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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호 칼럼] 부작용 심한 '삼전닉스 레버리지' 보완 시급하다

오승호 대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7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참석 기관장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월 27일 국내에서 동시에 출격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서는 물론 미국, 대만, 일본 등 해외에서도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상품 도입 2개월도 되기 전에 국내는 물론 해외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를 수리하기 전에 어떻게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거 아닌지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한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를 시인한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이사장에게 "보완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말한 자리에서 "시장관리자로서 책임이 있어서 책임을 달게 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품의 출시를 막지 못한 상황을 못내 아쉬워하는 것 같다.

대만의 유명 경제평론가 셰진허 차이신미디어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레버리지가 부러졌다. 2배 레버리지 상품의 살상력이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1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찬진 금감원장의 ETF 관련 발언을 전하면서 "우려할만한 것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 폭"이라면서 "(나스닥에 ADR 상장 후) 미국 주식시장을 더 직접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블룸버그는 '전 세계 시장을 흔드는 한국의 레버리지 ETF'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내보냈다.

외신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기술주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두 기업의 실적 발표는 전 세계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투자 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차질이나 HBM4 등 차세대 제품 개발 지연 소식이 들리기라도 하면 엔비디아나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거인들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움직임이 실시간 뉴욕 등 전 세계 증시로 전이되는 만큼 두 종목을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상품 준비 과정에서 나오기도 했다.

일반 ETF 상품이 10개 이상 종목으로 구성하게 돼 있는 것과 달리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는 단일종목 뿐이어서 분산 투자를 할 수 없는 고위험 상품이다. 주가지수의 2배까지 이익 또는 손실을 볼 수 있는 지렛대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지수가 20% 하락한 이후 다시 20% 상승했다고 가정할 때 일반 상품은 100→ 80→ 96으로 4%의 손실만 발생한다. 그렇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2배 효과로 40% 하락한 이후 40% 상승하기 때문에 100→ 60→ 84로 16%의 손실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또 기초자산의 지수 또는 가격이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경우에도 투자금이 녹아내리는 음(-)의 복리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투자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 상품 도입의 근거를 마련한 것은 서학개미들을 국내 증시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금융위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국내상장 ETF와 해외상장 ETF 간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단일종목을 기초로 하는 ETF 도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홍콩 등에는 다양한 단일종목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상장돼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해당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반면 국내에는 지수를 10개 이상 종목으로 구성하거나 종목당 30% 운용 한도를 둔 분산투자 요건 때문에 단일종목 ETF 출시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당시 금융위는 규제를 글로벌 수준에 맞춤으로써 해외 증시로 국내 자금이 유출되는 유인을 줄여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딴 판이다.

이 상품 투자를 위한 의무교육시간을 1시간 늘려 2시간으로 하고, 기본예탁금(1,000만원)도 기존 ETF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등의 조치를 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만 커지고 있다.

미국의 운용사들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하기 한 해 전인 2021년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전문투자자에게도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운용사들이 SEC 승인을 우회해 상품을 출시하자 민간자율기구를 통해 상품 추천이나 권유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가 출시되기 며칠 전인 5월 21일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자 교육을 받은 사람은 9만3118명에 이른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게시판에는 8월 1일 접수 마감을 앞두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의한 시장왜곡 개선 청원에 15일 현재 3만명 이상이 동의했다고 한다. 상장을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에서부터 충분한 검토 없이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지적까지 청원 내용은 다양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투자자 보호 대책은 기본 예탁금 상향 조정, 사전 교육 내실화, 신규 상품 상장 제한, 판매 총량 규제 정도다.

흥행을 앞세워 상품을 서둘러 도입해 놓고 해외에서까지 비판이 제기되자 사후 규제 방안을 찾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없는 실정이다.

전형적인 뒷북 정책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올해 1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금융위에 나스닥에서는 가능한 것을 왜 국내에서는 못하게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허용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은 도박 상품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상품의 정책적 목적은 환율 안정과 증시 활성화였을 것이다.

그러나 환율 방어 측면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1월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1500원대가 새 기준이 된 분위기일 정도로 고(高)물가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레버리지 ETF 상품 도입 이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일상화된 느낌이 들 만큼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가 베팅 수단으로 전락해 주식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조급함을 내려놓고 제도를 보완하기 바란다. 상품을 출시할 때처럼 속전속결로 처리해서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책을 성급하게 남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승호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오승호 대기자
osh506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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