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가상자산법 난항…국내 스테이블코인 입법 일정에도 ‘촉각’ [코인 레이더]

조윤정 기자

[사진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미국 가상자산 규제의 기틀을 마련할 포괄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공직자 윤리 조항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긴급 회동을 갖고 타결을 시도했지만 민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입법 향방을 선례로 삼으려는 한국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디지털자산 정책 추진 일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공화당 회동서도 합의 실패…윤리 조항이 결정적 걸림돌

미 정치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회동을 열고 클래리티법 초안 조율에 나섰지만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당초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율을 거쳐 윤리 조항 등을 반영한 수정안을 공개하고 조기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화당 측 윤리 조항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윤리 조항’이다. 이번 협상의 핵심 인사인 루벤 가예고 민주당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제시한 윤리 조항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된 가상자산 사업의 이해충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가예고 의원은 “대통령에게 과도한 재량을 허용하는 반면 소비자 보호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재 안으로는 민주당의 찬성표를 얻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재산 공개에서 가상자산 사업으로 약 10억~14억달러(약 1조4700억~2조원)의 수익을 올린 점을 지적하며 2026년 상반기 재산 공개 내역까지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빠르게 식고 있다.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에서 클래리티법의 연내 통과 가능성은 32%까지 떨어졌다.

◆“쟁점 타결 시 표결 가능하지만 시간 촉박”…의회 휴회 전 3주가 분수령

시장에서는 8월 의회 휴회를 앞둔 향후 3주를 이번 법안 처리의 최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상원은 오는 8월 11일부터 여름 휴회에 들어간다. 9월 중순 복귀 이후에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이 이어져 법안 처리 여건이 더욱 빠듯해질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스티펠의 브라이언 가드너 정책 전략가는 “중간선거 이후 레임덕 세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의회 일정 자체가 법안의 최대 적”이라고 분석했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종료하려면 민주당 의원 최소 7명의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디지털자산 연구원은 “막바지 논의를 반영한 클래리티법 신규 법안 문구에서 윤리, 범죄 방지, 스테이블코인 이자 문제 등 쟁점이 충분히 다뤄져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어 “공화당이 최대한 빠른 표결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쟁점을 조율한 뒤 상원 표결 일정이 잡힌다면 시장은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래리티법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가상자산 현물시장 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성숙 단계에 이른 블록체인의 기준을 마련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증권 규제 적용 여부를 가르는 가상자산 종합 규제 체계다.

미국 가상자산업계는 명확한 규제 체계가 마련돼야 기업의 해외 이탈을 막고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법안 통과 시 국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도 탄력

미국이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 마련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입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지난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포함한 가칭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올 하반기 중 입법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인프라와 연계한 국채 토큰화 실증 시범사업도 2027년을 목표로 추진한다. 주식·채권·펀드 등 정형자산의 토큰화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지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포괄법안이 통과돼야 국내 정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연구원은 “미국 클래리티법이 적시에 통과된다면 국내 당국이 참고할 선례가 생겨 정책 추진이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며 “법안 통과 시 국내에서도 관련 법안 추진 필요성이 크게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서도 미국의 입법 속도에 맞춰 국내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미국의 디지털자산 패권 전략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에서 “미국에서는 200여개의 스테이블코인이 준비 중이지만 한국의 논의는 더디다”며 “제도와 인프라가 뒤처지면 기회는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K-콘텐츠와 K-제조업 등 실물경제와 연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담은 미국 ‘지니어스법(GENIUS Act)’ 시행을 위한 세부 규정 마련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클래리티법까지 최종 통과되면 미국의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가 사실상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미국의 클래리티법 입법 결과가 국내 디지털자산의 제도권 편입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윤정 기자
y.j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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