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아파트 ‘근저당 매매’ 논란 속…강남서도 ‘집주인 6억 대출’ 등장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 미지급 잔금을 담보하기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근저당 매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서울 강남권에서도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주택 구입 자금 일부를 빌려주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매도인 금융)’ 조건을 내건 매물이 등장했다. 금융권 대출로 충당하지 못한 자금을 매도인이 직접 제공하는 거래 방식이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자곡아이파크’ 전용면적 59㎡ 매물에는 ‘집주인 대출 6억원 가능’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지난달 말 19억5000만원에 처음 등록된 해당 매물의 호가는 최근 20억원으로 조정됐다.
셀러 파이낸싱은 금융회사 대신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거나 잔금 지급을 미뤄주는 거래 방식이다. 매수인은 약정에 따라 매도인에게 이자를 지급하거나 일정 기간 뒤 잔금을 상환한다. 매도인은 대금 회수를 담보하기 위해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다.
현재 규제지역에서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경우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최대 4억원이다. 매매가가 20억원이라면 금융권 대출을 제외하고도 매수인이 16억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강남자곡아이파크 매물처럼 금융권 대출 4억원에 매도인 대출 6억원을 추가로 활용할 경우 매수인이 당장 투입해야 하는 자기자본은 1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매도인 역시 대출 규제로 매수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강화된 대출 규제가 이 같은 거래 방식의 등장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 금융권 대출 이외의 자금 조달 방식을 찾을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매도인이 매수인의 잔금 지급을 유예하고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거래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 아파트 매각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사진=네이버부동산 갈무리]
대법원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 부부는 지난 14일 해당 아파트를 29억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16일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했다. 같은 날 이 대통령 부부를 근저당권자로 하고 채권최고액을 17억7000만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매수인이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기 전에 이 대통령 부부가 소유권을 먼저 넘긴 뒤 미지급 잔금에 대한 채권을 근저당권으로 담보한 것이다. 매매가 29억원 가운데 매수인은 기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11억3000만원을 승계하고, 나머지 17억7000만원은 오는 10월 말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거래는 매수인의 기존 주택 매각 일정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승계를 위한 소유권 이전 시점 등이 맞물리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근저당권 설정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매도인이 잔금을 모두 받기 전에 소유권을 넘길 경우 미지급 매매대금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한 정부의 수장이 정작 매수인에게 사적 신용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주택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본인 아파트를 근저당을 끼고 판 기상천외한 외상거래야말로 편법의 전형”이라며 “자신이 만든 대출 규제를 스스로 우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매수인의 사정을 고려해 이뤄진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라며 반박했다.
청와대는 “근저당 설정은 거래 당사자들의 민사상 합의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됐다”며 “오는 10월 말 지급될 미지급 잔금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매수인의 사정을 배려해 소유권을 먼저 이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인 간 근저당권 설정을 통해 잔금 지급 시기를 조정하는 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의 협의로 이뤄질 수 있는 통상적인 방식”이라며 야당의 비판을 반박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아파트 거래를 계기로 매도인이 매수자에게 직접 자금을 제공하거나 잔금 지급을 유예하는 거래 방식에 대한 관심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개인 간 자금 거래는 이자율과 상환 시기, 채무불이행 때 담보권 실행 조건 등을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증여나 우회 대출 논란을 피하려면 자금 출처와 계약 조건을 명확히 하고 관련 내용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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