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메모리로 쏠린 IT예산…IBM 실적 부진에 주가 25% 폭락
-2분기 매출·조정 EPS 시장 전망 하회
- 메인프레임·연계 소프트웨어 거래 지연

뉴욕증권거래소에 표시된 IBM 로고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 경쟁이 기업들 IT 투자 우선순위까지 바꾸면서 IBM 소프트웨어와 메인프레임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시장 기대를 밑돈 2분기 잠정 실적과 대형 계약 지연 소식이 전해지자 IBM 주가는 하루 만에 25% 넘게 추락했다.
IBM은 14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 증가한 172억달러(약 25조6000억원)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93달러로 전년동기보다 5% 늘었다.
그러나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매출 178억6000만달러(약 26조6000억원), 조정 EPS 3.02달러였다. IBM은 현재 분기 결산을 진행하고 있어 오는 22일 발표되는 최종 실적은 잠정치와 소폭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 밖의 실적 경고에 투자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IBM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25.21% 내린 217.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하루 만에 73.16달러 떨어지면서 시가총액도 약 690억달러(약 102조원) 감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장중 낙폭을 기준으로 1968년 1월 이후 가장 큰 하락이라고 전했다.
사업별로 보면 소프트웨어 매출은 5% 늘었고 컨설팅 매출은 전년 수준에 머물렀다.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컨설팅 매출은 1% 증가했다. 반면 인프라 매출은 7% 감소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IBM이 성장 동력으로 삼아온 소프트웨어 부문의 성장세도 시장 예상보다 약했다.
IBM은 고객사들의 갑작스러운 자본지출 재조정을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확산하고 메모리와 서버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도입보다 물리적 인프라 확보를 우선했다는 설명이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6월 마지막 몇 주 동안 고객들이 예상되는 가격 인상에 앞서 공급이 제한된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분기 자본지출을 서버와 스토리지, 메모리 구매로 전환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급망 문제가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지만 자본지출 우선순위가 이 정도 규모로 바뀔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우리는 충분히 빠르게 적응하고 움직이지 못했고 다수의 대형 거래가 예상했던 일정에 맞춰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특히 IBM Z 메인프레임과 이에 연계된 트랜잭션 처리 소프트웨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IBM은 지난해 출시한 ‘z17’이 역대 메인프레임 제품 가운데 가장 강한 출발을 보인 만큼 올해 인프라 매출 감소 폭을 한 자릿수 초반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제 감소 폭은 7%에 달했다.
IBM 메인프레임은 금융과 항공 등 대규모 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산업에서 주로 사용된다. 기업들이 제한된 예산을 서버·스토리지·메모리 구매에 먼저 배정하면서 메인프레임 증설과 관련 소프트웨어 계약 일부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빠르게 확산한 사이버보안 우려로 고객들의 구매 결정이 지연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IBM은 설명했다.
다만 모든 사업이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레드햇 매출 성장률은 전분기보다 높아진 11%를 기록했다. 하시코프와 컨플루언트 등 최근 인수한 기업들도 성장세를 보였다.
기업들의 하드웨어 선구매 수요에 힘입어 분산형 인프라 매출은 37%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워시스템과 스토리지 판매가 늘었고 분기 말 수주 잔액도 약 5억달러(약 7445억원)에 달했다. z17 역시 출시 시점이 비슷한 이전 제품과 비교한 누적 실적에서는 z16의 약 130% 수준을 유지했다.
IBM 실적 경고는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와 서비스나우, 세일즈포스, 인튜이트 등 주가도 이날 2~5% 하락했다. AI 투자 확대가 소프트웨어 수요를 직접 늘리기보다 한정된 IT 예산을 서버와 반도체 등 인프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으로 번진 것이다.
IBM은 오는 22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열고 2분기 최종 실적과 연간 전망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 마무리되지 못한 대형 거래가 하반기로 이연된 것인지, 기업들 인프라 우선 구매가 장기적인 소프트웨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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