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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AI 입법 후반전①] AI 법안 쇄도…분야별 입법 본격화, 과방위 정쟁 과열 ‘변수’

오병훈 기자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일상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회의 입법 움직임도 AI기본법을 넘어 산업·저작권·노동·개인정보·딥페이크 등 개별 영역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국회는 최근 22대 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 지었다. 그간 계류돼 있던 AI 관련 법안에 대한 상임위원회별 심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디지털데일리>가 22대 국회에 발의·계류된 AI 관련 법안을 전수 분석해 입법 현황과 주요 쟁점, 산업별 규제·지원 방향을 살펴본다.<편집자>

[자료=국회의안정보시스템 기반,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최근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도 본격적인 가동 채비에 들어갔다. 인공지능(AI) 산업 진흥과 안전·신뢰 확보를 위한 기본 틀인 ‘AI기본법’이 시행됐지만 국회에는 이를 보완하거나 특정 산업·행위를 별도로 규율하기 위한 후속 법안들이 줄줄이 쌓이고 있다.

4일 <디지털데일리>가 이날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연계 자료를 토대로 AI를 실제 조문상 규율·지원 대상으로 삼은 22대 국회 의안을 분석한 결과 현재 국회에는 AI기본법 개정안부터 피지컬AI 등 산업별 특별법, 생성형AI·딥페이크 규제, 저작권·노동·개인정보·선거 관련 개별법까지 약 52개 법안이 발의됐다. 여기에는 AI를 대상으로 하거나 중심이 되는 법안을 추렸으며 이미 법률로 제정됐거나 위원회 대안에 반영돼 폐기된 의안은 제외하고 현행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법안만 포함됐다.

법안 성격도 다양하다. AI기본법의 제도적 공백을 메우려는 법안이 있는가 하면 피지컬AI·바이오·데이터센터처럼 특정 산업을 별도 지원하려는 법안, 생성형AI의 결과물과 플랫폼 사업자에게 새로운 책임을 부과하는 규제 법안도 동시에 등장하고 있다.

AI가 산업 전반에 침투하면서 과방위를 넘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정무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등으로 입법 논의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AI기본법 시행 뒤에도 개정안 19건…‘공백 메우기’ 입법

가장 많은 법안이 몰린 곳은 AI기본법 자체다. 지난해 말 여러 개정안을 통합한 과방위 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이후에도 현재 별도로 심사를 받고 있는 AI기본법 개정안만 19건이다.

이 가운데 최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안은 고영향AI에 대한 설명요구권과 이용자보호 평가, AI분쟁조정위원회를 담았다. 이훈기 의원(더불어민주당)안은 기본권 침해 위험이 큰 ‘금지된 AI’ 개념을 도입하는 내용이다.

김우영 의원(더불어민주당)안에는 전 국민 AI 활용·윤리교육과 역량 검정을, 최은석(국민의힘) 의원안은 AI 확산에 따른 고용환경 변화와 노동전환 대응을 AI 기본계획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들 법안은 과방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최근 발의안은 AI 기술 변화에 더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안은 자율적으로 파일을 열람하거나 명령을 실행하는 ‘AI 에이전트’에 대한 권한 범위와 위험평가·인간 감독체계를 규정한다.

채현일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은 공공기관이 외부 AI를 사용할 때 사전 보안심사와 데이터 외부전송 차단, 접근기록 저장 등을 의무화한다. 안철수 의원(국민의힘)안은 생성형AI 결과물 표시 책임을 모델·API 등을 개발하는 사업자와 이를 실제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나눠 부담하도록 했다.

의안정보시스템 기준으로 현재 19건 가운데 7건은 법안소위로 넘어갔으며 나머지는 과방위에 회부돼 전체회의 상정을 기다리는 단계다.

AI기본법이라는 단일한 기본법을 완성하기보다는 실제 서비스 확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데이터·고용·보안·아동 보호·AI 에이전트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덧붙이는 방식의 입법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피지컬AI·AIDC·AI바이오…산업마다 별도 ‘AI법’

AI 산업이 세분화되면서 AI기본법과 별도로 개별 산업에 특화한 법체계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황정아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피지컬 인공지능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대표적이다. 법안은 피지컬AI 기본계획과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 시범지역 지정, 성능인증과 규제특례 등을 한 법에 담았다. 규제특례 신청에 대한 처리기간을 두고 여러 부처의 규제샌드박스를 한꺼번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AIDC 분야는 이보다 먼저 별도 입법을 마쳤다. 과방위 대안으로 마련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 5월 본회의를 통과해 6월 공포됐다. 반면 박충권 의원(국민의힘)이 별도로 발의한 AIDC 구축·운영 활성화법은 현재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AI와 바이오를 결합한 입법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조인철(더불어민주당)·최형두(국민의힘) 의원 등이 낸 바이오데이터 활용 및 AI바이오 연구개발 촉진법은 과방위 법안소위로 넘어갔다. 김성원(국민의힘)·송기헌(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AI 바이오헬스산업 육성법은 산자중기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중소기업의 AI 전환·도입을 지원하는 별도 제정법들도 잇따라 발의됐다.

AI기본법이 AI 산업 전체의 공통 원칙을 규정한다면 후속 법안은 전력·데이터·실증·인증·금융·세제 등 각 산업이 실제로 요구하는 지원수단을 별도 법률로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AI 생성물 규제, ‘표시’ 방법 규제에서 플랫폼 책임까지 확대

생성형AI와 딥페이크 관련 법안은 산업 진흥보다는 사업자 책임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생성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는 단계를 넘어 게시자와 플랫폼까지 책임 주체를 넓히는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인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부의 AI 생성물 대응 방향을 반영해 마련된 법안이다. 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원입법이지만 정부와 관련 제도 개선 방향을 협의해 마련한 안이라는 것이 조 의원실 설명이다. 현재 해당 법안은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조문별 축조심사까지 진행된 상태다.

조 의원안은 AI 생성물을 직접 제작·편집해 제공하는 자에게 생성 사실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고 누구든 해당 표시를 훼손하거나 위조·변조하지 못하도록 했다. 포털·플랫폼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도 AI 생성물 표시를 지원하고 표시 훼손 등을 막기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표시 의무를 지키지 않은 AI 생성물이나 표시가 훼손·위조·변조된 정보를 정보통신망상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국민의 생명·재산에 명백한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관계부처 요청을 받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플랫폼에 임시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AI기본법이 주로 AI를 개발하거나 AI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투명성 의무를 규정한다면 조 의원안은 생성물이 실제 유통되는 게시자·플랫폼 단계까지 책임체계를 확장하려는 성격이다.

AI 생성물 표시 제도를 둘러싼 여러 의원안이 함께 올라와 있다. 김상훈(국민의힘)·김민전(국민의힘)·전용기(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AI 생성물 또는 딥페이크 표시와 유통 규제를 담고 있으며 일부는 법안소위에서 축조심사까지 진행됐다. 이상휘 의원(국민의힘)의 AI기본법 개정안은 생성물 표시를 훼손·위조·변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으며 김대식 의원안은 가시·비가시 워터마크 방식과 형사처벌까지 제안했다.

최근에는 규제의 무게중심이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표시하는 것’에서 표시가 유통 과정에서 유지되도록 만드는 플랫폼 책임과 피해 발생 시 신속한 삭제·차단 체계를 구축하는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저작권·노동·개인정보·선거까지…과방위 밖으로 번진 AI 입법

AI 입법의 또 다른 특징은 논의가 과방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AI가 기존 산업·사회 규범과 충돌하는 지점마다 해당 분야의 개별법을 고치는 방식의 입법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문체위에서는 AI 저작물 표시와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이용 문제를 다룬 저작권법 개정안이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한 게임에 AI 이용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도 소위로 넘어갔다. 인간의 창의적 개입 없이 AI가 대량 생산한 자료를 도서관 납본·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도서관법과 국회도서관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노동 분야에서는 AI의 ‘판단’이 규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종배 의원(국민의힘)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AI가 직무배치·성과평가·승진·징계 등에 관여한 경우 근로자가 설명을 요구하고 사람에 의한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AI 채용 사실의 사전고지와 알고리즘 편향 검증을 요구하는 채용절차법 개정안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정무위에서는 AI 학습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과 자동화된 의사결정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를 둘러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행안위에서는 선거기간 AI·딥페이크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대신 AI 이용 사실을 표시하고 허위조작정보를 집중 규율하는 방향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법안소위로 넘어갔다. 법사위와 성평등가족위에서도 AI 딥페이크를 이용한 명예훼손·사기·성범죄 등에 대한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진숙 합류한 후반기 과방위…방송 정쟁 대립 우려↑ AI 입법 일정도 변수

법안 내용과 별개로 후반기 과방위 정치적 상황도 변수로 꼽힌다. 국회는 지난달 막바지에 후반기 원 구성을 마무리했고 과방위원장에는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선출됐다. 국민의힘에서는 방송통신위원장을 지낸 이진숙 의원이 과방위에 합류했다.

이 의원의 과방위 배치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일찌감치 여야 간 방송·미디어 현안을 둘러싼 대립이 한층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전반기 과방위에서도 방송 관련 법안과 방통위 현안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충돌하면서 일부 회의가 파행을 빚었던 만큼, 방송 현안이 후반기 상임위 의사일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경우 AI 법안 심사의 속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AI 산업 육성이나 이용자 보호 분야는 방송 현안과 달리 여야 간 정책 방향이 완전히 갈리는 사안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별도 법안 심사는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법안소위에는 이미 AI기본법 개정안과 AIDC·AI바이오·딥페이크 관련 법안이 다수 내려가 있어 후반기 과방위가 어떤 법안을 우선 심사대에 올릴지가 향후 AI 입법 속도를 가를 전망이다.

과방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후반기 국회가 본궤도에 오르며 입법 속도전에 대한 의원들의 의지가 강한 상황”이라며 “다만 이진숙 의원의 가세로 여야 간 정무적 갈등이 장기화되면 법안 처리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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