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중국 공세 커진 남미…현대차 정의선 직접 나섰다

윤서연 기자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브라질공장 임직원들과 차량 품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남미를 미래 성장 거점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브라질 생산기지를 직접 찾아 생산 경쟁력과 연구개발(R&D) 전략을 점검했고 장재훈 부회장은 칠레에서 친환경 에너지 협력 확대에 나섰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남미 시장에서 생산과 미래 사업 경쟁력을 함께 강화하려는 행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남미 순방을 계기로 브라질과 칠레에서 미래 사업 전략을 구체화했다. 브라질에서는 생산 경쟁력 강화와 현지 맞춤형 차량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수소 사업 협력을 확대하고 칠레에서는 친환경차 보급과 그린수소 생태계 조성에 나서며 남미 전역으로 사업 기반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 중국 공세 거세진 브라질…정의선 "갈 길 멀다"

정 회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 현대차 공장을 찾아 생산라인과 중남미 권역 R&D센터를 둘러봤다. 현지 생산 체계와 연구개발 역량을 점검하고 중장기 성장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브라질 산업 환경 변화와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아 여러 도전과 과제가 존재한다"며 "이 위기를 극복해야 다음 단계의 성장과 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에서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전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고 함께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위기를 언급한 배경에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세가 있다. 브라질은 최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핵심 격전지로 떠올랐다. BYD는 포드 브라질 공장을 인수해 현지 생산을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 브랜드 판매 순위에서 현대차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중국·브라질기업협의회(CBB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브라질 투자액은 61억달러로 1년 전보다 45% 증가했다.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생산시설 투자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올해 1~5월 브라질의 중국산 자동차 수입액 역시 5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9% 늘었다. 러시아를 제치고 중국 자동차 최대 수입국으로 올라선 상황이다. 수입 차량 대부분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신에너지차로 집계됐다.

브라질 정부가 이달부터 친환경차 수입 관세를 35%로 높였지만 중국 업체들은 현지 생산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BYD와 체리자동차·창청자동차(GWM) 등 최소 8개 중국 브랜드가 브라질에서 생산 중이거나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브라질의 6월 신차 평균 실거래 가격은 지난해보다 3.5% 하락하며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내림세를 기록했다. BYD의 소형 전기차 '돌핀 미니'는 올해 2월 브라질 판매 1위에 올랐고 신에너지차 시장 점유율도 1년 새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정 회장은 브라질 시장 전망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갈 길이 멀다"며 "중국도 요새 세게 하고 있어서"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는 만큼 현지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현지 생산부터 수소까지…남미 공략 속도

현대차그룹은 남미를 생산과 미래 사업을 함께 키울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생산 경쟁력을 높이고 칠레에서는 친환경차와 수소 생태계를 확대하며 전동화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브라질은 현대차의 남미 최대 생산 거점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20만3579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연간 판매 20만대를 넘겼다. 올해 상반기에도 9만6723대를 판매해 7년 만에 최대 상반기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브라질 피라시카바 공장에서 HB20과 크레타를 생산하고 있다. HB20은 브라질의 에탄올 연료 환경에 맞춘 플렉스 연료 시스템을 적용해 현지 대표 차종으로 자리 잡았다. 크레타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서 꾸준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신형 HB20과 크레타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중남미 권역 연구개발(R&D)센터를 찾아 현지 연구개발 역량과 파워트레인 현지화 강화를 주문했다.

현대차는 SUV 라인업 확대와 소형 전기차 현지 생산·에탄올 기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정 회장은 2024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2032년까지 11억달러를 투자해 친환경차와 수소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브라질에서는 생산 경쟁력 강화에 더해 수소 사업 확대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순방 기간 브라질 정부와 그린수소 생산·수소트럭 도입·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으로 수소 상용차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재생에너지 발전소 구축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칠레에서는 친환경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낸다. 장재훈 부회장은 30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한·칠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그린수소 생태계 조성 협력 계획을 밝혔다.칠레자동차협회(ANAC)에 따르면 올해 6월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에서 총 3172대를 판매했다. 개별 브랜드 기준 1위인 토요타(2113대)를 웃도는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현지 판매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사업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지만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가장 치열하게 공략하는 곳이기도 하다"며 "현지 생산과 공급망을 얼마나 탄탄하게 구축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지에서 생산하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메이드 인 브라질'이라는 강점도 확보할 수 있다"며 "정의선 회장이 직접 생산 현장을 찾아 전략을 점검한 것도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남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서연 기자
yuns@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