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립대학 구조개선, 자율에 맡겨선 안 된다

6월 25일 부산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26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세미나' <사진> 교육부
지난해 7월 제정돼 오는 15일부터 시행될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사립대학구조개선법) 시행령 제정안이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사립대학 구조개선을 뒷받침할 법과 시행령 제정 작업이 모두 마무리됨에 따라 전국 사립대에 대한 평가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 법은 2035년 12월 31일까지 10년 간 한시법으로 운영된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2040 대학 구조개선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구조개선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빠른 시일 안에 얼개가 공개되어야 한다.
이 법을 제정한 목적은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는 학교법인과 사립대의 정상화를 위한 구조개선,해산 및 청산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학생이나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을 보호하고 대학의 건전한 발전과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법 조문의 문구로만 보면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사립대학 정상화 또는 폐교 중에서 어느 쪽에 방점을 찍겠다는 것인지는 분간하기 쉽지 않다.
법과 시행령에 의해 구조개선 전담기관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맡게 된다. 재단은 사립대의 재정 상태를 진단해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영위기 대학으로 지정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해당 대학은 보유자산 처분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학과·학부 또는 사립대학 간 통폐합 등으로 생존 방안을 찾게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폐교 또는 학교법인 해산·청산 절차를 밟는다. 학교가 문을 닫거나 법인이 없어지면 부채 등을 정리하고 남은 재산은 학업중단위로금, 면직보상금, 퇴직위로금 등으로 쓰게 돼 있다.
경영위기 대학은 학생 충원율 감소 등으로 재정 결손이 발생한 대학을 말한다. 매년 신입생 정원의 80%도 충원하지 못하는 지방 사립대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는 신입생 충원율을 부풀렸다가 적발돼 사법처리된 대학들도 있다. 통계 수치를 조작하면 엄벌해야 한다.
대학 구조개혁 정책은 역대 정부에서 추진해 왔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정권에 따라 구조개혁의 목표가 바뀌기도 했고, 지방 사립대나 전문대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다보니 대학의 수도권 쏠림과 지역 소멸 부작용이 생겼다.
이번에는 사립대가 폐교할 경우 잔여 재산 처리 문제, 학생의 편입 지원, 교직원 등 구성원 보호 문제 등을 명문화한 법령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지가 엿보인다. 대학의 자율적인 구조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 대학은 공정한 절차를 거쳐 신속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폐교 조치는 제때 이뤄져야 한다.
사립대 구조개선의 초점은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등교육의 구조와 체질을 개선하는데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게 교육 과정을 재설계하는 것이 시급하다. AI가 지식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대학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 지, 학과 구조나 교육 과정을 개편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대학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고등교육 정책의 거점 역할을 해야 한다. 지자체와 기업, 시민들과 협력하는 공동제 중심대학을 요구받고 있다.
공급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학 평가 체계도 수요자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취업률이나 외국인 학생 비율도 중요하겠지만 산학 또는 지역사회 협력 등 대학의 사회적 책임 부문 평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2025년 교육기본통계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25만 3434명으로 전체 재학생(301만여명)의 8%를 웃돈다. 한류 열풍 영향인지, 1년 사이 21.3%(4만 4472명)나 늘었다. 중국(30.2%)과 베트남(29.7%) 출신이 15만 168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우즈베키스탄(6.2%), 몽골(6.0%), 네팔(5.0%) 등의 순이다.
지방대학 가운데는 유학생들의 중도 탈락 비율이 50% 안팎인 곳들도 있다고 한다. 학업과 근로 병행이 어려울 경우 학비나 생활비 부담으로 학업을 그만두고 이탈할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 20만명 시대를 맞아 유학생 유치에 매달리는 정책은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2040년까지 대입 자원이 17만명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대학 구조개선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2030년 중등교사 채용 인원은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고 한다. 여자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학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동창회 반대도 힘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50% 이상으로 높은 편이어서 인구 감소로 대학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17년 간 등록금을 동결하지 않았다면 의존율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시대가 곧 온다. 그렇다고 등록금을 대폭 인상할 수도 없다.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고등교육법에 의해 직전 3년 평균 물가 상승률의 1.2배로 상한을 두고 있다. 올해 인상률 상한은 3.19%이다.
경영위기 대학이 구조개선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체 없이 구조개선 명령을 통해 학생 모집 정지나 폐교 등의 강제 조치를 해야 한다. 경영난을 겪는 사립대학들은 몸집을 과감히 줄여 가령 수산, 신재생에너지, 보건의료 등 지역 주력 산업 특화대학으로 재편하는 등 재정난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종합대학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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