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관광객은 늘었는데 여행사는 운다…FIT가 뒤집은 관광 공식 [인바운드 빅뱅]下

장주영 기자

정부가 ‘방한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인바운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광객 증가는 유통업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면세점 대신 편의점과 다이소를 찾고, 패키지보다 개별여행을 선호하며, 쇼핑의 무대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고 플랫폼까지 넓어지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인바운드 3000만 시대를 앞두고 달라지는 외국인 소비 트렌드와 유통업계의 대응 전략, 관광 산업의 과제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켄싱턴리조트 지리산하동의 스파 객실 [사진=켄싱턴리조트]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070만9919명을 기록하며 정부의 인바운드 3000만 목표도 한 층 가까워졌지만, 단체관광 중심의 여행사들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개별여행객(FIT)이 방한 관광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인바운드 시장의 무게중심이 ‘송객’에서 ‘콘텐츠’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한 관광시장은 FIT가 주류가 되면서 숙소와 항공권, 관광 관련 예약을 여행사 없이 직접 해결하는 관광객이 대다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방한 외래관광객의 78.4%는 개별여행을 선택했으며 단체여행은 13.1%에 그쳤다.

또 여행 중 단기투어상품을 경험한 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평균 9.3% 지난해 상반기(8.6%)보다 약 0.7p 증가했다. 원하는 콘셉트에 따라 체험과 투어, 숙박을 선택 구매하는 개별 여행 흐름이 나타나는 추세다.

때문에 여행사에 패키지로 객실을 영업하던 호텔들도 세일즈보다도 FIT 관광객을 직접 흡수하기 위한 콘텐츠 강화에 집중한다.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남원예촌 바이 켄싱턴리조트는 구들장 난방 체험과 인근 관광지 무료 입장이 가능한 마패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남 하동 켄싱턴리조트는 인근의 쌍계사 차 시배지와 녹차밭 환경에 맞춰 스파, 다도 체험 등 자연 휴양 콘텐츠를 강화했다. 그 결과 남원예촌과 경남 하동 켄싱턴의 올해 상반기(1~6월)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32%, 33% 증가했다.

자유롭게 한국 곳곳을 여행하려는 FIT 여행객 덕분에 호텔 업계의 인바운드 효과는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7월 기업경기조사(BSI)에 따르면 국내 숙박업 업황 BSI는 지난 6월 71에서 7월 90으로 19점 증가했다. 매출 BSI 역시 85에서 96으로 상승했으며 8월 업황 전망도 90까지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강한 회복세다.

지난 7월16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연합뉴스]

반면 패키지 모객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인바운드 여행사의 경우 정반대의 상황이다. 여행사보다는 직접 온라인여행플랫폼(OTA)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는 FIT 여행객 증가로 방한 관광객 증가가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체관광객 인바운드는 물론 외국 학생들의 단체 수학여행 등 인트라바운드도 줄어들었다”며 “최근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이 모두 FIT 자유여행객이다 보니, 그들을 타깃으로 할 수 있는 상품도 입장권이나 항공권 등으로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수요가 줄어드니 단체 패키지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도 감소했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인바운드 단체 패키지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는 2023년 5월 216개에서 올해 7월 말 130개로 약 40% 감소했다.

중국 FIT 여행객 증가로 단체관광상품 수요가 줄어든 데 더해 저품질 패키지 근절 과정에서 부실 업체가 시장에서 정리된 영향이다.

기존 인바운드 단체관광의 핵심이었던 중국 시장마저 젊은 FIT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단체 패키지 중심의 시장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실제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5년 7월~2026년 6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616만5919명 중 2030세대는 과반을 넘긴 55.6%를 차지했다.

옐로우라운지 전경 [사진=노랑풍선]

업계는 이제 인바운드 여행도 단순 쇼핑 중심의 저가 패키지에서 벗어나 K-컬처와 미식, 스포츠, 웰니스 등 경험형 콘텐츠를 결합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개별여행객이 주류가 된 만큼 여행사도 단체 송객보다는 콘텐츠 기획과 현지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그 중에서도 FIT 수요에 맞춘 소규모 체험형 상품과 맞춤형 투어를 확대하며 변화하는 인바운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바라본다. 여행 일정 전체를 여행사가 관리하는 전통적인 패키지보다 여행 중 하루 또는 반나절 동안 즐길 수 있는 단기 투어 상품에 집중하는 형식이다.

노랑풍선은 올해부터 외국인 전용 상담 공간 ‘옐로 라운지(Yellow Lounge)’를 운영하며 서울·강릉·경주 등 주요 관광지 당일 투어와 숙박형 상품을 확대했다.

항공권과 숙소는 직접 예약하되 미식, K팝, 스포츠 관람, 전통문화 체험 등 현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홈페이지에는 영문 전용 서비스를 마련해 외국인 관광객의 직접 예약도 지원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인바운드를 미래 성장축으로 보고 관련 생태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회사 하나투어ITC를 중심으로 클투, 와그, 피피티투어 등에 투자하며 숙박과 교통, 체험을 아우르는 인바운드 밸류체인을 구축한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K콘텐츠와 스포츠, 문화에 대한 해외 관광객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인바운드 관광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모두투어도 자회사 모두투어인터내셔널을 통해 인바운드 사업 대상을 미주와 유럽, 동남아시아까지 넓히고 특수목적관광(SIT) 기반 사업을 확장한다.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기업·단체 수요를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전략이다.

결국 관광객 증가 추이만으로 여행사의 성패가 갈리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FIT가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인바운드 경쟁력 역시 단체 송객 규모보다 여행객이 원하는 경험과 콘텐츠를 얼마나 기획하고 연결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장주영 기자
jyjang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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