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기조에 현금 부담 상승"…美 빅테크 AI 투자 향방 바라보는 '메모리 업계'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이자 부담·현금 악화…투자 속도조절론 부상
스케일 아크로스 한계 극복 속 IPO 실탄 유입…28년까지 확장세 지속
SK하이닉스는 컴퓨텍스 2026에서 HBM4E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배태용기자]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중앙은행의 고금리 기조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불어나면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의 단기 우려와 달리 프론티어 AI 기업들의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과 차입 없는 공모 자금 유입이 인프라 확장을 이끌면서 2028년까지 초고부가 메모리 수요 곡선이 견조하게 유지될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고금리와 현금 악화가 부른 'AI 투자 둔화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누적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축용 자금을 끌어올 때 지불해야 하는 조달 금리 부담이 과거 초저금리 시절과 비교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메타는 AI 인프라 구축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105억달러 규모의 대형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빅테크들의 부채 조달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매년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만 수십억 달러 단위로 늘어난 상태다.
주요 빅테크들이 수년간 진행한 천문학적 시설투자 영향으로 기업의 순수 현금 흐름이 가파르게 줄어든 상황에서 높은 이자율을 감수하며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대출을 받는 재무적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개최된 주요 빅테크들의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는 AI 설비투자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와 경계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및 구글과 메타 등 글로벌 4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은 올해 합산 2000억달러가 넘는 거대 설비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질의응답에서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천문학적인 자금 투입 규모와 비교해 실질적인 수익화(ROI)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집중 지적하며 투자 효율성에 의구심을 표출했다.
주목되는 점은 이 같은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신규 부채를 계속 끌어 써야 한다는 점이다.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던 2020년 전후 2% 안팎에 불과했던 빅테크들의 10년물 회사채 발행 금리가 최근 5%대로 높아진 상태를 유지하면서 기업들의 차입 금리 부담은 과거와 비교해 2배 이상 껑충 뛰며 상환 재무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반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실탄인 자유현금흐름(FCF)은 거대 설비투자 집행 여파로 과거 고점과 비교해 30~40% 이상 대폭 감소하자 증권가 일각에서는 빅테크들이 고금리와 현금 난제를 견디지 못하고 AI 설비투자를 줄이거나 집행 시기를 연기할 것이라는 피크아웃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빅테크들의 AI 설비투자가 실제로 후퇴하거나 속도조절에 돌입할 경우 그 여파는 반도체 부품 생태계 전체로 가파르게 전이된다는 점이다. 서버향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엔터프라이즈 SSD(eSSD) 공급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물론 엔비디아와 TSMC 등 글로벌 AI 공급망 사슬 전체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설비투자 축소가 핵심 부품사들의 출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을 유발하며 수년간 이어져 온 반도체 Super Cycle(슈퍼 사이클)을 단숨에 차갑게 식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스케일 아크로스 한계와 IPO 실탄…2028년까지 꺾이지 않는 인프라
다만 업계에서는 고금리 악재에도 불구하고 AI 인프라 투자가 둔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에서 데이터센터를 분산 임대해 쓰는 종전의 스케일 아크로스(Scale Across) 방식이 심각한 비효율성을 노출하면서 주요 AI 기업들이 자체 메가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떨어진 거점 데이터센터 여러 개를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광케이블로 묶어 쓸 경우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시킬 때 데이터 전송 지연 시간(레이턴시)이 길어지고 광범위한 전력 손실이 발생하는 한계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프론티어 AI 공룡들은 기존 CSP 임대망 의존도를 낮추고 한곳에 10만개 이상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초고속 메모리를 집약하는 자체 메가 AIDC(AI 데이터센터) 직접 건설을 본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공개(IPO) 및 초대형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인 프론티어 AI 기업들이 자본 시장에서 확보할 천문학적인 실탄이 고금리 대출을 대체할 직접 투자 자금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기업가치 13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오픈AI와 20조원대 평가를 받는 앤트로픽은 공모 시장 입성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조달할 공모 자금을 자체 메가 AIDC 건설에 직접 할당한다는 방침이다. 이자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주식 발행 자금이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직행하면서 일부 CSP의 고금리 부담에 따른 투자 축소분을 완전히 상쇄하고 남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고금리 기조로 일부 테크 기업들의 현금 사정이 빡빡해진 것은 사실이나 AI 모델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메가 AIDC 구축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IPO를 통해 유입되는 차입 없는 대규모 공모 자금과 프론티어 기업들의 직접 투자 흐름이 고금리 장벽을 상쇄하면서 2028년까지 글로벌 AI 메모리 및 인프라 시장의 확장을 단단하게 받쳐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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