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이 왜 노조 돈인가”…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표, 배임 혐의로 고발당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논란이 형사 고발로 번졌다. 소액주주단체는 회사 이익을 주주총회 승인 없이 직원 성과급으로 나눠줬다며 양사 대표이사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고발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22일 전영현·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주주운동본부는 회사 손익에 연동된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 경영 성과를 사후에 배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파업 등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이를 지급하려면 노사 협상이 아닌 경영진의 제안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세전 영업이익에 연동되는 성과급은 노동법상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를 공적으로 확인받기 위한 고발”이라며 “기업의 잔여 이익은 위험과 손실을 부담한 주주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에 대해서는 지난 5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성과급 재원으로 사업 성과의 약 12%를 배정하기로 노조와 합의한 점을 문제 삼았다.
당시 삼성전자 노사는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을 약 30분 앞두고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청사에서 잠정합의서에 서명했다. 주주운동본부는 경영진이 파업의 적법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회사 재산이 빠져나가는 합의에 서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에 대해서는 노동당국이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성과급 요구를 제지하기는커녕 파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회사 측에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주주운동본부는 “파업 시한을 지렛대로 사측에 타결을 요구해 행정지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했다.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지급 상한을 폐지한 점이 고발 사유가 됐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9월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삼고, 기본급 1000%였던 지급 상한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성과급의 80%는 해당 연도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주는 방식으로, 이 기준을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지난해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의 10%인 약 4조7200억원을 재원으로 기본급의 2964%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주주운동본부는 “SK하이닉스는 파업 압박조차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성과급을 집행했다”며 “불가피한 양보였다는 항변의 여지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난해 노사 합의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와 법률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도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고발은 이재명 대통령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의 노동쟁의 대상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 다음 날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문제가 과연 쟁의 대상이냐”며 고용노동부에 시행령과 행정해석 등을 통한 기준 마련을 주문했다.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SK하이닉스 노사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기존에 현금으로 지급하던 성과급 가운데 절반가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주가 변동 위험을 직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주운동본부는 형사 고발에 이어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과 위법행위 유지 청구 가처분, 주주대표소송 등 민사 절차도 추진할 방침이다.
민 대표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도입하려면 경영진이 성과 배분안을 제안하고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고발인 지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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