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클로즈업] 하사비스·제프 딘 이후의 구글… ‘제미나이 2막’ 시험대

제프 딘 전 구글 최고과학자(오른쪽) 27년만에 퇴사한 가운데 데미스 하사비스(왼쪽)가 CEO에서 물려나고 알파벳 최고과학자 겸 구글 딥마인드 회장를 맡는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구글 인공지능(AI)을 이끌어온 핵심 인물들이 잇달아 자리를 옮기면서 ‘제미나이 2막’이 시험대에 올랐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일상적인 조직 운영에서 물러난 데 이어 제프 딘 등 핵심 연구진도 회사를 떠났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프런티어 AI 경쟁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새 리더십이 제미나이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만 구글이 오랜 기간 축적한 AI 연구 역량과 자체 반도체부터 클라우드·검색·업무 소프트웨어까지 연결되는 생태계는 여전히 강점이다.
◆ 하사비스는 연구로·제프 딘은 창업으로…구글 AI 세대교체
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최근 AI 조직의 리더십을 재편했다. 하사비스는 구글 딥마인드 CEO에서 물러나 신설된 알파벳 최고과학자와 구글 딥마인드 의장을 맡는다. 조직의 일상적인 운영 대신 범용인공지능(AGI)과 장기 연구에 집중한다.
구글 딥마인드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코라이 카바쿨루는 수석부사장(SVP)으로 올라 조직의 일상 운영을 맡는다. 알파벳 최고 AI 아키텍트 역할도 이어간다. 제미나이 연구를 제품과 사업으로 연결하는 역할이 한층 커진 셈이다.
구글 AI의 또 다른 축이던 제프 딘도 회사를 떠났다. 딘은 산제이 게마와트, 오리올 비냘스, 쿽 레와 함께 머신러닝·과학 연구 기업 ‘디스커버리 루프(Discovery Loop)’를 설립했다. 구글은 이 회사에 투자하고 클라우드를 제공하지만 핵심 연구진이 동시에 독립했다는 점에서 변화의 폭이 작지 않다.
경쟁사로 향한 인재도 있다. 제미나이 개발을 공동으로 이끌었던 노암 셰이저는 지난 6월 오픈AI로 이동했고, 알파폴드 개발을 주도한 202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존 점퍼는 앤트로픽에 합류했다. 오픈AI·앤트로픽과의 인재 확보 경쟁도 한층 거세졌다.
구글은 2023년 챗GPT 등장 이후 구글브레인과 딥마인드를 합쳐 ‘구글 딥마인드’를 출범시켰다. 하사비스가 CEO, 딘이 최고과학자를 맡아 AI 연구 역량을 한곳에 모았다. 3년 만에 두 사람의 역할이 동시에 바뀌면서 구글 AI도 새로운 리더십 체제로 넘어가게 됐다.
◆ 제미나이 반격했지만…코딩·에이전트는 다시 격전지
리더십 교체 시점은 공교롭다. 구글은 제미나이 시리즈를 앞세워 프런티어 AI 경쟁에서 다시 상위권에 올라섰지만 차기 플래그십 ‘제미나이 3.5 프로’ 출시는 당초 예고했던 6월을 넘겼다. 8월7일 현재도 정식 출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코딩과 AI 에이전트가 과제로 꼽힌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도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코딩과 에이전틱 코딩을 개선해야 할 분야로 직접 지목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3.5 프로를 시험하는 동시에 차세대 ‘제미나이 4’ 학습도 시작했다.
최근 공개된 실무형 모델에서도 분야별 우열이 엇갈린다. ‘제미나이 3.6 플래시’는 에이전트형 코딩 평가 SWE-Bench Pro에서 58.7%로 GPT-5.6 루나(62.7%)와 클로드 소넷 5(63.2%)보다 낮았다. 장시간 소프트웨어 개발 평가 DeepSWE에서도 49%로 각각 67%, 54%에 못 미쳤다.
반면 컴퓨터 직접 조작 능력을 평가하는 OSWorld-Verified에서는 83.0%로 GPT-5.6 루나(72.6%)와 클로드 소넷 5(81.2%)를 앞섰다. 구글 딥마인드의 장문 처리 평가 GDM-MRCR v2에서도 12만8000토큰 기준 91.8%로 두 모델보다 높았다. 코딩에서는 약점을 보인 반면 컴퓨터 사용과 장문 처리에서는 경쟁력을 나타낸 것이다.
◆ 모델 밖에도 무기 있다…TPU·클라우드 앞세운 ‘풀스택 AI’
구글의 경쟁력은 모델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자체 AI 가속기 TPU부터 제미나이, 구글클라우드, 검색, 안드로이드, 워크스페이스까지 AI 개발과 서비스에 필요한 주요 단계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오픈AI·앤트로픽과 차별화되는 구글의 구조적 강점이다.
구글도 최근 ‘풀스택 AI’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구글 AI 포 비즈니스 2026’에서는 컴퓨팅 인프라부터 AI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 사용자 인터페이스(UI)까지 통합 제공하는 전략을 강조했다. 기업용 플랫폼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AI 에이전트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사업 지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구글클라우드 매출은 24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했다. 제미나이 앱 월간활성이용자(MAU)는 9억5000만명으로 늘었고, 알파벳은 AI 수요에 대응해 올해 설비투자 전망도 1950억~2050억달러로 높였다.
결국 ‘제미나이 2막’의 관건은 인재 이탈 이후의 실행력이다. 새 리더십이 최상위 모델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연구 성과를 클라우드와 검색, 기업용 AI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향후 구글의 위치를 가를 전망이다.
이승현 라이너 AI 에반젤리스트는 “구글은 LLM 경쟁에서 오픈AI와 앤트로픽을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 성격이 강했고 그 과정에서 위기론도 여러 차례 나왔다”며 “최근 인재 이탈은 지켜봐야 할 변수지만 알파폴드와 월드모델 등 구글이 축적한 연구 역량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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