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요금제'의 역설…통신비 줄여도 총지출은 늘 수도

[ⓒ챗GPT 이미지 생성]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이동통신3사가 오는 10월부터 이용자에게 6개월마다 '최적요금제'를 안내한다. 과제는 '최적'을 어떻게 정의하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인공지능(AI) 등 각종 구독서비스가 통신요금과 결합되면서 데이터 이용량만으로 이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요금제를 가려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추천하는 요금제와 실제 이용자에 유리한 요금제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이용행태 분석해 6개월마다 추천…'최적요금제' 뭐가 달라지나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최적요금제의 고지 대상과 방법, 내용 등을 담은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최적요금제는 이용자의 최근 이용 행태를 분석해 더 유리한 요금제를 주기적으로 안내하는 제도다. 복잡해진 통신요금 구조 속에서 이용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고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고시안에 따르면 전년도 이동통신서비스 매출액 1조원 이상 사업자는 계약 체결 다음 달부터 6개월마다 최적요금제를 안내해야 한다.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대상이다.
사업자는 최근 6개월간 음성·문자·데이터 평균 이용량을 기본으로 연령과 직업, 특정 요금제 가입 조건 등을 고려해 추천 요금제를 선정한다. 추천 대상은 현재 이용 중인 요금제 또는 고지일 기준 1개월 이내 가입 가능한 요금제로 제한된다.
또 현재 요금제와 추천 요금제의 이용요금 및 주요 조건, 요금제 변경 시 예상 이용요금과 위약금, 결합·가족할인 및 부가혜택 변동 사항, 최근 6개월 최대 이용량과 기본 제공량 초과 횟수 등도 함께 안내해야 한다.
◆ '최적'을 통신사가 정할 수 있을까…통신 데이터만으론 한계
사업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지점도 '최적'의 기준이다. 정부는 음성·문자·데이터 평균 이용량을 기본으로 하고 OTT, 스마트기기 이용요금 할인 등 부가혜택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당장 최적의 기준을 어디까지 반영할 것인지에 따라 사업자의 시스템 구현 방식도 달라진다. 반영하는 조건이 많아질수록 추천 정확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시스템 부담과 운영 비용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영향분석에선 제도 도입 비용을 약 438억원으로 추산했지만, 향후 반영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사업자의 실제 구축·운영 비용은 이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계산 조건을 단순화하면 처리 속도는 빨라지지만 추천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6개월마다 최적요금제를 산출해야 하는 만큼 결국 정확도와 연산 효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다만 시스템을 아무리 정교하게 구축하더라도 이용자에게 가장 유리한 요금제를 찾아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통신사가 보유한 데이터만으로는 이용자의 전체 디지털 소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통신요금은 더 이상 이동통신 서비스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OTT와 AI 구독서비스가 가계 통신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용자의 실제 지출 구조도 달라졌다.
예컨대 현재보다 월 이용요금이 높은 요금제라도 OTT나 AI 서비스 이용료까지 포함하면 전체 지출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신용카드 할인이나 개별 프로모션을 활용해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라면 통신사 결합요금제보다 현재 이용 방식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
문제는 통신사가 자사 요금제와 결합상품 이용 여부는 파악할 수 있지만, 이용자가 외부 구독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고 얼마를 지출하는지까지는 알기 어렵다. 결국 통신사가 제시하는 '최적'은 통신사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안에서의 최적일 뿐, 이용자의 실제 총지출 기준 최적의 선택과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소비자가 원하는 건 '최적요금제'일까…정책 목표와 소비자 편익의 간극
최적요금제 제도가 실제 소비자 수요와 맞닿아 있는지도 살펴볼 대목이다. 이미 유사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단순히 '더 많은 요금제를 추천받는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이미 '스마트초이스'를 통해 이동통신 요금제는 물론 유·무선 결합상품과 단말기 지원금 등을 비교·조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동통신3사 역시 자체 애플리케이션에서 이용 패턴을 기반으로 요금제를 추천하는 기능을 운영 중인 가운데 정부로서도 기존 서비스와 어떤 차별성을 가질 것인지가 과제로 꼽힌다.
학계에선 가계통신비의 개념이 변화한 만큼 정부도 적정 가계통신비의 기준을 먼저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통신비의 범위가 이동통신을 넘어 OTT와 AI 구독서비스까지 확대된 만큼, 정책도 통신사만이 아니라 전체 디지털 소비를 함께 반영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소비자가 체감하는 편익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최적요금제는 그동안 소비자에게 제공되지 않았던 정보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현재 소비 패턴이 앞으로도 유지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추천하는 방식인 만큼 실제 이용 행태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데이터보다 OTT나 AI 같은 부가서비스 지출 비중이 커지고 있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최적'과는 다를 수 있다"며 "'최적'이라는 표현을 소비자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만큼 기대와 실제 안내 내용이 다를 경우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으니 제도 설계 단계에서 보다 세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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