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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수입차 25% 시대…현대차가 풀어야 할 가격 경쟁력 숙제

윤서연 기자

2027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처음으로 25%를 넘어섰다.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국내 완성차 시장도 본격적인 가격 경쟁 국면에 들어섰다. 현대자동차 역시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경쟁력까지 확보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수입 승용차 점유율은 25.9%를 기록했다. 상반기 수입차 등록 대수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증가분 상당수는 테슬라가 차지했고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소비자의 구매 기준 변화다. 예전에는 브랜드 가치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같은 예산에서 어떤 상품성을 얻을 수 있는지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옵션을 추가한 국산차보다 비슷한 가격의 수입차를 선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격과 상품성을 함께 비교하는 소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현대차도 가격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올해 아이오닉5 일부 트림 가격을 최대 160만원 낮췄고 코나 일렉트릭 기본 트림도 49만원 인하했다.

다만 시작 가격을 낮췄다고 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시장 특성 상 중고차 가치나 실사용 편의성을 고려해 기본 사양만 갖춘 이른바 '깡통 트림'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대부분 편의·안전 사양을 추가하거나 상위 트림을 선택하는 만큼 시작 가격만으로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 올해 출시한 아이오닉5를 보면 가격 인하 방식도 달라졌다. 현대차는 기존 익스클루시브 트림 일부 사양을 조정한 '모던' 트림을 5290만원에 내놓으며 가격을 160만원 낮췄다. 대신 동승석 전동시트 등 일부 편의사양은 제외됐다. 기존 프레스티지 트림도 사양을 조정한 '프리미엄'으로 재편하면서 가격을 90만원 낮췄다.

반면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을 새롭게 운영하면서 선택지는 더 늘었다. 지난해 최고 사양이었던 프레스티지 판매 가격은 5915만원이었지만 올해 인스퍼레이션은 6150만원으로 책정됐다. 시작 가격은 낮아졌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을 추가하거나 상위 트림을 선택하면 실제 계약 가격은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이런 흐름은 평균 판매가격에서도 확인된다. 현대차 분기보고서를 보면 국내 승용차 평균 판매가격은 2024년 5397만원에서 지난해 5617만원으로 올랐고 올해 1분기에는 5644만원을 기록했다. 수출 차량 평균 판매가격도 같은 기간 6900만원 수준에서 약 8000만원까지 상승했다.

물론 트림을 세분화하는 전략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소비자마다 원하는 사양이 다른 만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경쟁 환경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

테슬라는 단순한 트림 체계를 바탕으로 소비자가 실제 구매 가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아 구매 과정도 비교적 단순하다. BYD는 배터리 내재화와 대규모 생산 체계를 앞세워 높은 기본 사양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격 대비 상품성을 비교하기 쉬운 구조다.

물론 현대차가 테슬라나 BYD 같은 방식으로 가격 경쟁에 뛰어들기는 어려워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미국 관세 부담과 판매 인센티브 확대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0% 넘게 감소했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BYD에 이어 지커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고 샤오미 등 다른 중국 업체들의 진출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중국은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은 더 이상 시작 가격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실제 얼마를 지불하고 그 가격에 어떤 상품성을 얻을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외산차 가격 공세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하고 단순한 가격 할인 정책에 매몰되지 않고 훌륭한 고객 경험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차가 풀어야 할 과제도 여기에 있다. 시작 가격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실제 계약 단계에서도 "이 가격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느끼는 상품성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윤서연 기자
yun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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