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룸버그 “코인보다 심한 한국 증시”…변동성마저 61%, 올해 ‘세계 최고’

조윤정 기자

7월 2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조윤정 기자] 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한 한국 증시가 비트코인보다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의 투자 쏠림과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상품 투자 확대가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의 연율화 변동성은 60%를 넘어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두 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고위험 자산인 비트코인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가 주요국 증시와 자산의 수익률 변동성을 비교한 결과 한국 증시는 61%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았다. 비트코인(50%)보다 11%포인트 높았으며 파키스탄(36%), 아르헨티나(33%), 일본(32%), 대만(30%) 등 주요 시장과 비교해도 격차가 컸다.

블룸버그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한국 증시가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시장이 됐다”며 “변동성이 크기로 악명 높은 비트코인마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해 들어서는 7월 중순까지 서킷브레이커가 7차례 발동됐다. 2024년에는 한 차례, 2025년에는 한 차례도 발동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 배경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쏠림을 꼽았다. 인공지능(AI) 관련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 기대에 두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블룸버그 집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28%, 24%에 달했다.

두 종목을 합친 비중만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이 넘는 52%다. 여기에 SK스퀘어(3%), 삼성전기(2%) 등 관련 종목까지 더하면 코스피가 사실상 반도체 업종의 주가 흐름에 좌우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날에도 지수 구성 종목 831개 가운데 650개 이상이 하락하는 등 상승세는 일부 대형주에 집중됐다. 최근 AI 플랫폼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주가 흔들리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움직임이 코스피 전체 변동성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상품 투자 확대도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국내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투자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섰으며, 특히 단일 종목이나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몰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한국의 지수 및 단일 종목 추종 레버리지 ETF 자산 규모는 올해 초 50억달러(약 7조3000억원)에서 최근 400억달러(약 59조원)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 비중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 ETF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거래가 집중되면서 이들이 최근 국내 증시 일일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웃돌았다. 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반면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올해 코스피에서 약 1080억달러(약 159조원)를 순매도했으며, 이 가운데 SK하이닉스에서만 400억달러 이상을 회수했다.

개인투자자의 추종 매매와 신용융자 확대가 맞물린 상황에서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 매도세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게리 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분기 반도체주 상승세를 이끈 주요 동력 중 하나가 과도한 레버리지였던 만큼 현 시점에서 섣불리 시장의 바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조윤정 기자
y.j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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