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시대, 소버린 위성 핵심은 소유 아닌 통제"

최경일 KT SAT 대표는 21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6G 위성통신 컨퍼런스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에서 스타링크 등 선도 사업자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성 자산은 공동 활용하되 보안 게이트웨이와 암호키 등 핵심 통제권은 국가가 확보해야 한다는 '실질적 소버린(Sovereign)' 모델이 제시됐다.
최경일 KT SAT 대표는 21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6G 위성통신 컨퍼런스 2026'에서 "위성에서 소버린을 확보하는 문제는 이제 '어떻게 소유하고 운영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통제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은 스타링크가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링크와 원웹이 운영 중인 저궤도 위성은 약 6800기에 달하며, 2027년에는 1만7000기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후발 사업자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규모다.
반면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시험위성 2기를 발사하고, 2035년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K-LEO)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이미 헤리티지를 확보하고 자체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상황에서 대응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최 대표는 "충돌 위험 등을 고려하면 원하는 고도에 언제든 위성을 배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저궤도 위성이 임계치인 2만대 수준에 근접하면서 파일링(Filing) 확보 여부도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며 "국내 우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헤리티지를 쌓고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에서 막대한 투자비는 가장 큰 병목 요인으로 지목된다. 위성통신망 구축에는 수백억달러 규모의 설비투자비용(CAPEX)이 필요한 데다 저궤도 위성의 수명도 3~5년에 불과해 지속적인 교체 투자가 요구된다. 단일 국가가 독자적으로 경쟁력 있는 위성망을 구축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최 대표는 글로벌 소버린 위성망 구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진단했다. 다만 국가가 모든 위성 자산을 직접 소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맹국 및 민간 사업자와 자산을 공유하면서도 핵심 통제권은 확보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민관협력(PPP)과 호스티드 페이로드, 국제 협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안했다. 기술과 자본, 인프라를 공동 활용해 구축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보안 게이트웨이와 암호키, 데이터 등 핵심 자산에 대한 통제권은 국가가 유지하는 구조다.
최 대표는 2026~2030년을 위성통신 주도권 확보의 '골든타임'으로 꼽으며 "최근 우크라이나가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한 사례를 보면 문제는 소유권이 아니라 통제권"이라며 "핵심은 공유 자원을 활용하더라도 우리의 서비스와 정보, 트래픽을 분리·통제하고, 지상 데이터에 대한 통제 권한을 확보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초강대국은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메가 컨스텔레이션을 구축할 수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이 같은 전략을 택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독자 구축은 자본과 발사체 확보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고 사업 실패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KT SAT은 향후 위성통신이 단순한 통신 서비스를 넘어 5G NTN(비지상 네트워크)과 위치·항법·시각(PNT)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직접통신(D2D), 사물인터넷(IoT), 도심항공교통(UAM)은 물론 GPS 전파교란(재밍)과 스푸핑에 대응하는 PNT 서비스까지 국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 대표는 "6G 시대에는 사람뿐 아니라 로봇, 드론, 무인택시, 사물인터넷(IoT) 등 모든 것을 연결하는 통신망이 필요하며 위성망과 지상망도 하나로 통합될 것"이라며 "KT는 기반 구축과 국제 연합, 페이로드 확대와 통제망 구축을 통해 2030~2031년 운영 위성을 발사하고 글로벌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에 합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궤도 위성은 통신뿐 아니라 관측 기능까지 통합한 시스템으로 구축해 국내 우주항공 산업을 견인하고, 한국형 AI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통신망이자 국방·안보를 뒷받침하는 한국형 우주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국내 위성통신 산업이 기술 개발은 진전되고 있지만 상용망 확보 전략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현재 사업이 기술 개발과 시험망 실증에 집중돼 있어 상용망 접근권 확보와 국가 수요를 기반으로 한 운용체계 구축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과정에서 범정부 차원의 추진체계도 과제로 꼽았다.
손금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위성 운영사업자의 인허가와 위성정보 활용·보안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진흥법 제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이제는 '필요하냐, 할 수 있느냐'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 54조원을 어떻게 투자해 자체 위성망을 구축하고 운영 경험을 축적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민간이 참여하려면 명확한 수익모델이 제시돼야 하고, 그래야 산업 생태계도 선순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안보망과 민간 상용망을 여러 부처가 어떻게 협업해 추진할 것인지가 또 다른 과제다"며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권한을 조정해 다부처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업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아주대 교수도 "해외 중소기업들은 최근 2~4년 사이 급격히 성장했는데, 이들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먼저 보여주기 위해 상용 제품을 빠르게 우주에 올려 검증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와 계약을 유치해 시장을 키워왔다"며 "또 소프트웨어 기반 네트워크(SDN)를 활용해 대형·소형 위성을 유연하게 확장하고 빠른 개발과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절차와 계획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먼저 쏘아 올려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실증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투자와 시장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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