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메타 독주 AI 안경에 삼성 출사표…‘인텔리전트 아이웨어’ 연내 출격

옥송이 기자

인텔리전트 아이웨어. [사진=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삼성전자가 첫 인공지능(AI) 안경 제품인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공개하고 연내 시장에 출격한다. 메타가 선점한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서 갤럭시 기기를 통해 축적한 하드웨어 기술력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XR 생태계를 결합해 차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인텔리전트 아이웨어의 주요 기능과 새로운 디자인 2종을 공개했다.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는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 음성과 제스처 등을 활용해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안경형 기기다.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스마트 글라스 시장은 메타가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메타는 세계 스마트 글라스 시장에서 69.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디스플레이가 없는 스마트 글라스 출하량은 약 225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167% 늘었다.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안경형 기기 출하량도 86% 증가하는 등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서 확보한 모바일 기술력을 안경형 폼팩터로 확장했다. 제품명에 ‘갤럭시 글라스’ 대신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내세운 점에서도 특정 기기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AI 경험에 무게를 둔 의도가 읽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AI를 통해 복잡한 AI 기능을 스마트폰의 통화와 번역, 검색 등 일상적인 사용 경험으로 끌어온 것처럼, 이번에는 안경을 AI와 사용자가 만나는 새로운 접점으로 삼은 셈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사용자의 시야와 음성, 주변 맥락을 토대로 필요한 기능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텔리전트 아이웨어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AR1 1세대’를 비롯해 카메라와 센서, 마이크, 스피커가 탑재됐다. 내장 카메라를 통해 눈앞의 장면을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다. 아울러 사용자가 바라보는 시각 정보를 기반으로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얼굴에 직접 착용하는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무게와 두께, 균형감, 내구성 등을 중점적으로 최적화했다. 장시간 착용해도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프레임 구조와 내부 부품 배치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전력 효율도 함께 고려했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하면 최대 9시간 사용할 수 있다. 전용 충전 케이스를 이용하면 최대 7회 추가로 충전할 수 있다. 다만 제품의 구체적인 무게와 카메라 화소, 배터리 용량, 출고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핵심 경쟁력은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안드로이드 XR이다.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는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에서 구동되며,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활용한다.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력에 구글의 AI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결합해 메타 중심의 시장에 대응하는 구도다.

사용자는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음성과 제스처, 카메라가 확보한 시각 정보를 활용해 메시지 확인과 번역, 길 안내, 정보 기록 등의 기능을 핸즈프리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거나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AI와 상호작용하도록 한 것이다.

가령 해외에서 상대방의 말을 듣거나 외국어 메뉴판을 바라보면서 번역을 요청하면, 인텔리전트 아이웨어가 음성과 문자를 인식한 뒤 제미나이를 통해 번역 결과를 음성으로 전달한다. 주변 환경을 인식해 이동 경로를 안내하거나 현재 사용자의 상황과 이전 정보를 연결해 연속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업무 활용도 고려했다. 카메라로 사용자가 바라보는 화이트보드나 문서, 회의 장면을 기록하면 관련 내용을 갤럭시 스마트폰의 노트 앱에 자동으로 정리할 수 있다. 눈앞의 장면을 단순히 촬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각 정보를 이해해 갤럭시 기기의 애플리케이션과 연결하는 구조다.

일상적인 착용감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 아이웨어 브랜드와도 손잡았다. 이날 새롭게 공개된 디자인은 젠틀몬스터와 워비파커 협업 모델 2종이다.

젠틀몬스터 협업 모델은 블랙 계열의 슬림한 프레임에 직선적인 상단과 둥글게 처리한 하단을 조합해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워비파커 협업 모델은 기존에 공개한 청록색에 이어 깊이감 있는 브라운 색상과 은은하게 올라간 브로우라인을 적용해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이마와 귀 등 주요 접촉 부위뿐 아니라 다양한 얼굴형과 두상도 고려했다. AI 기기라는 점을 외형적으로 부각하기보다 일반 안경에 가까운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을 구현해 일상적인 사용 장벽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I/O 2026’에서 인텔리전트 아이웨어 디자인 2종을 처음 공개했다. 이번 언팩에서 추가한 2종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공개된 디자인은 총 4종이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기능을 보다 직관적으로 연결하는 모바일 경험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는 일상 속 맥락을 자연스럽게 인식해 더욱 개인화된 AI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접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통해 내세운 승부수는 단일 기기의 성능보다 생태계 연결성이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에서 쌓은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XR과 제미나이, 갤럭시 애플리케이션을 하나로 묶어 AI를 일상에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메타가 제품과 아이웨어 유통망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삼성·구글 연합이 갤럭시 생태계를 기반으로 경쟁 구도에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옥송이 기자
ocks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