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임대료 얼마 깎아야 공실보다 이득일까…‘석 달 공실’ 손익계산

김남규 기자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소비 침체로 자영업자 매출이 줄면서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점포를 빼려는 상가 임차인이 늘고 있다. 건물주 입장에서도 새 임차인을 기다리며 공실을 감수하기보다 임대료를 일부 낮춰 기존 임차인을 붙잡는 편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투자·컨설팅 업체 밸류업이노베이션은 17일 상가 공실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는 임대료 인하가 단순한 양보가 아니라 건물의 현금 흐름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낮추면 당장 수입이 줄어든다. 그러나 공실이 석 달 이상 이어지면 계산이 달라진다. 임대료 수입이 끊겨도 건물 관리비와 재산세, 대출 이자, 화재보험료 등 고정비는 그대로 나가기 때문이다.

새 임차인을 구하는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한다. 중개수수료와 원상복구비, 시설 개선 지원금 등이 들고, 계약 초기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 조건을 제시해야 할 수도 있다. 기존 임차인이 나간 뒤 새 임차인을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릴수록 손실은 더 커진다.

배준형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는 “공실은 단순히 몇 달간 임대료를 받지 못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건물 수익률과 자산 가치까지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손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월 임대료를 10% 낮추면 1년간 줄어드는 임대수입은 한 달 치 임대료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점포가 석 달만 비어도 임대료 석 달 치가 사라지고, 여기에 고정비와 중개비용까지 더해진다. 임대료를 일부 낮춰 기존 임차인을 유지하는 편이 공실을 감수하는 것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 공실은 해당 점포뿐 아니라 건물과 상권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점포가 문을 닫으면 유동인구가 줄고 인접 점포의 매출도 떨어질 수 있다. 이후 추가 폐업과 공실로 이어지면서 상권 전체의 임대 가치가 하락하는 이른바 ‘도미노 공실’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이 계약 조건을 다시 조정하는 ‘상생 임대’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대표적인 방식은 3~6개월 동안 임대료를 20~30% 낮춘 뒤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거나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임대료 납부 시기를 뒤로 미루는 유예와 달리 실질 인하는 임차인에게 갚아야 할 빚을 남기지 않는다. 다만 감액 기간과 임대료 복귀 조건, 계약 연장 여부는 서면으로 명시해야 향후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임차인의 매출과 임대료를 연동하는 방식도 있다. 최소 고정임대료를 정해두고 매출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초과분의 일부를 추가로 받는 구조다. 건물주는 최소한의 임대수입을 확보하고, 임차인은 매출이 부진할 때 부담을 덜 수 있다.

계약 기간을 늘리는 대신 임대료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건물주는 장기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임차인은 영업 기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중도 해지 조건과 임대료 재조정 조항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임대료를 낮춘 건물주는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 임차인의 임대료를 인하하면 인하액의 최대 70%를 종합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기준소득금액이 1억원을 넘는 개인 임대인에게는 5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제도는 2028년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임차인의 소상공인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공제 기간에 임대료를 5% 넘게 올리면 공제받은 세액이 추징될 수 있으며, 주택 임대소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배 대표는 “수익형 부동산의 핵심은 건물을 보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현금 흐름을 지속해서 만들어내는 데 있다”며 “임대료를 일부 조정해 기존 임차인을 붙잡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물 가치를 지키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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