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침묵 속 '롯데 VCM' 열려…HQ 체제 폐지 후 첫 성과 점검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가 7월15이 '2026 하반기 롯데 VCM'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롯데 VCM 공동취재단]
[디지털데일리 유채리 기자] 무거운 침묵 속에서 롯데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26 하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을 개최했다.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와 겹겹이 쌓인 사업적 과제 속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VCM에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국 연사의 강연이 진행됐다.
이날 VCM 현장 외부 통로에는 오후 12시33분경 주우현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 대표를 시작으로 계열사 대표들이 속속 도착했다.
이후 '최연소' 대표에 오르며 이목을 끈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 서정호 롯데웰푸드 대표,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의 김대일 대표 등이 뒤를 이어 빠른 걸음으로 회의장으로 향했다.
취재진은 이들에게 하반기 경영 전략, 인공지능(AI) 추진 방향, VCM 주요 메시지 등을 질의했으나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며 바쁘게 걸음을 회의장으로 옮겼다.
이날 VCM이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된 배경에는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가 자리한다. 롯데는 지난해 말 9년 간 유지해 온 사업총괄(HQ) 체제를 전면 폐지하고 계열사별 책임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앞서 신 회장은 상반기 VCM에서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이번 하반기 VCM은 각 계열사가 새 체제 아래서 얼마나 자력으로 성과를 냈는지 평가받는 첫 자리인 셈이다.
또 글로벌 식품사업 확대 전략인 '원롯데(One LOTTE)' 추진 현황을 점검하는 자리기도 하다. 신 회장은 그동안 '원롯데 식품사 전략회의'를 정기적으로 주재하며 한·일 롯데 협력 강화를 직접 챙겨왔다.
이달에는 롯데웰푸드와 일본 롯데제과의 싱가포르 합작법인이 공식 출범한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이번 VCM은 그가 원롯데 전략의 전면에 나선 이후 처음 열리는 사장단 회의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김대일 코리아세븐 대표가 7월15일 '2026 하반기 롯데 VCM'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롯데 VCM 공동취재단]
다만 원롯데가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각되는 것과 별개로 기존 핵심 계열사들의 업황은 여전히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그
룹 내 '캐시 카우'로 꼽히는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글로벌 석유 화학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 등으로 하반기 업황 전망은 밝지 않다.
유통 부문은 명암이 엇갈린다. 롯데백화점·마트 등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최근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세븐일레븐 역시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지난 3월 코리아세븐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했다.
이번 하반기 VCM에서 그동안 추진해 온 구조 개편 성과 점검과 함께 유통·식품·화학 등 핵심 사업군별 하반기 실행 전략 공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특히 이날 VCM에는 처음으로 외국 연사의 강연이 진행된다. 롯데는 미래학자 겸 경영 컨설턴트인 더그 스티븐스(Doug Stephens)를 초빙했다.
스티븐스는 구글, 이케아, 월마트 등 글로벌 리테일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컨설팅한 인물로 유명하다. 창립 이래 외국 연사를 VCM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혁신'을 강조해 온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행보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온다.
AI 역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된다. 신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CEO AI 아카데미'에 직접 참석해 "디지털 전환(AX)은 선택이 아닌 그룹의 생존이 걸린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도 회의에 앞서서 그룹의 AX 추진 현황과 적용 사례를 소개하는 'AI 에이전트 전시'가 진행됐다. 전시에서는 글로벌 시장 전망 분석, 수요 예측 등 현업에 적용할 목적으로 개발된 AI 에이전트 10여개가 공개됐다.
앞서 신 회장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올해 경영 환경은 여전히 혹독하다"고 평가하며 자율성에 기반한 성과 창출과 핵심 사업의 혁신 완성을 함께 요구했다.
반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번 VCM이 신년사에서 예고된 체질 개선 기조를 실제 성과로 입증했는 지 확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신 회장의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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