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임 중에만 코인 사업 하지 마”…한발 뺀 민주당, ‘클래리티 법안’ 통과될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공직자 코인 발행·후원 제한 절충안 마련…적용 범위·집행권 놓고 이견
여름 휴회 전 절차 표결 불투명…무산 땐 연내 처리 가능성 낮아질 듯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미국 의회의 여름 휴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상자산 업계의 최대 숙원인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이른바 ‘클래리티 법안’의 연내 처리 여부가 분수령을 맞았다.
민주당이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영리 활동을 폭넓게 제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초당적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적용 범위와 집행 권한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하다. 휴회 전 절차 표결마저 무산될 경우 법안의 연내 처리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3일 코인데스크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여름 휴회 전 마지막 의정 활동에 들어갔지만, 클래리티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기 위한 절차를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상원은 오는 7일까지 의정 활동을 이어간 뒤 10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한 달간 휴회에 들어간다.
상원 지도부가 인준안과 러시아 제재 법안 등 다른 현안을 우선 처리하면서 클래리티 법안에 배정할 본회의 시간도 빠듯해진 상황이다. 휴회 전 최종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본회의 상정을 위한 절차 표결이 이뤄지면 9월 상원 복귀 후 법안 처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클래리티 법안은 가상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정리하는 시장구조 법안이다.
법안 처리의 최대 난관은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이해충돌을 막는 윤리 조항이다.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감독기관 관할권 등 다른 쟁점도 남아 있지만, 업계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한 윤리 조항을 사실상 마지막 관문으로 보고 있다.
루벤 갈레고 민주당 상원의원과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초당적 윤리 조항 수정안에 합의해 백악관에 전달했다.
수정안은 대통령과 부통령, 연방의원, 연방판사 등 고위 공직자가 재임 중 대가를 받고 디지털자산을 직접 발행하거나 후원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 가상자산 사업은 일정 기간 안에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에 맡기고, 규정을 위반해 발행된 자산은 거래소가 상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공직자와 가족의 가상자산 영리 활동을 폭넓게 막아야 한다는 민주당의 당초 요구보다 규제 범위를 좁힌 절충안이다. 가상자산의 단순 보유나 거래 자체는 전면 금지하지 않고, 이미 이뤄진 사업 활동도 소급해 제재하지 않는다. 규제 기간 역시 재임 중을 중심으로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민주당 협상파가 한발 물러섰지만 최종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공화당이 공개한 최신 법안에 절충안의 적용 대상과 집행 장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전례 없는 제한을 받아들였다며 민주당에 절충안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좁고 집행 장치도 약하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법무부가 윤리 조항을 집행하는 구조에서는 대통령 재임 중 대통령 본인과 관련된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대통령이 법무부 수뇌부를 임명하는 만큼 주(州) 검찰총장 등 외부 기관에도 집행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에 발행된 코인이나 제3자를 통한 라이선스·홍보 사업이 규제망에서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의 이름과 이미지, 초상을 활용한 기존 가상자산 사업에서 계속 이익을 얻을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준비금과 이자·보상 지급, 불법금융 대응, 사법당국의 관할권, CFTC 권한 확대 등 다른 쟁점도 논의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및 이자 수익 처리, 사법당국의 관할권, CFTC에 포괄적 권한을 부여하는 농림위원회 조항 등도 논의 중이지만 윤리 문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복잡성이 낮다”며 “윤리 조항만 타결되면 나머지 난제도 연쇄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주 절차 표결이 성사되면 법안은 9월 상원 복귀 후 본회의 의결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표결 자체가 무산되면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과 맞물려 연내 처리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입법 절차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상원안과 하원을 통과한 법안의 내용이 다를 경우 하원에서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후 대통령 서명을 거쳐야 법률로 확정된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법안 처리가 장기간 표류할 경우 미국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다른 국가에 내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상자산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상자산 개발자의 약 80%, 시장 점유율의 88%가 이미 미국 외 지역에 분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명확한 가상자산 규제 체계를 갖추지 못한 국가는 미국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르네 바턴 가상자산 혁신위원회 정책연구 총괄은 “이번 보고서는 미국 규제 입법의 절박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규제 공백 상태로 남아 있기에는 시장 규모가 이미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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