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랭글러 서울서 타기 괜찮나요?"…지프 랭글러 사하라, 직접 타보니 [시승로그]

윤서연 기자

높은 시야·넉넉한 공간감으로 도심 주행도 무난

풍절음·연비는 포기해야…오프로드 감성은 확실

쏟아지는 신차 정보 속에서 진짜 실력을 가려내기 위해 직접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시승기 연재물 <시승로그>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생생한 주행 경험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지프 랭글러 사하라.[사진=윤서연 기자]

[디지털데일리 윤서연기자] "서울에서 랭글러 괜찮아요?"

지프 랭글러를 처음 시승하기 전 주변에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다. 커다란 차체와 투박한 디자인을 보면 도심보다 산길과 비포장도로가 먼저 떠오른다. 평일 차량들로 가득한 서울 도심을 달려야 하는 일정도 걱정이었다. 운전이 버겁지는 않을지, 골목길에서는 불편하지 않을지 우려가 앞섰다. 하지만 막상 장맛비가 쏟아지는 서울 도심을 달려보니 예상과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지프 랭글러 사하라'다. 국내 랭글러 라인업 가운데 루비콘 다음으로 많이 판매되는 모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프는 지난해 국내에서 2072대를 판매했다. 랭글러 루비콘이 902대로 가장 많았고 랭글러 사하라는 374대를 기록했다.

지프 랭글러 사하라.[사진=윤서연 기자]

첫인상은 높은 차체와 큼직한 타이어 때문에 다루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자 예상은 빗나갔다. 높은 운전석 덕분에 시야가 탁 트였고 앞차 너머 도로 상황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차폭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서울 도심에서도 부담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일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보다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쉬웠다.

시승 기간에는 비가 쏟아졌다가 금세 햇볕이 드는 날씨가 반복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랭글러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비가 내릴 때는 물웅덩이와 미끄러운 노면을 큰 불안감 없이 지나갔고 맑은 날에는 높은 지상고와 넓은 시야 덕분에 도심 주행도 예상보다 편안했다.

지프 랭글러 사하라.[사진=윤서연 기자]

지프 랭글러 사하라.[사진=윤서연 기자]

승차감은 일반 SUV와 확연히 결이 달랐다. 기계적인 주행 감각이 강하고 오프로드를 염두에 둔 단단한 세팅이 특징이다. 서스펜션은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기보다 노면 상태를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승용 SUV의 안락한 승차감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다소 거칠게 느낄 수 있다. 반면 거친 노면이나 비포장도로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오히려 든든한 안정감으로 이어졌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단연 정숙성이다. 각진 차체와 소프트톱 구조의 영향인지 고속 주행에서는 외부 소음이 예상보다 크게 실내로 유입됐다. 빗소리는 물론 매미 소리와 노면 소음까지 고스란히 들렸다.

특히 터널에서는 풍절음이 더욱 크게 느껴져 일반 SUV와 차이가 확연했다. 정숙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적응에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연비 역시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표준 연비는 도심에서 7.4㎞/ℓ 고속도로에서는 9.1㎞/ℓ이지만 서울 시내를 약 200㎞를 주행한 뒤 계기판에 표시된 평균 연비는 6~7㎞/ℓ 안팎이었다.

지프 랭글러 사하라 1열.[사진=윤서연 기자]

지프 랭글러 사하라 디스플레이.[사진=윤서연 기자]

실내는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요소를 적절히 더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조작 편의성을 높였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이전 세대보다 한층 개선됐다. 애플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지원해 아이폰 유저를 위한 편의성도 갖췄다. 특히 천장에 배치된 스피커는 음악이 실내를 감싸는 듯한 입체적인 음향을 구현했다. 외부 소음이 많은 차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외로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물론 적응이 필요한 요소도 있었다. 큼직한 사이드미러는 시야 확보에는 도움이 됐지만 처음에는 사물이 실제보다 가까워 보이는 탓에 거리감이 다소 어색했다.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공간 활용성은 기대 이상이었다. 2열 공간은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부족함이 없었고 적재공간도 캠핑 장비나 여행 짐을 싣기에 충분했다.

지프 랭글러 사하라 트렁크에 강아지 유모차를 실었다.[사진=윤서연 기자]

사하라 4도어는 랭글러 특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일상 주행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정통 오프로더답게 높은 시야와 거침없는 주행 성능은 물론 독보적인 존재감도 여전했다. 이러한 매력은 다른 SUV에서 쉽게 경험하기 어렵다. 다만 정숙성과 승차감·연비는 일상 주행 비중이 높은 운전자라면 충분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최신 SUV처럼 모든 것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차는 아니다. 대신 정통 오프로더만의 개성과 감성은 끝까지 지켜냈다. 서울 도심에서도 충분히 일상 주행이 가능하지만 랭글러가 가장 빛나는 무대는 여전히 포장도로 밖인 듯하다.

지프 랭글러 사하라 로고.[사진=윤서연 기자]

윤서연 기자
yun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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