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일반

잘 나가는 K팝에 숟가락? ‘관제행사’ 우려 앞서는 패노메논

조은별 기자

7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2027년 패노메논 추진계획 발표'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공동위원장을 맡은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한국판 코첼라’를 표방하는 패노메논 페스티벌이 27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의 공식기자회견으로 첫삽을 떴다.

이날 서울 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최휘영 장관과 박진영 위원장의 눈부신 청사진이 제시됐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현재까지 구체화된 일정은 내년 12월 2일부터 12일까지, 2주에 걸쳐 창동 서울아레나와 일산 킨텍스에서 국내외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는 대규모 콘서트와 팬덤을 내세운 시상식이 열린다는 것이다.

이 시상식은 한 해 동안 가장 큰 영향력을 보여준 팬덤에게 상을 수여한다. 팬덤의 가수가 직접 참석해 트로피를 받는다. 박진영 위원장은 “팬덤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규명하고 대한민국이 이 산업의 리더가 된다면 대한민국 대중문화 발전에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팬덤활동을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 자료와 근거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앞선다. 박진영 위원장은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신뢰할 수 있는 해외 사이트들과 손을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마케팅 작업으로 수치가 불분명하다는 게 K팝 산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때문에 팬덤의 순수성을 어떤 방식으로 수치화할지, 열성적인 트로트 팬덤도 K팝의 영역에 함께 할지, 트로트 팬덤의 수상으로 자칫 ‘집안 잔치’가 될 우려는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박위원장 역시 “팬덤 열정을 측량해서 상을 줄 경우 당연히 부작용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순작용이 부작용보다 크다고 생각해 해보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관이 나서 함께 행사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관제행사’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진영 위원장은 “정부가 제안한 게 아니라 정부의 지원을 받은 K팝 4대기획사 합작 회사가 주도하는 것”이라며 “이 행사로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손해를 본다면 지속되지 못한다. 행사 초창기에만 스케줄 조정을 하되 곧 아티스트들이 참석하고 공연하고 싶어하는 행사로 탈바꿈하는 게 우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주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K팝 행사를 치르는 만큼 출연하는 가수들의 출연료를 실제 가수들이 받는 액수로 지불할 경우 ‘세금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관에서 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출연료를 깎을 경우 ‘관제행사’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최휘영 장관은 “K팝 4대기획사의 합의에 따라 아티스트들이 미리 패노메논 행사에 맞춰 스케줄을 조정했다. 이들이 일정과 수익 일부를 희생하며 대의에 동참하기 때문에 4대 기획사에 감사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롤모델로 삼은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의 경우 헤드라이너인 저스틴 비버에게 149억원이라는 출연료를 안긴 바 있다. 이날 박위원장은 해외 톱가수들도 섭외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해외 가수들과 우리 가수들의 출연료 형평성 문제가 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간 회사들이 십수년간 공들여 일궈 놓은 K컬처에 정부가 숟가락을 얹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케이콘’, ‘MAMA’를 통해 전세계에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린 CJ ENM의 기존 행사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간 언론사에서 진행되는 K팝 시상식, 방송사들의 연말 행사도 섭외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은 “2주동안 패노메논을 진행하면 난무하는 K팝 시상식으로부터 아티스트를 보호할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어떤 가수들에게 ‘꿈의 자리’로 꼽히는 민간 K팝 시상식이 ‘장관급’인 박진영 위원장에게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하는 행사로 비쳤다는 점에서 박 위원장의 위험한 시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박진영 위원장은 “이 행사는 정부가 주도하는 게 아니라 K팝 4대 기획사의 합작법인이 주도하는 것”이라며 “행사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언론의 도움이 중요하다”고 거듭 읍소했다. 하지만 십수년간 K팝을 키워온 민간 언론사의 K팝 시상식이 자사 아티스트들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며 '패노메논'을 기획했다면 이 또한 위험한 발상이다.

오히려 이미 ‘장관급’ 인사가 된 박진영 위원장이 4대 기획사를 설득해 패노메논을 주도하는 만큼 이 행사가 ‘관제행사’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는 점에서 K팝 아티스트들에게 또다른 짐이 되는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조은별 기자
mulg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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