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KAI·대한항공·한화 뭉쳤다…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 '원팀' 가동

윤서연 기자 , 김유진 기자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윤서연 김유진기자] 정부가 차세대 민항기 국제공동개발을 위해 범정부 협력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대한항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국내 항공산업 역량을 하나로 묶어 보잉과 에어버스 차세대 민항기 개발 사업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겠다는 구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최근 대통령비서실과 산업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외교부·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KAI·대한항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추진단은 차세대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참여 기반을 마련하고 정부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꾸려졌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것은 보잉과 에어버스가 추진하는 차세대 단일통로 민항기 개발 사업에 국내 기업들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이다.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기체 구조물과 핵심 모듈 개발에 참여하고 양산 이후 장기간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항공기 체계종합 역량을 갖춘 KAI가 기체 개발을 맡고 대한항공은 구조물 제작과 유지·보수·정비(MRO) 경쟁력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 기술을 기반으로 핵심 추진체계 분야를 맡는 방식이다.

◆ 기체·정비·엔진…기업별 강점 결집

KAI는 국내에서 가장 앞선 항공기 체계종합 역량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T-50·FA-50·KF-21·수리온 등을 개발하며 설계와 체계통합 기술을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민수 항공 분야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와 체결한 민항기·항공우주 분야 업무협약(MOU)도 같은 맥락이다. 양사는 상업용 항공기와 항공기 구조물·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분야 연구개발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기존 파트너십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KAI는 지난 2024년 엠브라에르의 AAM 자회사인 이브 에어 모빌리티의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부품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글로벌 민항기 공동개발 네트워크를 넓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KAI는 에어버스와 보잉의 핵심 협력사로 민항기 기체 구조물과 부품을 공급해 왔다. 지난해에는 미국 콜린스와 에어버스 A350·A320NEO용 엔진 낫셀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민수 기체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보잉과 에어버스에 항공기 구조물과 부품을 공급하며 민항기 제작 경험을 쌓아왔다. 국내 최대 항공사로 축적한 MRO 역량도 강점으로 꼽힌다.

올해 말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면 보유 항공기가 300여 대 규모로 늘어나는 만큼 MRO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자체 정비가 가능한 엔진 모델을 현재 6종에서 오는 2030년 12종으로 확대하고 연간 엔진 정비 물량도 134대에서 5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영종도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목표로 신규 엔진 정비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차세대 민항기의 핵심인 항공엔진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LEAP 엔진과 GTF 엔진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국내 기술 기반 장수명 항공엔진 개발에도 성공했다.

지난 5월에는 우주항공청과 함께 오는 2029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민군 겸용 4500파운드급 고바이패스 터보팬 엔진 개발에도 착수했다. 장기적으로는 3만~4만파운드급 민항기 엔진 개발까지 기술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차세대 민항기 국제공동개발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을 바탕으로 항공엔진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번 사업에서는 엔진 분야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는 방향으로 논의되면서 참여를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역량은 충분"…독자 민항기 개발 기반 마련

정부는 이번 추진단을 통해 기술 개발뿐 아니라 생산설비 확충과 투자 재원 확보 그리고 전문인력 양성도 함께 지원할 방침이다. 최대 100여 개 기업과 협회 그리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내 기업의 대외 협상력을 높이고 글로벌 민항기 공급망 진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지난달 추진단 출범 당시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참여는 국내 항공제조산업이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조 역량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정부와 기업 역량을 결집해 우리 기업이 글로벌 민항기 제조 공급망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 겸 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은 "정부와 기업이 독자 엔진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며 "민항기 개발 역량까지 확보하면 대형 수송기와 다양한 항공 플랫폼 개발로 이어질 수 있고 축적된 기술은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돼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국제공동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설계와 생산 경험이 장기적으로 독자 민항기 개발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항기 산업은 기술력만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로 국제 인증과 공급망 참여 이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자체 개발한 중형 여객기 C919를 상업 운항하고 있지만 유럽 시장 진출에 필요한 유럽항공안전청(EASA) 인증은 아직 받지 못했다. 엔진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사프란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자체 항공엔진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대한항공은 보잉과 에어버스에 부품을 공급하며 민항기 기술을 축적해 왔고 KAI는 전투기 개발을 통해 체계종합 역량을 확보했다"며 "세 회사가 힘을 합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항기 시장은 기술력뿐 아니라 국제 인증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산업"이라며 "국제공동개발에 참여해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내 민항기 개발 역량을 키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서연 기자 , 김유진 기자
yun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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