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D테일] 먹는 '왁뿌볼'이 나타났다

유채리 기자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얇은 왁스 코팅이 부서지는 소리로 쾌감을 주는 '왁뿌볼(왁스를 코팅한 볼을 뿌시는 것)'이 인기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왁뿌볼을 변형해 알루미늄 알약 포장에서 알약을 빼내는 소리를 담은 '직장인 왁뿌', 화장품 뚜껑을 닫으며 소리를 내는 '화장품 왁뿌', 웹에서 즐기는 왁뿌볼 게임 등 소리를 강조한 콘텐츠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식음업계로 이어지고 있다.

18일 던킨에 따르면 프리미엄 특화 매장인 '원더스' 강남·청담점에서 판매 중인 '아그작 슈가 먼치킨', '아그작 망고바나나'가 하루 평균 300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아그작' 하고 나는 소리를 앞세워 청각과 식감을 함께 공략한 것이 특징으로, 슈가 코팅을 통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을 살렸다.

먹는 왁뿌볼의 선두주자에는 뚜레쥬르가 있다. 뚜레쥬르가 지난 3월 선보인 '아그작(AGJAK)' 케이크는 과일 형태의 단단 초콜릿 코팅 안에 부드러운 무스와 과육을 채워 넣었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바삭하고 경쾌하게 깨지는 식감이 특징이다. 출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오전 11시에 판매 개시 후 약 10분 만에 준비 수량이 소진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에는 '왁뿌 탱글탱귤 브레드', '아그작 복숭아 패스트리'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장했다.

뚜레쥬르는 아그작 케이크의 인기 요인으로 '디저트의 역할과 인식을 확장한 차별화된 경험 요소'를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을 깨무는 순간 들리는 경쾌한 사운드와 단면을 가를 때 드러나는 비주얼, 초콜릿 코팅과 부드러운 무스, 풍부한 과육이 어우러진 맛의 조화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단일 제품의 반짝 흥행에 그치지 않고 라인업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식감이 일회성 마케팅 요소를 넘어 브랜드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감을 앞세운 흐름은 간식·식사 메뉴로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선보인 우베 시리즈도 식감이 핵심이다. '명가 찰떡파이 우베크림치즈맛'은 고소한 우베스위트 코팅을, '크런키 초코바 우베크림치즈'는 바삭한 웨이퍼롤 속에 우베 크림치즈를 채웠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5월 말 자체 개발한 초코볼을 더한 '크런치 아박'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단기간에 누적 판매량 40만개를 넘어섰다. 투썸플레이스는 "바삭한 식감을 제품에 구현한 점이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간편식·외식 브랜드들도 식감을 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농심은 미식 프로젝트 '2026 농심면가'의 네 번째 협업으로 '로제 라자냐 with 신라면 로제'를 선보였다. 신라면 로제 면을 바삭하게 튀겨 식감과 청각을 함께 강조한 제품이다. 아워홈의 '손태진의 크런치 한입치킨'도 감자 플레이크로 바삭함을 더했다.

맥도날드가 올해 '한국의 맛'으로 내놓은 '충주 찰옥수수 치즈 크로켓' 시리즈 역시 톡톡 터지는 옥수수 식감이 핵심이다. 디저트류에서 출발한 식감 경쟁이 라면, 치킨, 버거 등 식사 카테고리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은 이번 트렌드가 특정 브랜드나 메뉴군에 국한되지 않는 업계 전반의 흐름임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ASMR 트렌드를 짚었다. 그는 "ASMR부터 시작한 식감, 청각 등을 극대화하는 트렌드가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제품의 외형과 맛의 전달방식, 씹는 소리까지 다양한 식감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한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떡처럼 쫄깃한 질감과 씹는 소리를 함께 즐기는 음식에 익숙해 자연스레 식감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며 "앞으로도 맛과 향을 넘어 바삭함, 쫄깃함, 부드러움, 크리미함 등 다양한 식감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한 제품 출시가 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감이 맛과 향을 잇는 세 번째 마케팅 축으로 부상하면서 신제품 개발 경쟁의 무게 중심도 자연히 옮겨가는 모습이다. SNS에서 소비되는 '소리'가 브랜드 매출로 연결되는 구조가 자리 잡은 만큼 당분간 식음업계 전반에서 이를 강조한 신제품 출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유채리 기자
cy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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