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데스크칼럼] 시장의 불길 앞에서, 정부는 개미에게만 담장을 세웠다

김남규 기자

코스피가 전장보다 184.03p(2.52%) 오른 7,475.94로 마감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3시30분 기준 4.7원 내린 1,501.4원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43.43p(5.47%) 오른 837.43으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남규기자]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칼을 빼 들었다. 앞으로 이 상품을 거래하려면 현금 3000만원을 예치해야 한다. 최소 거래 단위도 1주에서 20주로 늘어난다. 신규 상장은 멈추고, 광고와 마케팅도 금지한다.

숫자만 놓고 보면 꽤 강한 대책처럼 보인다. 과열된 투기를 식히고, 출렁이는 반도체주를 진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선명하게 묻어나는 듯하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 대책을 한 줄씩 읽어 내려갈수록 시장을 고치겠다는 처방이라기보다, 시장에 들어오는 사람을 골라내겠다는 일방적인 통보처럼 느껴진다.

정부는 불길을 잡겠다며 방화벽을 세웠다. 하지만 정작 불이 시작된 발화점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대신 불 가까이 서 있던 개인투자자들 앞에만 높은 담장을 쌓았다.

레버리지 ETF가 위험한 이유는 개인투자자가 많이 몰려서가 아니다. 이 상품은 태생부터 시장의 움직임을 확대하도록 설계돼 있다. 운용사는 매일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과 파생상품을 사고판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떨어지면 더 판다. 시장이 흔들리면 그 흔들림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라, 되받아쳐 더 크게 만드는 구조다.

특히 장 마감이 다가오면 헤지와 리밸런싱 주문이 몰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의 주가가 출렁일수록 기계적인 매매는 더 거칠어진다. 사람의 공포와 탐욕 위에 기계의 추격 매매까지 얹히는 순간, 시장은 스스로 속도를 줄이기 어려워진다.

이 과정에서 개미들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이번 대책만으로는 그 기계의 톱니바퀴를 멈추기 어렵다.

현금 3000만원을 쌓아두게 한다고 운용사의 매매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소 주문 단위를 20주로 높인다고 외국인과 기관의 현·선물 거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상품의 작동 방식은 그대로인데 출입문 앞에 경비원만 세운 셈이다.

그 문턱마저 모두에게 같은 높이로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3000만원을 가진 투자자는 여전히 들어갈 수 있다. 그렇지 못한 투자자는 문밖에 남는다. 위험을 줄이겠다는 정책이 자칫 위험을 감당할 자격을 자산 규모로 나누는 제도로 변할 수 있다.

정부는 투자자를 보호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보호는 출입을 막는 일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는 일이다. 안전벨트를 만들지 않은 채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사람만 선별하는 것이 과연 보호인지 묻게 된다.

괴리율 관리 강화도 마찬가지다.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에서 지나치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괴리율은 가격의 간격을 재는 자이지, 시장의 진동을 멈추는 브레이크가 아니다. 체온계를 더 정밀하게 만든다고 환자의 열이 내려가지는 않는다.

정말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사람보다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

특정 종목에 레버리지 자금이 과도하게 쌓이지 않도록 운용 규모에 상한을 두고, 장 마감 직전에 몰리는 헤지 거래를 분산해야 한다. 변동성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신규 설정을 멈추거나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는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시장이 제어력을 잃기 전에 상품 스스로 속도를 줄이게 해야 한다.

좋은 규제는 사람을 막아서는 벽이 아니라, 사람이 벼랑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난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위험한 길을 고치기보다 그 길로 들어서는 사람을 가려내는 데 머물렀다. 시장 안의 위험은 그대로인데, 돈이 적은 투자자부터 문밖에 남게 됐다.

증시는 언제나 탐욕과 공포 사이를 오간다. 그 파도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다만 파도가 높아질 때 배를 뒤집는 구조만큼은 고칠 수 있다.

정부가 정말 손봐야 할 것은 개미의 발걸음이 아니다. 시장의 흔들림을 증폭시키는 기계다. 누가 시장에 들어오느냐를 묻기 전에 시장이 왜 이렇게 거칠게 움직이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그래야 규제가 통제가 아니라 보호가 되고, 담장이 아니라 안전망이 된다.

3000만원이라는 숫자는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을 흔드는 구조를 바꾸는 일은 숫자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가 정말 손봐야 할 것은 개미의 지갑이 아니라, 시장을 증폭시키는 구조다.

김남규 기자
ng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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