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김주무관인데요”…공무원 사칭 ‘대리구매 사기’ 기승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시청 김주무관인데요. 무전기를 대신 구매해 주시면 납품가와 도매가의 차액을 드리겠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교도소, 학교 등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해 소상공인에게 물품을 대신 사달라고 한 뒤 돈을 가로채는 ‘대리구매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6월 말 정부가 신종 피싱 의심계좌를 신속하게 정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뒤 한 달여 만에 관련 신고가 5000건에 육박했다.
9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신종 피싱으로 신고돼 금융회사가 임시 조치한 건수는 총 4935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로맨스스캠이 1527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쇼사기(대리구매 사기) 1376건, 팀미션 사기 84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공공기관을 사칭한 대리구매 사기다. 과거에는 식당에 단체 예약을 한 뒤 고급 와인이나 양주 등을 특정 업체에서 대신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예약 당일 나타나지 않는 방식이 많아 ‘노쇼사기’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자체 공무원이나 교도소 직원, 학교 관계자 등으로 신분을 속인 뒤 전기자재업체와 유통업체,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 접근하는 수법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기범들은 위조한 명함이나 공무원증, 공문서까지 보내 피해자의 의심을 피한다.
신뢰를 얻은 뒤에는 대규모 납품이나 공사 계약을 맡길 것처럼 접근한다. 이어 “내부 감사 때문에 직접 구매하기 어렵다”거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피해자가 평소 취급하지 않는 물품을 특정 업체에서 대신 사달라고 요구한다. 최근에는 소방·위생 점검이나 정부 시책을 내세워 질식 소화포나 세균측정기 같은 물품을 의무적으로 구비해야 한다고 속이는 사례도 나타났다.
실제 피해 사례를 보면 사기범은 한 사업자에게 시청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시청에서 사용할 차량용 무전기가 필요한데 공공기관 납품가보다 일반 도매가가 싸다”며 특정 업체에서 무전기를 대신 구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납품가와 도매가의 차액은 가져가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사기범이 소개한 무전기 판매업체도 가짜였다. 피해자가 물품 대금을 송금하면 그대로 돈을 가로채는 구조다.
교도소 직원을 사칭한 사례도 확인됐다. 사기범은 “구내식당이 공사 중”이라며 출장뷔페 견적을 의뢰해 먼저 피해자와 거래 관계를 만들었다. 이후 “교도소 내부 감사 때문에 특정 치킨을 직접 구매할 수 없다”며 대신 구입해 달라고 요청한 뒤 허위 업체 계좌로 돈을 보내게 했다.
음식점에 위생 민원이 들어왔다며 겁을 준 뒤 돈을 뜯어내는 수법도 있다. 시청 공무원을 사칭해 “조만간 위생점검을 나가겠다”고 통보한 뒤 점검 전까지 오염측정기와 세균측정기를 특정 업체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속이는 방식이다.
FIU는 공공기관 관계자를 사칭한 사람이 대리구매를 요구할 경우 일단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무원증이나 공문서를 받았더라도 해당 기관의 공식 전화번호를 직접 찾아 실제 직원인지 확인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민간 사업자에게 특정 업체의 물품을 대신 구매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는 게 FIU 설명이다.
정부는 이런 신종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6월 30일부터 의심계좌 거래정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 보이스피싱 범죄 범위에 포함되지 않던 ‘재화·용역 거래를 가장한 피싱’도 금융회사가 피해자 신고와 경찰 확인을 거쳐 의심계좌로 판단하면 즉시 임시 거래정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융회사는 제도 시행 이후 신고된 사례 가운데 3750건을 신종 피싱 의심계좌로 분류해 임시 거래정지했다. FIU는 이 가운데 1065건의 거래정지 필요성을 검토해 금융회사에 통지했다.
하주식 FIU 제도운영기획관은 “제도 시행 후 신종 피싱 범죄자금의 흐름이 조기에 차단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전형적인 수법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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