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 75% 무인 해결”… 오픈AI, AI 상담원 운영 제품 공개

오픈AI의 기업용 AI 에이전트 운영 제품 ‘프레즌스(Presence)’가 음성·채팅 상담을 통해 주문 상태를 조회하고 중복 결제 환불을 처리하는 모습. [사진=오픈AI]
[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오픈AI가 기업의 고객지원과 영업, 보험 청구, 사내 정보기술(IT) 업무에 음성·채팅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배치하고 운영하도록 돕는 기업용 제품을 공개했다. GPT 모델과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공급을 넘어 AI 에이전트의 업무 권한 설정과 성능 평가, 사람 상담원 전환, 배포 후 개선까지 지원하며 기업 운영 소프트웨어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오픈AI는 22일(현지시간) 기업용 AI 에이전트 운영 제품 ‘오픈AI 프레즌스(OpenAI Presence)’를 제한적 일반 공급 형태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프레즌스는 고객의 질문에 답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시스템에 접속해 정보를 조회하고 회사 정책을 적용해 승인된 업무를 수행, 필요할 경우만 사람 담당자가 상담을 이어간다.
오픈AI는 "프레즌스가 기업이 직접 가입해 사용하는 셀프서비스 제품은 아니다"며 "오픈AI의 현장배치 엔지니어(FDE)와 선정된 글로벌 시스템통합업체가 고객사의 업무를 분석하고, 사내 데이터와 시스템을 연결해 에이전트를 구축·배포하는 방식"라고 설명했다.
◆ 오픈AI 전화 문의 75% 무인 처리
프레즌스는 결제 문제 해결, 보험 청구 지원, 임직원 IT 서비스 요청처럼 구체적인 업무부터 구축한다. 에이전트에는 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시스템 접근 권한만 부여된다. 기업은 에이전트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별도의 승인이 필요한 행동, 사람 담당자가 인수해야 하는 상황을 직접 설정한다. AI 상담원이 고객 신원을 확인하고 계정 정보를 조회할 수는 있지만, 일정 금액 이상의 환불이나 예외 처리는 관리자 승인을 받도록 제한할 수 있다.
프레즌스는 정책과 표준운영절차, 안전장치, 승인된 행동, 사람 상담원 전환 규칙, 시뮬레이션, 평가 도구를 하나의 운영 환경으로 통합했다. 정식 배포 전에는 일반적인 고객 요청뿐 아니라 예외 상황과 위험도가 높은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한다. 평가 도구는 에이전트가 올바른 결과를 냈는지, 회사 정책을 준수했는지, 외부 도구를 제대로 사용했는지, 필요한 시점에 사람에게 상담을 넘겼는지 등을 점검한다.
상호작용이 기업이 정한 업무 범위나 정책을 벗어날 경우 안전장치가 작동한다. 금융·보험·통신처럼 AI의 잘못된 판단이 금전적 피해나 개인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를 겨냥해 에이전트 자율성과 기업 통제권을 함께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오픈AI는 프레즌스를 자사의 영어 전화지원 채널에 먼저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해당 AI 상담원은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른 답변뿐 아니라 개방형 문의를 이해하고 발신자를 확인한 뒤 계정 정보를 활용해 승인된 업무를 처리한다. 오픈AI에 따르면 프레즌스는 도입 후 수주 만에 회사가 사람 상담원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할 때 적용하는 기준을 충족하거나 넘어섰다. 현재 접수되는 문의의 75%를 사람 상담원의 개입 없이 해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픈AI는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를 에이전트 운영 개선에도 활용한다. 프레즌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상담 기록과 사람 전환 사례, 품질 지표 등을 코덱스가 분석해 정책이나 동작 방식의 수정안을 제안하는 구조다. 오픈AI에 따르면 코덱스 기반 개선 절차를 자체 전화지원에 적용한 결과 10일 만에 사람 상담원 전환율이 15%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전체 상담 건수와 문의 유형별 해결률, 기존 전환율, 고객 만족도 등 구체적인 측정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코덱스가 운영 중인 에이전트를 임의로 수정하는 방식은 아니다. 코덱스가 제안한 변경안을 기업 담당자가 현재 운영 버전과 비교해 시험한 뒤 승인하면 단계적으로 배포한다. 고객 정책이나 상품, 이용자 행동이 바뀌더라도 기업이 통제권을 유지하며 에이전트를 지속해서 개선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스페인 금융그룹 BBVA는 멕시코에서 일상적인 은행 업무를 지원하는 AI 음성 상담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자연스러운 일본어 고객 상담을 시험하고 있으며, 호주 보험사 IAG는 악천후나 자연재해로 보험 문의가 급증하는 상황에 프레즌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 모델 넘어 기업 운영시장으로…국내 AICC·SI 업계 영향
이번 출시는 오픈AI가 AI 모델 개발사를 넘어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구축·운영 서비스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프레즌스는 단순히 음성·채팅 모델을 제공하는 대신 기업 데이터와 기존 업무용 소프트웨어, 정책, 승인 절차를 연결하고 배포 이후 운영까지 묶어 제공한다. 이에 따라 기업이 직접 여러 모델과 도구를 조합해 AI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오픈AI는 기존 고객이었던 기업용 소프트웨어·AI 상담 솔루션 업체와도 경쟁하게 됐다.
오픈AI는 올해 기업 전반의 AI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플랫폼 ‘프런티어(Frontier)’를 공개한 데 이어 현장배치 엔지니어 조직과 기업용 파트너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4월 기업 사업이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말 소비자 사업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픈AI가 기업 현장에 기술 인력을 투입하는 별도 서비스 조직과 1억5000만달러 규모의 기업 파트너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기업이 AI를 실제 업무 성과로 연결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KT는 지난 3월 MWC 2026에서 기존 시나리오봇과 AI 에이전트봇을 함께 운영하는 ‘에이전트 커넥터’를 선보였다. 기존 IVR과 상담 업무 흐름을 유지하면서 정형 업무는 시나리오봇이 처리하고, 시나리오를 벗어난 비정형 문의는 적합한 AI 에이전트로 연결하는 구조다. KT는 올해부터 기존 챗봇·보이스봇 구축 고객을 대상으로 에이전틱 AICC 전환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오픈AI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에이전틱 AICC’를 공개했다. 고객의 의도와 대화 맥락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복합적인 요청이 들어오면 AI가 상담 우선순위와 절차를 직접 계획해 대응하는 솔루션이다. LG유플러스가 오픈AI와 공동으로 AICC 기술을 개발해온 만큼 프레즌스는 자체 기업용 솔루션과 일부 영역에서 경쟁할 수 있지만, 양사의 기존 협력 관계를 고려하면 단순한 경쟁 구도로만 보기는 어렵다. 다만 프레즌스의 국내 구축·판매 파트너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SK텔레콤은 현재 모든 고객센터에 AICC를 도입해 AI 챗봇과 콜봇을 운영하고 있다. AI가 해결하지 못한 문의는 상담사가 실시간 AI 어시스턴트의 답변 추천과 고객 의견 분석을 활용해 처리한다. 상담 이후에는 AI가 상담 내용을 요약·분류하고 저장된 기록을 다음 상담 때 제공해 상담의 연속성과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다.
프레즌스가 기업 시스템 구축과 운영 지원을 포함하면서 국내 시스템통합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픈AI가 선정된 글로벌 시스템통합업체와 함께 구축을 진행한다고 밝힌 만큼 국내 SI 기업에는 기존 AI 에이전트 구축 사업과의 경쟁뿐 아니라 오픈AI 제품을 도입·운영하는 파트너 사업 기회도 열릴 수 있다.
다만 현재 프레즌스의 가격과 과금 기준, 적용 모델, 한국어 지원 여부, 국내 출시 일정, 통화 녹취와 기업 데이터의 저장 위치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픈AI는 자격을 갖춘 일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일반 기업이 직접 구매해 구축할 수 있는 셀프서비스 형태는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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