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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안보 빗장 걸린 中 로봇 부품…틈새 공략 나서는 국내 전자 업계

배태용 기자

FCC·국방부 중국 로봇 부품 규제 강화

테슬라 옵티머스. [사진=테슬라]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전선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넘어 휴머노이드 및 4족보행 로봇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로봇과 핵심 부품에 내장된 카메라·센서를 통한 국가적 정보 유출 위협을 명분으로 고강도 통제 장벽을 구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저가 부품의 수입 우회로가 가로막히면서 테슬라와 피규어AI 등 북미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 보안성과 양산 수율을 고루 갖춘 대체 공급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전 센싱 모듈과 정밀 액추에이터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부품 기업들이 그 빈자리 선점을 위해 북미 시장 영토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 "로봇의 눈과 관절이 안보 위협"…백도어 공포에 막힌 중국산 부품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해외 생산 첨단 로보틱스 기기와 관련 센서·통신 모듈을 국가 안보 위협 장비 목록(Covered List)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미국 내 신규 기기 인증과 수입을 차단하는 규제안을 가동하고 있다.

미 의회 역시 국방권한법(NDAA) 개정안에 미 하원 중국특위의 초당적 법안(GUARD Act)을 포함시켜 중국산 로봇 및 라이다(LiDAR) 부품의 미국 국방 및 주요 산업 시설 입찰을 원천 통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다.

이번 규제는 단순한 완성형 로봇 제품의 미국 입항을 막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로봇에 탑재되는 비전 카메라 모듈과 라이다 및 원격 통신 칩셋 등 데이터 수집 주체 전반을 사전에 검증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 안보 당국이 이처럼 로봇 생태계에 빗장을 걸어 잠근 핵심 배경에는 이른바 백도어(Backdoor)를 통한 무단 정보 유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휴머노이드와 물류 로봇이 미국 내 주요 산업 시설 및 군사 인프라 내부를 오가며 촬영한 3차원 지형 정보와 영상 데이터가 보안 시스템을 우회해 중국 서버로 무단 송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리적 공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해석하는 비전 센싱 모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지능형 감시 장치로 악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동했다.

이 같은 규제 장벽 속에서도 테슬라(옵티머스)와 피규어AI(피규어02) 및 보스턴다이내믹스(차세대 전기식 아틀라스) 등 북미 테크 공룡들의 휴머노이드 양산 투자는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문제는 시제품 제작 단계에서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채택했던 중국산 부품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의 안보 규제를 위반할 경우 미 정부 수주 자격을 상실하거나 공공 물류망 진출이 가로막히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게 된다.

이에 따라 완성차 및 빅테크 진영은 데이터 보안 구속력을 수용할 수 있고 대규모 양산 능력을 확보한 한국 부품 기업들로 눈을 돌리며 공급망 다변화를 타진하는 분위기다.

◆ 비전 센서부터 관절 액추에이터까지…부품 기업의 북미 공략

국내 부품사 중에서는 LG이노텍이 북미 주요 로봇 기업들에 로봇의 시각 역할을 담당하는 비전 센싱 모듈 공급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피규어AI에 고성능 카메라 모듈 공급을 확정한 데 이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차세대 전기식 아틀라스용 비전 센싱 시스템 공동 개발에 참여하며 로봇의 '눈'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로봇용 비전 센싱은 고해상도 카메라와 ToF(비행시간측정) 센서를 결합해 초당 수십 프레임의 공간 데이터를 왜곡 없이 처리해야 하는 고난도 영역으로 LG이노텍의 첨단 광학 기술이 핵심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기는 로봇의 시각 부품뿐만 아니라 '관절' 부품까지 공략 영역을 넓히고 있다. 테슬라 옵티머스 라인에 적용되는 고성능 카메라 모듈 라인업을 기반으로 초소형·고전압 MLCC 및 패키지 기판 공급망에 진입한 데 이어 관절 구동의 핵심인 초정밀 액추에이터 기술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장 사업에서 검증받은 내구성과 온디바이스 AI 부품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로봇 종합 부품 솔루션사로 체질 개선을 이뤄낸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로보티즈와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국내 대표 로봇 강소기업들 역시 로봇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핵심 관절 부품인 정밀 감속기와 일체형 액추에이터를 앞세워 중국산 부품의 빈자리를 공략하며 북미 현지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해외 구동 부품 기업들도 북미 시장의 빈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 개발과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의 정밀 감속기 선두 기업인 하모닉 드라이브와 스위스 맥슨모터 등 유럽의 구동 부품 기업들이 초정밀 관절 및 고출력 모터 선점 경쟁에 박차를 가하면서 관절 부품 영역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과의 기술 쟁탈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국내 부품 기업들이 비전 센싱 분야의 독점적 고지 선점과 함께 관절 액추에이터 등 핵심 구동 부품의 내재화를 이뤄내는 것이 향후 로봇 공급망 주도권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국 안보 통제는 로봇의 눈과 관절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 생태계 전체에서 중국산을 배제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라며 "데이터 보안성과 원가 경쟁력 및 우수한 제조 역량을 동시에 입증한 한국 부품 기업들에게는 북미 빅테크의 핵심 공급망에 안착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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