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두고 면세점 왜 가요?”…외국인 역대급 방한에도 지갑 닫혔다 [인바운드 빅뱅]上
정부가 '방한 관광객 3000만명 시대'를 목표로 인바운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광객 증가는 유통업계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면세점 대신 편의점과 다이소를 찾고, 패키지보다 개별여행을 선호하며, 쇼핑의 무대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고 플랫폼까지 넓어지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인바운드 3000만 시대를 앞두고 달라지는 외국인 소비 트렌드와 유통업계의 대응 전략, 관광 산업의 과제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지난 7월28일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쇼핑 공식이 바뀌고 있다. 면세점에서 명품과 화장품을 사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다이소와 편의점, 로드숍을 돌며 ‘한국인의 일상’을 소비하는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면세업계가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인의 일상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더해 개별여행객(FIT) 확산, 고환율, 중국 관광객 감소 등으로 면세점은 외국인 증가와 실적이 더 이상 비례하지 않는 구조에 직면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과 생활용품점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CU의 올해 상반기 외국인 결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GS25는 60%, 세븐일레븐은 50%, 이마트24는 72% 늘며 대부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이소 역시 외국인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해외 카드 결제금액 증가율은 2023년 130%, 2024년 50%, 2025년 60%를 기록했다. 서울 동대문의 한 다이소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량 주문한 물품이 박스 채 쌓여 있는 모습도 목격될 정도다. 계산대 앞에는 캐리어를 끌고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섰고, 직원들은 해외 배송을 위한 대량 구매 물품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구매 품목 또한 가위와 중식도, 유리잔, 면봉 등 생활용품이 대부분이다.
이렇듯 방한 관광객들은 마치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외국인들의 다이소 방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은 가격 대비 품질 경쟁력이 뛰어나 특히 젊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진단했다.
반면 면세점은 관광객 증가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 4개 사는 지난해에만 합산 2851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객단가 또한 75만19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줄어들었다. 중소·중견 면세점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기존 1조원대를 유지했던 매출은 2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근 5년 동안 시내면세점 11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 5월19일 신세계면세점 뷰티 코너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장주영 기자]
업계는 면세점의 부진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방식과 소비 목적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면세점 중심으로 쇼핑했다면 지금은 개별여행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직접 찾아다니며 구매한다”며 “방한 여행 경험이 많아질수록 면세점이 아니더라도 가성비가 좋거나 한국인의 생활과 밀접한 쇼핑 장소를 찾아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온라인 면세 쇼핑이 확대되고 공항에서는 상품만 수령하는 방식도 늘면서 기존 면세점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며 “관광객 증가만 기대하기보다 변화한 소비 패턴에 맞춰 상품과 판매 전략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단체관광객 감소와 FIT여행객 증가 또한 면세점 방문 하락에 큰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단체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화장품과 명품을 대량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FIT여행객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소비 방식도 달라진 것이다.
중국 소비가 한국을 떠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면세 정책 변화도 있다. 현재 중국은 하이난 지역을 면세특구로 육성하며 한국의 최대 고객으로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던 중국인 소비를 자국으로 흡수하고 있다. 하이난 특구는 면세 한도 또한 한화 2200만원까지 높였으며 면세 한도 미달 시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도록 중국 자국인의 편의와 경쟁력을 강화한 상태다.
한국 면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도 답보 상태라는 평가를 받는다. 변정우 한국외대 석좌교수는 “중국은 2023년을 기점으로 세계에서 면세 매출 1위를 이어가는 상황임에도 우리나라 면세 시장이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기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드문 특허 제도를 유지하며 산업 진입과 성장이 가로막혀 있다”고 진단했다.

신세계면세점에 단독 입점한 이삭토스트 소스. [사진=장주영 기자]
관광객 수 증가만으로는 더 이상 면세점 실적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된 만큼, 이제는 ‘무엇을 파느냐’보다 ‘왜 한국에서 사야 하느냐’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면세업계 앞에 놓였다. 이에 면세업계는 중화권 고객을 위한 결제 환경 개선과 FIT 여행객 공략을 위한 K-푸드와 K-뷰티, 캐릭터 상품 등 일상적인 상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협력해 알리페이플러스를 도입하고 전 세계 21개국 전자지갑과 국내 매장 결제를 연동했다. 또 이삭토스트의 키위 소스를 단독 판매하며 K-푸드 상품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관광객들이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쇼핑 공간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패션, 주얼리, 캐릭터, 웰니스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했으며 인천공항점과 제주점에는 캐릭터숍 ‘잔망루피 스튜디오’를 새롭게 입점시켰다.
롯데면세점 역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유니온페이 등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며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BTS 협업 푸드 브랜드 ‘아리(ARIH)’와 롯데호텔 김치 등 K-푸드로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성태곤 한국관세사회 부회장은 “면세산업은 관광산업을 넘어 수출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면세점이 K-푸드와 뷰티, 패션 등 K-프로젝트 육성에 나서 K-상품 수출 플랫폼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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