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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업이익의 N% 성과급', 투명한 의결 절차 필요하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8일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에 대해 "모든 사람이 싫어하면 정말 문제지만 그렇게까지 보진 않는다. 좀 더 지켜보자"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구성원에게 가능한 많은 행복을 주고 싶지만 단서가 있다.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와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것으로, 구성원의 행복이 이해 관계자를 침해한다면 지속 가능한 행복을 위해 그 문제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말한 이해관계자란 SK하이닉스 노사, 하청업체 근로자, 주주를 일컫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해관계자와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구성원에게 가능한한 많은 행복을 주고 싶다고 말한 것은 추후 정부 움직임 등 여론의 추이를 봐가면서 N% 성과급 제도를 손질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정부는 영업이익과 연계된 성과급 지급 문제가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전문가 간담회를 갖는 등 의견 수렴 작업을 하고 있다.

제도적 보완 장치로 자본시장법이나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게 하는 등 법제화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촉발한 영업이익 N% 성과급 지급 파장은 자동차와 철강에 이어 하청업체와 보험사, 급식업체로까지 일고 있다. 하투(夏鬪)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GM, 기아, 르노코리아 노조도 성과급 문제로 티격태격하고 있다.

국내 최대 조선사 HD현대중공업은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현대제철은 성과급 150% 인상을 각각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물류 하청업체 피엔에스로지수 노조는 성과 배분 논의를 위한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해 "진짜 사장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는 요구가 줄을 잇는 등 노란봉투법은 성과급 논쟁을 크게 하고 있어 걱정이다.

N%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정부 부처 내에서도 입장 정리가 안 된 상황이다. 투자 또는 배분 쪽에 무게를 두는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호황이 계속되는 비즈니스는 없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라면서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전체 매출을 웃도는 규모로 투자하고 있는데 우리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전심전력으로 속도를 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수익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반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서 "기업이 거둔 천문학적인 성과는 기업의 독자적 혁신만으로 이뤄진 결과물이 아니라 정부의 세제 혜택, 인프라 지원, 수많은 원·하청 노동자의 땀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공정한 분배가 다시 건강한 재투자로 이어져 상생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것이 사회계약의 요체라는 것이다.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정부의 일치된 입장이 나와야 한다.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다만 노사 분쟁으로 인한 막대한 생산 차질을 피하기 위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지급 규모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같은 삼성전자 직원인데 반도체 부문인지 아니면 휴대폰 등 비(非)반도체 부문인지에 따라 수억원의 성과급 차이가 나는 것을 수긍하기는 쉽지 않다. 반도체 회사의 성과급이 집 값을 자극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는 삼성전자 소액주주 400여명이 서명한 주주서한을 20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지난 16일 밝혔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7.9%를 보유한 주주로서 N% 성과급 지급으로 수십조원의 이익이 유출되는 구조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백억원 규모의 이사 보수 한도도 주총 승인을 받는데, 수십조원의 성과급을 이사회 결정만으로 집행하는 것은 상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기에 주총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반도체 초호황으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규모는 배당이나 투자 여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커졌다. 단순히 노사 협상만으로 억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주주들이 주주권 행사 차원에서 관심을 갖는 이유일 것이다.

외국 기업들은 다양한 제도로 성과급을 지급한다. 기업 자율에 맡기되 이사회 책임과 주주의 감시를 받는 나라도 있고 노사가 정한 기준을 협약으로 만들기도 한다. 노동이사가 참여한 이사회에서 보상 체계를 결정하는 나라도 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법으로 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연례행사처럼 임금 협상에서 들쭉날쭉 정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성과급 산정 기준과 지급 방식을 문서로 명시하는 등 투명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적어도 이사회 의결은 거쳐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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