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버리고 장보기에 올인…홈플러스, ’트레이더조‘ 닮아간다 [트렌D]
국내외 커머스 분야에선 새로운 흐름에 맞춰 변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현상도 생기고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죠. 디지털데일리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이야기들을 찾아 전달하고자 합니다. ‘트렌디’한 소비자가 되는 길, 시작해볼까요? <편집자 주>

법원이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한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를 연장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21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홈플러스 매장 모습. 2026.7.21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메리츠금융의 DIP(Debtor-in-Possession·회생기업 운영자금) 자금 집행을 앞둔 홈플러스가 점포 재개와 함께 자체브랜드(PB)·식품 중심의 ‘한국판 트레이더조’ 전략을 꺼내 들었습니다.
미국 식료품 전문 유통업체 트레이더조의 성공 방식을 벤치마킹해 회생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인데요. 다만 소비 침체와 이커머스 공세 속에서 국내 시장에서도 같은 공식이 통할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영업 재개는 현재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메리츠금융그룹의 2000억원 규모 DIP 대출이 집행되면 우선 67개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영업을 정상화할 계획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단순히 문을 다시 여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홈플러스는 기존 대형마트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식품과 자체브랜드, 생활필수품 중심으로 점포를 재편하겠다는 전략을 내놨습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를 미국 식료품 전문 유통업체인 트레이더조(Trader Joe's)와 유사한 모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복층 매장의 일부를 단층화해 약 1000평 규모로 운영 면적을 줄이고, 회전율이 높은 식품과 PB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쇼핑몰 형태의 대형마트보다 장보기 목적에 집중한 식료품 전문점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기존 입점 상인 중심의 몰 운영과 온라인 사업은 병행합니다.
이 같은 전략은 대형마트의 기존 경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승산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온라인 유통이 생필품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면서 넓은 매장에 다양한 상품을 갖춰 놓는 전통적인 하이퍼마켓 모델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트레이더조 홈페이지 갈무리]
◆“필요한 것만 판다”…트레이더조의 성공 공식=홈플러스가 벤치마킹으로 지목한 트레이더조는 미국 유통업계에서도 독특한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트레이더조, 사실 어디선가 들어보시거나 가방 브랜드로 보셨던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바로 ‘에코백’으로 더 익숙한 브랜드이기 때문이죠. 미국 여행 필수 쇼핑 품목으로 꼽히는 캔버스 토트백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국내에서도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레이더조의 진짜 경쟁력은 에코백이 아니라 식료품 유통 모델에 있습니다. 196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트레이더조는 월마트처럼 초저가를 앞세우지도, 코스트코처럼 대용량 판매를 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매장 규모를 줄이고 상품 수를 과감하게 제한했습니다. 일반 대형마트가 수만 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달리 트레이더조는 약 4000여개 수준만 운영합니다.
대신 판매 상품의 80% 이상을 PB로 채웠습니다. 유통 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상품으로 차별화한 것입니다. 냉동식품과 간편식, 스낵, 유제품 등 식품 경쟁력이 특히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매장 운영 방식도 효율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복잡한 진열보다 빠른 상품 회전율을 중시하고, 충동구매를 유도하기보다 장보기 경험 자체를 단순하게 만드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일부러 찾아가는 식료품점”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외관. [ⓒ디지털데일리]
◆한국에서도 통할까…관건은 ‘차별화’=홈플러스 역시 회생 과정에서 이 같은 구조를 일부 적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매장 규모를 최적화하고 PB와 식품 판매 비중을 높이면 재고 부담과 운영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재개점 및 회생 절차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변수입니다.
홈플러스는 최근 양대 노동조합과 직원 대표기구가 영업 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었습니다. 일부 임직원 처우 조정과 상여금 분할 지급 등을 통해 유동성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마트노조는 곧바로 “임금 2개월 순연 지급은 노사가 합의한 결과가 아니라 사측의 제안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MBK파트너스와 회사가 구성원의 희생만 요구할 경우 임금 체불 관련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측은 노조가 간담회 당시 자구책을 수용하기로 했다가 입장을 바꿨다는 입장입니다. 업계에서는 노사 간 이견이 장기화될 경우 메리츠금융의 DIP 자금 집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결국 홈플러스 회생의 성패는 두 가지에 달렸습니다. 하나는 DIP 자금을 바탕으로 영업을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하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판 트레이더조’ 전략이 실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입니다.
대형마트라는 기존 공식을 내려놓고 식품 전문점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홈플러스 승부수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드는 전략으로 이어질지 유통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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