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확실성에…금융권 수장들, 여름휴가 언급도 ‘쉬쉬’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제공]
증시·환율 변동성에 가계대출 현안까지 산적
금융지주 회장들 휴가 일정 공개도 꺼려
[디지털데일리 이호연기자] 증시와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가계대출 관리 등 금융 현안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금융지주 회장들이 여름휴가 일정조차 공개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휴가 계획을 알렸다가 자칫 위기 대응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 회장 상당수는 여름휴가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외부에 공개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하루나 이틀 정도 국내에서 짧게 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휴가를 전혀 가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분위기상 일정을 따로 알리기는 조심스럽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용히 다녀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지주 관계자도 “통상 회장 휴가 일정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지만, 올해는 특히 이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권의 긴장감은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시장 점검에 나서면서 한층 높아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남미 3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7시간 넘게 부동산과 주식시장 관련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제도 보완과 부동산 공급 대책, 실수요자 금융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을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예정했던 휴가를 미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28일로 잡았던 여름휴가를 취소했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이달 3일부터 7일까지 예정했던 닷새간의 휴가를 연기했다.
정부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 위원장, 이 원장 등이 참석한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외국인 자금 흐름과 증권사·자산운용사의 거래 동향 등을 들여다보는 24시간 시장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현안은 증시와 외환시장 변동성이다. 코스피가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고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이 커지면서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 등 계열사 전반의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높아졌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대형주의 변동성을 키웠다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선 가운데 금융회사들도 상품 판매와 위험 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하는 분위기다.
가계대출과 부동산 금융 대책도 부담이다. 최근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주택 매매 잔금대출을 둘러싼 실수요자 민원이 제기되자 이 대통령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금융권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실수요자를 보호할 보완책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달 중순 부동산 금융 후속 대책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금융지주들도 대출 규제와 실수요자 지원 기준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 전체가 휴가를 반납한 것은 아니다. 일선 금융회사 임원들은 부서별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휴가를 사용하고 있다. 핵심 경영진은 시장 상황과 정부 정책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에 머물거나 비상 연락 체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회장이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느냐보다 즉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대응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분간 금융지주와 당국 모두 사실상 비상대기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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