깎아내야"
2026-09-16 21:26:36[2026 AI 이노베이션 포럼] 최민근 MBC PD "AI, 도구 넘어 서사 주체로"
2026-09-16 21:2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